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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세월의 끝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를 기대하며 쓰는 편지
교육과정·교과서

독도의용수비대

by 답설재 2010. 9. 16.

국정교과서는 국가가 저작권을 가진 교과서입니다. 옛날과 딜리 교육부 직원들이 직접 책을 쓰지는 않고 연구기관 또는 대학 등에 위탁하여 편찬합니다.

국정교과서 뒤의 판권 페이지에는 연구진과 집필진, 심의진도 표시되고, 그 연구진에는 교육과학기술부 담당자도 들어가게 됩니다.

 

전에는 교육부 담당자가 심의진에도 들어가고 심지어 집필진에도 들어갔습니다. 말하자면 담당자는 연구, 집필, 심의 등 모든 면을 다 책임지고 일 처리를 한다는 뜻이었습니다.

그러나 제가 사회과 교과서 담당자로 일할 때는 형식적으로 제 이름을 넣은 것이 아니라 저도 상당 부분을 집필했습니다. 제6차 교육과정 때의 사회과 교과서는 한국교육개발원 사회과연구실에서 편찬했는데, 6학년 2학기 '세계의 여러 나라' 단원은 끝내 마음에 들지 않아서 제가 막판에 원고를 모조리 새로 써서 책을 만들었습니다.

 

그때의 사회과 교과서들을 들여다보면 그렇게 제가 직접 쓴 원고가 다 보입니다. '이것도 내가 썼고……, 그때 이런저런 일이 있었지.'

아래에 소개하는 「독도의용수비대」도 제가 쓴 원고입니다.

 

어떤 내용을 넣으면 좋을까 고민하던 일요일 아침, 『월간조선』 1995년 1월호 부록 『한국인의 성적표』를 뒤적이다가 아래의 글을 발견한 것입니다. '해방 50년 한국인의 50대 성취, 1954년 독도수비대 창설, 일본에게 한 치의 땅도 내줄 수 없다는 충의로 독도를 지켰다.'

 

이 내용을 반으로 줄여서 실은 것이 아래의 교과서 두 페이지입니다. 멋지게, 아이들이 읽기 좋게, 그러면서도 중요한 내용은 다 들어가게 잘 줄였는지 한 번 보십시오.

그 일요일 오전 한나절이 그립습니다.

이 원고가 실린 교과서는 저작권자 교육부, 편찬자 한국교육개발원, 발행 및 인쇄인 국정교과서주식회사, 초판발행 1996년 9월 1일로 되어 있는 4학년 2학기 『사회과탐구』 입니다.

 

 

 

                             

 

                                

 

  

 

 

밑줄 친 곳은 읽으면서 '아, 이런 얘기는 넣어야 하겠구나' 싶었던 부분이었던 것 같습니다.

 

 

                                                               

 

 

 

 

 

 

 

 

이 교과서가 나온 그해 가을인가 겨울, 어느 여성이 정부중앙청사 휴게실에서 저를 찾았습니다. '내가 뭘 잘못했나?' 생각하며 내려갔더니 마음씨 좋게 생긴 아주머니가 일어서며 저를 맞이했습니다. 순간 긴장이 풀렸습니다. 옆에 앉아 있던 젊은 분이 그 아주머니를 소개했습니다.

"이분은 고 홍순칠 대장의 부인입니다."

"아, 예-."('내가 무슨 얘기를 잘못 썼나?')

"선생님, 여기 근무하는 분들도 선생님이신가요?"

"아, 예……"

"선생님, 고맙습니다. 홍 대장이 이제 하늘에서 제대로 눈을 감을 것입니다. 자신의 얘기가 교과서에까지 실렸으니까요."

 

우리는 그 휴게실의 150원짜리 커피를 마셨는데 그 돈을 기어이 그분이 냈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덧붙였습니다.

"혹 독도에 가시고 싶으면 연락 주세요. 다른 건 드리거나 약속할 게 없고, 그거 한 가지는 해드릴 수 있습니다."

당시는 독도에 아무나 드나드는 때가 아니어서 제게는 참 특별한 선물이 생긴 건데, 1999년 가을, 해군에서 기회를 마련해주어 독도를 구경할 수 있었습니다.

 

저는 그날 그 아주머니를 잊을 수가 없습니다. 홍순칠 대장은 그런 분을 부인으로 둔 분이기 때문에 독도의용수비대장을 할 수 있었을 것입니다.

 

 

<덧붙임>

① 그분의 성함도 전화번호도 다 잊고 말았습니다. 그래서 연세가 얼마인지, 잘 계시는지…… 그것도 알 길이 없습니다.

② 그러다가 제7차 교육과정이 나왔고, 그 교육과정이 만들어질 때 교육연구사라는 하급 공무원이었던 저는, 드디어 제7차 교육과정을 다 책임지는 과장이 되었는데, 이번에는 교과서에 독도가 별로 나오지 않는다고 역사학자들이 저를 보고 신문에 '매국노'니 뭐니 했습니다. 교과서는 2300여 종이나 되고, 그건 담당 과장이 만드는 게 아니라 매국노니 뭐니 한 학자들과 교원들이 다 만드는 겁니다. 과장은 그렇게 만들도록 지원하는 일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