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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세월의 끝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를 기대하며 쓰는 편지
교육과정·교과서

교과서의 창의성·다양성(Ⅱ)

by 답설재 2010. 9. 5.

 

 

 

교과서의 창의성과 다양성을 어떻게 구현할 것인가? (Ⅱ)

 

 

 

 

    ☞ 「교과서의 창의성과 다양성을 어떻게 구현할 것인가? (Ⅰ)」에서 계속    

 

 

Ⅱ. 우리 교과서의 발전방향에 대한 연구의 흐름

 

 

  우리 교육에서 교과서가 위와 같은 성격을 지니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교과서 전문가들은 어떤 노력을 기울여왔는지, 필자가 관심을 가진 관련 연구들을 다음과 같이 살펴보았다. 이러한 개관은, 우리나라 교과서 연구 과정에서 교과서에 창의성, 다양성이 잘 반영되어야 한다는 생각의 흐름을 찾는 것과 다르지 않을 뿐만 아니라 우리 교과서의 발전방향을 가늠할 수 있게 하고, 앞으로는 어떤 논의가 이루어질 것인지를 짐작하는 데에도 유용할 것이다.

 

  교과서관(敎科書觀)에 대한 논의는 1970년대에 본격적으로 이루어지기 시작했다. 그 내용을 요약하면 지식 중심의 교과서를 탈피해야 한다는 것, 교과서는 교수․학습 자료의 일종이어야 한다는 것, 열린 교과서관에 의한 교과서가 나와야 한다는 것 등이다.

 

  한면희 등(1977)은 초등학교 사회과 교과서 모형개발 연구에서 ∙교과서의 기능은 꼭 필요한 지식을 전수하는 일과 지적 발달을 자극하고 촉구하는 일의 두 가지라는 것 ∙교과서의 위치는 '여러 가지 학습자료 중 중심적인 자료의 하나'로 달라져가고 있다는 것 ∙좋은 교과서는 적은 양의 지식을 배워서 많은 현상을 설명할 수 있고, 많은 문제를 해결할 수 있고, 새로운 지식을 발견, 창조해 낼 수 있는 효능을 가진 “적은 양의 지식”을 수록해야 한다고 보았다.1 이 연구보고서는 당시의 교육과정 사조를 보여주는 강우철 등(1975)의 연구에서 다음과 같은 자료를 인용했다.2

 

<교육과정의 유형과 교과서관의 변화>

교육과정 유형

교과 중심

경험 중심

학문 중심

지도요소의 반영

지식 체계

생활 문제

문제 해결 과정

기본 개념

지적 탐구 과정

교수절차의 반영

연습 및 실습

체계적인 교수 절차

(수업과정모형)

교과서의 위치

原典(절대적 권위)

자료집(학습의 도구)

자료집(학습의 도구)

 

 

  김종서(1980)는 교육과정의 개념에 따라 교과서관이 달라진다고 보고, 교과 교육과정이 중시되는 시기의 교과서는 교사가 설명하기 쉽고 학생들의 암기를 요구하는 것들로 구성되며 교과서가 신성시되고 절대시되는 경향이 있지만, 경험 교육과정의 시기에는 학생들의 활동을 중시하여 문서화된 교과서는 학생들의 활동을 돕는 하나의 참고자료적인 구실만을 하며, 학문중심 교육과정에서는 교과서의 내용을 이루는 것이 사실적인 지식이 아니라 지식의 기본구조이며 설명과 암기에 알맞은 내용이 아니라 탐구와 발견에 알맞은 내용이라고 했다.3

 

  교육부로부터 교육과정과 교과서 연구․개발 업무를 위탁받게 된 한국교육개발원에서는 본격적인 연구를 시작하여 1979년 12월, 교과서 구조개선 연구 세미나를 열었다.4 이 세미나에서 강우철은, 교과서가 무풍지대에서 성경이나 고전과 같이 신성하고도 권위 있는 자세를 지키고 있는 왜곡된 현실을 지적하고, “다음과 같은 미신은 단연 타파되어야 한다”는, 필자가 보기에는 우리나라 교과서 연구에서 가장 혁신적이고 획기적인 발언을 했다.5

