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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세월의 끝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를 기대하며 쓰는 편지
내가 만난 세상

'아름다움'에 대한 오거의 주장

by 답설재 2010. 7. 22.

"'아름답다'고 하려면 상하(上下)·내외(內外)·대소(大小)·원근(遠近) 등의 모든 사람에게 피해를 끼치지 않아야 한다. 그래야 비로소 아름답다고 말할 수 있다."

 

초나라 영왕(靈王)이 장화대(章華臺)를 완성하고 그 웅장한 아름다움에 도취하자 오거(伍擧)가 그렇게 주장했다고 합니다(리빙하이(李炳海) 『동아시아 미학』 136).

 

독재(獨裁)는 박물관 유물이 된 것 같은 느낌을 줄 때가 있지만, 오히려 지금 더 심하다는 생각이 들 때도 있습니다. 이와 같은 글을 읽을 때입니다. 오거가 저 말을 하고 목숨을 잃었다는 얘기가 없는 걸 보면 영왕은 오거의 말을 경청했을 것이 분명하기 때문입니다.

 

더구나 '독재는 대통령·수상이나 하는 것'이라고 생각하면 '오산(誤算)'일 것입니다. '정치(政治)'는 우리 생활 전체에서 언제나 이루어지고 있고, 나 같으면 학교와 행정기관에서 그 독재를 자주 저질렀을 것을 생각하면 부끄럽기 짝이 없습니다. 어쩌면 아직 준비도 되지 않은 사람들에게 자율적으로 하라, 민주적으로 하라고 독려한 것도 독재에 지나지 않았을지도 모르는 일입니다.

 

 

 

 

 

도처에서 '아름다움'을 볼 수 있습니다. 여름, 저 하늘은 어떻습니까. 자연과 사람들의 행색이 모두들 무척 아름다운데도 위와 같은 상념에 젖어 또다른 아름다움을 찾고 있었습니다. 건널목을 건너려는, 폐품 실은 저 수레입니다. 그에게는 미안한 일이지만 '차라리 오늘 내가 저 사람이라면……' 그런 생각을 해봤습니다.

 

이걸 더 일찍 발견했다면 얼마나 좋았겠습니까. 나는 그걸 이론으로만 살고 있었습니다. 반성하며 살 것입니다. 오거(伍車)는 왜 이제 왔는지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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