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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세월의 끝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를 기대하며 쓰는 편지
교육과정·교과서

교과서의 창의성·다양성(Ⅳ)

by 답설재 2010. 9. 7.

 

 

 

교과서의 창의성과 다양성을 어떻게 구현할 것인가? (Ⅳ)

 

 

 

 

    ☞ 「교과서의 창의성과 다양성을 어떻게 구현할 것인가? (Ⅲ)」에서 계속    

 

 

 

Ⅳ. 요 약

 

 

  교과서나 수업활동에서 창의성과 다양성의 개념은 오래 전부터 교육목표 설정의 기본관점으로 수용되어 왔으며 지식기반사회·지식정보화사회의 교육에서는 물론 앞으로의 세계에서는 더욱 필수적인 교육의 가치로 작용하게 될 것이다.

 

  교과서의 창의성·다양성 구현은 동일한 교과목에 대한 여러 종의 교과서를 대상으로 검토될 수도 있고 하나의 특정 교과서 내에서도 논의될 수 있는 사항이다. 그러나 대학입시 준비에 치중하는, 혹은 지식 전달 중심으로 이루어지는 우리나라 초·중등 교육현장에서는 교과서의 창의성·다양성 추구가 그 절대적인 가치에 비해 현실적으로 어떤 의미를 가질 것인지 의심스러울 수 있다. 역설적이지만 ‘교과서’라는 ‘지식사전’의 내용을 잘 설명하고 잘 암기하는 것이 수업과 학습의 목적이라는 관점이라면 다양한 교과서(따라서 창의적인 교과서)가 왜 필요하지 반문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우리 교과서의 창의성·다양성 구현은 우리나라 교육현장의 이와 같은 특수성 때문에 세계적 수준인 우리나라 교육열이나 교과서와 교과서 내용을 ‘성전(聖典)’처럼 중시하는 온 국민의 인식에 비해 그 수준이 매우 낮다고 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교과서에 관한 연구의 흐름을 개관해보면, 어느 시기에도 지식 주입·전수를 위한 교과서를 만들겠다는 교과서관(敎科書觀)을 나타낸 적은 없었으며, 최근에 이르기까지 오랫동안 논의된 가치관들이 거의 반복적으로 되풀이되어 왔다. 이러한 사실은 교과서의 발전은 교과서 정책·제도의 허용 범위를 벗어나지 못한다는 것을 인식하게 하며, 이렇게 정립된 교과서관을 적극적으로 반영하려는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교과서의 창의성, 다양성 구현을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과제를 검토할 수 있을 것이다.

 

  ○ 교과서 정책을 지금까지의 규제 완화적 성격에서 위임·위탁 성격의 확대와 함께 권장·조장·허용 성격으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 인정도서를 예로 들면, 교과목에 따라 여러 가지의 인정도서가 출현할 수도 있고, 국정도서와 인정도서, 검정도서와 인정도서가 자유롭게 병용될 수도 있을 것이다. 우리의 교과서 정책을 이렇게 바꾸어나가려면 우선 ‘교과용도서에관한규정’의 관련 규정부터 재정비해야 하며 ‘인정도서의 정의’나 ‘교과용도서의 선정’에 관한 조항이 우선적인 검토 대상이 되어야 한다.

 

  ○ 인정도서에 대해 ‘앞으로는 교사들이 자체 제작한 학습자료나 시중의 일반 서적도 인정 절차만 거치면 교과서로 사용될 수 있게 되며, 이를 통해 학생들의 다양한 요구를 직접 교과서에 반영할 수 있어서 지식, 흥미, 창의력을 키워주는 수준별 맞춤학습이 용이해 질 것’이라는 교육과학기술부의 설명을 적극적으로 구현하려면, 교과서의 목적을 ‘지식을 담아 학생들에게 전달하는 것’에 그치게 할 것이 아니라 ‘탐구적, 창의적, 미래지향적인 학습을 유도하고 수업방법을 개선하는 데에 적극적으로 관여할 수 있는 자료’로 바꾸어야 한다. 또 지금까지의 인정도서 확대 시책 속에 규제 완화적인 성격이 있었다면 이러한 조치들을 현장교육 혁신 중심의 인정도서 확대 조치로 바꾸어야 한다. 중요한 것은, 교육과학기술부의 교과서 정책과 행정 형태를 국·검정도서 중심에서 검·인정도서 중심으로 전환하는 일이다.