 

  ∙ 교과서의 이름과 교과명의 일치

  ∙ 1교과 1교과서(책)주의

  ∙ 국판 이외의 크기에 대한 기피증(4‧6판, 크라운판, 4‧6배판 등의 구사)

  ∙ 색도가 많을수록 좋다는 미신

  ∙ 자습서와 교과서를 애써 구분하려는 태도

  ∙ 교과서는 내용을 간추린 골자이기 때문에 매력 없고 재미가 없는 것은 당연하다는 책임 회피

  ∙ 일본식 교과서 모형에 대한 공감

  ∙ 미국식 교과서 모형에 대한 열등의식 내지는 자포자기

  ∙ 교과서는 학생 전원이 고루 구비해야만 한다는 생각

  ∙ 교과서는 학교와 집 사이를 반드시 지니고 다녀야 한다는 고정관념

  ∙ 배우기보다는 가르치기에 더 편리하게 만들려는 의도

  ∙ 교과서에 대한 지나친 신성시 내지는 권위 부여

  ∙ 교과서의 내용은 시험에 낼 주요 사실의 조직이라는 관점

  ∙ 교과마다 반드시 교과서가 있어야 편리하다는 생각

  ∙ 미술, 음악 등은 자료와 이론을 따로 편찬하기 어렵다는 단정

  ∙ 도덕 교과서는 사례집, 예화집으로 구성하면 교과서의 권위가 떨어진다는 생각

 

  한국교육개발원에서는 교과서 구조개선연구와 국민학교 교과서 모형연구(1979)에 이어 1982년에는 중학교 교과서 개선 기초연구를 주제로 한 세미나를 개최하였다. 이 세미나에서 홍웅선은 종전의 교과서관을 다음과 같이 평가했다.6

  “교과서에는 새로운 세대가 다루게 될 지식이 체계적으로 수록되어 있다. 그러나 교과서를 지나치게 경전화(經典化)하는 한국적 현실은 이제 반성되어야 할 단계에 이르렀다고 본다. 이것이 지금까지의 교과서를 답보적 수준에 머물게 한 주요한 이유였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한국교육개발원(1986)에서는 또 새 교과서관 정립을 위한 ‘교과서 체제개선 연구’에서,7 교과서는 연습장, 실험․실습장, 보충․심화 학습자료, 각종 평가지와 같은 학습자료의 한가지라는 것을 강조하면서 강우철(1979) 등의 다음과 같은 주장을 인용했다.8

  “교과서는 그 자체를 배우고 익혀야 할 목적물이 아니라, 교육과정의 목표와 내용을 실현하기 위한 하나의 도구에 지나지 않는다는 본래의 의미를 충실히 받아들여, 학습효과를 보다 더 높이기 위해 사용되는 다양한 교수‧학습자료 중의 하나로 인식하는 교과서관의 정립이 요청된다.”

