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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세월의 끝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를 기대하며 쓰는 편지
아, 독도!

안동립이 그린 독도 3 (독도의 섬 수를 조사 기록한 사람)

by 답설재 2010. 8. 19.

'독도' 하면 소축척 지도에선 점 하나 찍을 수도 없어서 아예 '독도'란 식자(植字)도 하지 않은 적이 있었다. 그러다가 '이래선 안 되겠다'는 자각이 깊어져서 대부분 점이라도 하나 찍어 독도를 꼭꼭 표시하게 된 것이다.

 

그러다 보니까 이번에는 독도가 하나의 섬이라는 고정관념에 젖어 있는 사람이 너무나 많아서 동도(東島)와 서도(西島) 등으로 나뉘어진 걸 나타낸 세밀도(細密圖)를 보면 신기하다는 듯 "어? 독도가 두 개의 섬으로 되어 있네?" 하는 사람을 여럿 보았다.  그럴 때는 나도 "그럼요, 제가 1999년 가을에 실제로 올라가본 섬은 그 중 동도였지요." 하고 자랑을 하고 싶어 묻지도 않은 사실까지 덧붙이곤 했다.

사실은 이렇게 대답했어야 했다. "두 개라니요? 보세요. 안동립이 그린 이 지도에 지금 동도와 서도만 보입니까?"  함께 두 눈으로 지도를 보면서도 새삼스레 질문한 그들도 좀 바보스럽지만, 뭣 좀 아는 체한 저도 사실은 똑같은 수준이었다는 뜻이다.

 

 

 

지도 하단 주(註)의 '두 차래'는 '두 차례'의 오기입니다. 그는 맞춤법에 관한 한 거친 사람입니다. 두 차례도 그가 독도에 딱 두 번만 들어가 봤다는 뜻이 아닙니다. 이 지도를 그리기 위한 목적으로 들어간 것만 두 차례란 뜻이겠지요.

 

 

 

지난 8월 2일 저녁, 안동립 선생은 내게 <독도는 102개의 바위섬으로 이뤄져 있다…조선닷컴 기사>라는 제목의 메일을 보내왔다.

'뭘 또 자랑하고 싶은 일을 한 건 한 모양이구나.' 싶어 열어본 그 메일은 월간 『산』 8월호에 실린 기사 전문이었다. 메일을 살펴봤더니 <조선닷컴 입력 : 2010.08.01 17:30 / 수정 : 2010.08.01 17:30>으로 되어 있으니까 조선닷컴에서 안 선생을 거쳐 내게 도착하기까지 만 하루가 걸렸으니 안 선생이 얼마나 자랑스러워했는지 짐작이 되었다.

 

더러 만나면 내가 2/3쯤(아니, 4/5쯤?) 얘기하고 그가 1/5쯤 이야기를 한다 해도 자신이 한 일을 자랑하기는 어려워서 더러 아무 말도 없이 이런 메일을 보내는 사람이다.

저번에는 '거꾸로 보는 지도'의 개념과 '각기둥으로 된 지구의' 만들기에 관한 아이디어로 특허를 내고, 그 결과로 만든 자료를 이메일로 보내며 다짜고짜 연구진으로서의 의견을 달라는 메일을 보내기도 했다. 연구진이래야 당연히 연구비는 없고 나중에 달랑 책만 한 권 보내왔다.

기사에는 위의 지도를 그리기 위해(사실은 지난번에 「안동립이 그린 독도 Ⅰ」에 소개한 그 지도) 2005년부터 3년간 독도를 드나들었고, 한 번 들어가면 사나흘씩  머물며 독도 구석구석을 훑었다는 이야기, 독도에서 30년을 살아온 어민 김성도 씨와 울릉문화원, 울릉도독도관리사무소의 도움을 받았다는 이야기 등이 소개되어 있었다.

지금은 '독도 지도' 하면 그가 전문가 대우를 받게 되었지만 사실은 그만큼 고생도 많았을 것이다. 당시만 해도 지금과 달리 일반인 출입이 더 통제되고 있을 때였으니까 오죽했을까만, 기사를 보니까 지금은 이렇게 큰소리를 치고 있다.

“독도는 우리 땅이라고 소리 높이기 전에 먼저 우리나라에 판매되고 있는 지도를 보세요. ‘독도’라는 이름을 단 섬은 있지만, 그 섬이 어떻게 생겼는지, 그 안에 뭐가 있고 우리가 어떻게 사용할 수 있는지 아무 정보가 없잖아요. 그래서 제대로 된 독도지도를 만들어 보자고 한 게 여기까지 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