 

  ○ 우리나라의 검정기준은 일본이나 미국(텍사스, 캘리포니아)에 비해 매우 소략한 것인데도 불구하고, 교과서 전문 학자들은 교과서가 창의적이지 못하고 다양하지도 못하다는 비판에 대해 흔히 교육과학기술부의 통제와 규제가 심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이것은 우리나라 검정기준이 심사 영역별 심사항목을 현재처럼 추상적으로 진술할 것이 아니라 꼭 심사해야 할 부분에 대해 구체적이고 정교하게 진술하고 강력하게 적용해야 한다는 것을 이야기하는 것이다. 분명한 기준을 제시하여 그것만 충족하면 검정을 통과할 수 있어야 마음 놓고 창의적이고 다양한 교과서를 만들 수 있게 될 것은 당연한 논리이다.

 

  ○ 국가 교육과정은 어떠한 경우에도 그 위상을 유지해야 하며, 범국민적 합의를 거치는 관리가 이루어져야 한다. 그러나 최근의 교육과정 개정 경향을 살펴보면 국가가 언제까지 교육과정의 구체적인 내용과 교수·학습방법의 하나하나까지 일일이 관리해야 할 것인지, 그것이 바람직하고 가능한 일인지 의심스럽다. 따라서 교과서 인정제, 자유발행제를 채택하고 있는 나라들의 예에서 보듯이 교육과정 구성요소 중 목표와 평가, 지원 영역은 국가가 더욱 집중적으로 관리하고, 구체적인 내용과 방법 영역은 대폭 자율화하는 것이 발전을 촉진하는 선진적 방향이 될 것으로 보인다. 국가가 구체적인 내용과 방법에 대한 관여를 줄일수록 창의성, 다양성이 발휘될 것은 당연하다.

 

  ○ 그러나 위와 같은 제안에도 불구하고 대학입시 준비에 치중하는 초·중등교육, 학생들이 그러한 수업을 받으며 보다 많은 지식을 암기하는 데 보다 많은 시간을 투입하기를 기대하는 무한경쟁 체제 속의 획일적 교육에서는, 수업 자체가 창의적이고 다양화할 수가 없는 데서 오는 한계가 있다. 수업이 바뀔 수 없다면 교과서의 창의성·다양성은 무용한 것일 수밖에 없는 것이다.

  교과서의 창의성·다양성으로 추구하는 가치의 구현은, 교사의 자유로운 교재 선택 즉 교과서 공급면의 다양화로는 미흡할 수밖에 없으며 기본적으로 학생들이 개인별로 자유롭게 교재를 선택하고 활용할 수 있을 때 이루어질 것이다. 교사는 교육과정에 따라 단위수업을 지휘하고 안내할 수는 있지만 학습을 하는 것은 학생이므로 학생들의 사고활동이 자유롭고 개인적이고 창의적이고, 따라서 그들의 개성만큼 다양할 때 비로소 그 가치가 실현될 수 있는 것이다.

  우리의 초·중등교육이 대학입시에 얽매이지 않고 독립적으로 이루어지면서 ‘교과서 중심 교육’을 벗어나 ‘교육과정 중심 교육’이 이루러질 때, 학교라는 곳에서 교육과정 운영을 중심으로 한 계획-실천-평가의 진정한 순환과정이 이루어질 수 있을 때, 교과서의 창의성과 다양성은 매우 중요한 작용을 하게 되고, 따라서 우리 교과서는 무한한 발전을 이루어나갈 것이다. 교과서는 교사와 학생들이 함께 읽고 뜻을 새기고 암기하는 교재가 아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