  곽병선 등(1986)은 이러한 교과서관에 따라 ‘교과서와 교과서 정책’(교육개혁심의회 위탁과제)에서 ‘획일적인 교과서 발행을 근간으로 한 국정제와 심사에 통과된 심의본에 한하여 발행을 허용하는 검인정제’는 ‘주어지는 교과서’ ‘틀에 박힌 인간’ ‘권위 있는 내용을 담은 책’ ‘획일성’ ‘규제’의 특성을 가진 ‘닫힌 교과서관’을 ‘선택되는 자료’ ‘창의적인 인간’ ‘교육과정 자료’ ‘다양성’ ‘자율’의 특성을 가진 ‘열린 교과서관’으로 교과서관의 재정립을 위한 정책개발이 요청된다고 했다.9 이돈희(1986)도 이와 맥을 같이 하는 생각으로 ‘미래사회의 요구로서 교과서의 발전을 주도하는 노력에서 유의되어야 할 사항’으로서 ‘지식과 기술의 폭발적 개발과 급격한 변화는 교육의 전반적 과정을 크게 변혁시킬 것이므로, 전달과 기억을 중심으로 지식을 습득하기보다 지식과 기술을 조직, 평가, 선택, 활용하고 생산할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한다’는 것을 강조했다.10 그의 이러한 지적은, 교과서는 교과목의 목적을 실현하고 수업의 목표를 달성하는 데 필요한 자료와 정보를 제한하지 않고, 그 속에 체계화한 교육의 내용을 온갖 종류의 자료를 활용하여 심화시킬 수 있는 여지를 가지고 있으며, 교사가 교육의 여건에 따라서 여러 가지의 방법적 기술을 자유롭게 기용할 수 있는 ‘개방적 교과서’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홍웅선 등(1989)도 ‘닫힌’ 교과서관은 교과서에 담긴 내용은 오류가 없는 것이기 때문에, 누구나 함부로 이리저리 변경할 수 없고, 모든 학생은 반드시 그 내용을 숙달해야 되는 것으로 가정하거나 믿는 교과서관이라고 하고 ‘열린’ 교과서관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11

 

  김재복 등(1997)은 제7차 교육과정을 위한 ‘교과서 체제개선 연구’에서 ‘열린 교과서관’에 대하여 '지식에 있어서의 열림'(지식전달형에서 정보제공형으로), '학습에 있어서의 열림'(교수중심의 교재에서 학생중심의 학습재로), '매체에 있어서의 열림'(인쇄매체 중심의 단일형에서 다양한 보조자료와 연계된 교과서로)으로 해석하고, 교과서의 내용은 논박할 수 없는 정설의 형태로 제시되기보다는 학습자들이 하나의 문제에 대한 다양한 접근방법이 있음을 깨닫고 이를 바탕으로 자기의 입장을 정립하여 그 정당성을 밝힐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이 연구는 교과서 내용구성의 기본방향 및 세부원리에 대해 다음과 같이 제안하였는데,12 이 제안의 일부는 이용숙 등(1995)의 연구결과와 맥을 같이하는 것이었다.13

 

  ∙ 자기 주도적 학습능력을 함양하는 교과서

  ∙ 교과 통합적 학습경험을 촉진하는 교과서

  ∙ 학습자의 경험세계와 연계를 지니는 교과서

  ∙ 학습자의 인지구조 및 수준의 차이를 고려한 교과서

 

  이상에서 교과서관의 변화를 개관해 보았지만14 어느 시기에도 지식 주입, 혹은 지식의 전수를 위한 교과서를 만들겠다는 교과서관을 나타낸 적은 없었다. 그러므로 이러한 교과서관의 변화를 적극적으로 반영하려는 노력이 필요할 뿐이라고 할 수 있으며, 우리 교과서 및 교과서 제도에 대한 문제점과 과제에 대해서는 그동안 충분한 논의가 이루어졌을 뿐만 아니라 대체로 그러한 문제점과 과제에 대한 인식도 공통적이라고 볼 수 있다. 또한 이로써 단언할 수 있는 사항이 있다면, 우리나라 교과서의 변화와 발전에 관한 학자들의 견해는 표현은 다르다 할지라도 거의 반복적으로 되풀이되어 왔으며, 이로써 교과서의 변화와 발전은 결코 교과서 제도의 허용 범위를 벗어나지 못하고 점진적으로 이루어져 왔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 「교과서의 창의성과 다양성을 어떻게 구현할 것인가? (Ⅲ)」에 계속    

 

 

 

 

 

