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이 세월의 끝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를 기대하며 쓰는 편지
내가 만난 세상

창밖의 풍경 Ⅱ

by 답설재 2010. 7. 26.

지난 4월 16일에 쓴 「창밖의 풍경」이란 글의 뒷부분입니다.

 

 

지금은 이 풍경을 내다보며 지내고 있습니다. 학교에 있을 때보다는 창밖을 내다보는 시간이 더 길어졌습니다.

 

가끔 저 창가에 비둘기가 날아오기도 합니다.

창가가 넓어서 비둘기가 머물다 가기에는 좋은 곳입니다.

비둘기가 환경을 어지럽힌다고 해도 나는 끝까지 비둘기네 편입니다. 아니, 전에는 굳이 비둘기편도 아니고 인간들의 편도 아니었으나 최근에 비둘기편이 되었습니다. 이유? 언제는 평화의 상징이니 뭐니 해대다가 하루아침에 해로운 새라고 윽박지른다는 것이 말이나 됩니까! 따지고 보면 이 세상에 해를 끼치지 않고 살아가는 게 뭐가 있습니까! 그러는 인간들은 뭐가 그리 깨끗하답니까!

인간의 마음이 그렇게 간사하고 그렇게 잘 변하는 걸 저 비둘기가 얼마나 속상해하겠습니까!

 

아래 사진은 지난 3월 어느 날, 폭설이 내리던 오후입니다. 잘 살펴보면 눈발이 보입니다.

저 거리를 내다보며 이 생각 저 생각을 많이 합니다.

날마다 생각합니다.

생각하지 않고 지내는 것이 훨씬 편하지만 특별히 할 일도 없고 그러니까 그 생각이란 것이 점점 더 깊어집니다.

생각이 깊어지는 것이 그렇게 나쁘지는 않지만 깊어지는 생각을 따라가는 일은 어렵고 피곤한 일입니다.

 

언제까지 이러고 있을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해조(害鳥)가 되어,

저기서 저렇게 네거리를 내려다보는 모습이 쓸쓸하기는 마찬가지인 것 같은데

두 마리라는 게

그나마 위안을 줍니다.

 

그 글을 쓸 때만 해도 옛날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