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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세월의 끝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를 기대하며 쓰는 편지
내가 만난 세상

이 얼굴 Ⅺ (윤수일)

by 답설재 2010. 8. 2.

2008년 4월 15일의 「하인스 워드를 위한 감사패」라는 제목의 시론에서 다음과 같이 쓴 적이 있습니다.

 

하인스 워드 이후 하고 싶었던 말들이 줄을 이었고, 우리 사회가 그 분위기에 재빨리 적응해온 것은 다행스러웠다. ‘아파트’를 부른 가수 윤수일은 ‘나는 왜 남들과 다를까?’ 코 꾹꾹 누르며 울었다고 고백해서 우리를 미안하게 했다. 방송에 출연해 선망의 대상이 되는 외국인도 늘어나고 있다. 또 시골로 시집온 동남아나 중앙아시아인들을 대상으로 그들의 생활상과 애환을 소개하는 텔레비전 프로그램을 보면 우리나라가 별안간 다문화가정, 혼혈인의 천국이 된 것은 아닌지 의심할 정도가 됐다. 교육부에서는 당장 다문화가정을 위한 정책연구를 거쳐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을 보급했고, 2007년에는 국가 교육과정에 다문화에 대한 주제들이 등장했다.

 

그렇게 '코 꾹꾹 누르며 울었다고 고백한 가수 윤수일의 인터뷰 기사가, 문화일보(2010.7.28)에 한 면 가득 실렸습니다. 그 인터뷰 기사에는 또 다음과 같은 글이 보였습니다.

 

1977년 데뷔곡 '사랑만은 않겠어요'로 혜성처럼 등장할 당시 '이국적 외모의 가객'으로 주목받기 전까지 '튀기' '양놈새끼' 등 그에게 항상 따라붙은 멸시적 조롱의 단어가 그의 가슴에 씻기지 않은 생채기를 남겼다. 2008년 출간한 에세이 '길'에는 어릴 적 유달리 긴 팔다리가 더 길어질까 봐 무릎을 엉거주춤 구부렸고 팔은 깍지를 끼고 다녔으며 아침에 일어나면 피노키오처럼 솟은 콧대를 꾹꾹 눌렀다"고 적혀 있다.

 

그러던 우리 사회가 지금처럼 변한 것도 어쩌면 기적 같고, 어쩌면 대단해서 그에게 물어보고 싶기까지 합니다.

"윤수일 씨, 우리 사회가 이렇게라도 변한 이유가 뭘까요?"

① 사람들이 갑자기 착해졌다.

② 혼혈인들이 많이 반성하고 변했다(반성할 것 하나도 없지만).

③ 학교교육과 사회교육이 잘 이루어져 그 꽃이 피었다.

④ 하인스 워드 이후 혼혈인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이 많이 달라졌다. 우리 사회의 영웅주의가 강한가? 어쨌든 우리나라 사람들은 그렇게 변할 수 있는 것이 단점일 수도 있지만 이 경우에는 장점으로 작용한 것 같다.

⑤ 다른 이유(                                                        )

 

 

 

◈ 문화일보에 실린 윤수일 씨 사진을 이 원고에 실었더니 문화일보가 아니라 다음 회사로부터 초상권 침해 신고가 접수되었다는 연락이 와서 얼른 삭제했습니다. 초상권 침해를 하고 싶은 마음은 없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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