  1. 韓冕熙․宋溶義․趙元浩․韓京子․柳貴秀(1977).『새 敎科書 模型開發에 관한 硏究-國民學校 社會科 敎科書를 中心으로-』(韓國敎育開發院 硏究報告 第54輯), 12~13쪽. [본문으로]
  2. 康宇哲외8인(1975), 「社會科 敎育課程의 類型」, 『社會科 敎育』(敎科敎育全書 5, 能力開發社), 23~28쪽. [본문으로]
  3. 金宗西(1980), 「敎科書制度에 관한 外國制度와 우리 制度와의 比較硏究」, 韓國敎育開發院,『敎育課程 및 敎科用圖書 開發을 위한 基礎硏究』, 1輯, 381~382. 이 연구는 한국교육개발원에서 문교부의 위촉으로 ‘각급학교 교육과정 및 교과용도서 개발을 위한 기초연구’를 수행하여 이루어졌다. [본문으로]
  4. 辛世浩 외 16인(1979).『敎科書 構造改善에 관한 硏究(附錄)-國民學校를 中心으로-』(韓國敎育開發院 硏究報告 第109輯) : ‘敎科書의 役割과 機能’(洪雄善), ‘國民學校 敎科書의 性格과 機能’(韓鍾河), ‘敎科書의 開發’(康宇哲), ‘敎科書 評價基準’(康宇哲), ‘敎科書 政策’(咸宗圭)과 같은 내용으로 구성되었다. [본문으로]
  5. 康宇哲(1979). 「敎科書의 開發」, 辛世浩 외 16인(1979), 상게서, 23~32쪽. [본문으로]
  6. 洪雄善(1982).『敎科書 開發의 發展課題』, 韓鍾河‧李亮雨‧安熙天(報告者),「敎科書 開發의 原理」(韓國敎育開發院 硏究報告 OR 82), 11쪽. [본문으로]
  7. 李榮德 외 7인(1985).『敎科書 體制 改善 硏究』(韓國敎育開發院 硏究報告 RR 85-30). 22~23쪽. [본문으로]
  8. 康宇哲(1979).「敎科書의 開發」, 신세호 외 16인(1979),『敎科書 構造改善에 관한 硏究(附錄)-國民學校를 中心으로-』(韓國敎育開發院, 敎科書 構造改善 硏究를 위한 세미나 資料), 23~46쪽. [본문으로]
  9. 곽병선‧이혜영(1986).『교과서와 교과서 정책』(한국교육개발원연구보고RR86-6), 130~131쪽. 곽병선은 이러한 견해를 대한교육연합회의 토론회에서도 발표하였다(郭柄善, 1989,「全人敎育을 위한 敎育課程 및 敎科書 政策의 基本方向」, 大韓敎育聯合會,『敎育 正常化를 위한 第7會 敎育政策 討論會 資料』, 16쪽. [본문으로]
  10. 李敦熙(1986).「새로운 敎科書의 槪念」, 韓國2種敎科書協會,『2000年代 韓國敎科書의 未來像』(敎科書 改善硏究 세미나 報告書), 7~15족. [본문으로]
  11. 홍웅선‧곽병선‧박도순‧김애송(1990).『교과서 제도개선 연구』(文敎部 政策硏究報告書). 73~74쪽. [본문으로]
  12. 김재복‧김왕근‧양미경(1997).『교과서 체제개선 연구-제7차 교육과정에 따른 교과서 내용구성 방식을 중심으로-』(한국교육과정연구회 교육과정개정연구위원회, 1997 교육부정책연구), 114~117 및 39~76쪽. [본문으로]
  13. 이용숙‧김영준‧이근님‧양미경‧최성욱‧박순경(1995).『교과서정책과 내용구성방식 국제비교연구』(한국교육개발원 연구보고, RR 95-17) 중 “사회과 교과서의 외형적 체제와 내용 구성 방식”. [본문으로]
  14. 이 부분은 2007년 8월 29일,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의 관련 연구 세미나에서 필자가 발표한 내용을 수정·보완함.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