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이 세월의 끝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를 기대하며 쓰는 편지
내가 만난 세상

이 얼굴 Ⅰ(한주호 준위 ②)

by 답설재 2010. 4. 7.

 

 

 

 

저 표정들을 보라. 한 사람 한 사람…….

저처럼 다양한, 그러나 한결같이 비장한 표정들 속에 고 한주호 준위의 혼이 스며 있을 것이다.

 

2010년 4월 5일(월) 조선일보 1면에 실린 사진이다. 사진 아래에 「천안함 인양, 빠르면 10일 걸린다」라는 제목의 5단 기사가 있고, 우측에는 「공정택씨에게 돈 건넨 혐의, 전·현직 교육장 2명 소환」이라는 제목의 2단 기사도 보였다.

 

사진 설명은 다음과 같다.

 

"영웅을 보내다… UDT 사나이들 눈물의 軍歌 : 3일 오전 성남 국군수도병원 체육관에서 고 한주호 준위 영결식이 거행됐다. 고인의 UDT 동료들이 운구행렬을 막고 눈물을 흘리며 UDT 군가 '사나이 UDT가(歌)'를 부르고 있다"

 

운구행렬을 막고? 관련 기사를 찾아봤더니 「"한준위님, 저희 노래 왜 듣고만 계십니까"」라는 제목의 5단 기사가 다음과 같이 시작되고 있었다.

 

3일 오전 10시 경기도 성남 국군수도병원 체육관에서 열린 고(故) 한주호 준위의 영결식이 끝나고 태극기가 덮인 관(棺)이 체육관 밖으로 나가려던 순간 해군 UDT(특수전여단) 문석준 중령이 운구 행렬을 가로막고 외쳤다. "고 한 준위님을 이렇게 보내기 못내 아쉬워 UDT 예비역과 현역 장병들이 고인이 즐겨 부른 군가 '사나이 UDT가(歌)' 1절을 합창한 뒤 보내드리겠습니다."

'우리는 사나이다. 강철의 사나이. 나라와 겨레 위해 바친 이 목숨. 믿음에 살고 의리에 죽는 사나이. 나가자, 저 바다 우리의 낙원. 아, 사나이 뭉친 UDT. 이름도 남아(男兒)다운 수중 파괴대.'

…(후략)…

 

4월 2일의 이 신문 A2면 기사 「태극기에 덮인 영웅… 하늘도 울다」에서는 국군수도병원 안치실에서 열린 입관식이 끝나고 부인 김말순(56)씨가 "아이고, 잘 가요. 당신한테 못해 줘서 미안해요. 잘 가요."라며 오열했다는 내용이 보였고, 그 아래의 「"아빠의 '내딸 싸랑해 만히' 문자가 마지막이 될 줄은…"」이라는 제목의 기사는, 따님이 생전에 아버지로부터 받은 메시지 이야기였다.

 

'슬기, 한의원에 전화 안 했으면 아버지가 하마. 그리고 기숙사 주소 문자 보내거라. 내딸 싸랑해. 만히.'

 

우리 교육은 지금 어디쯤 가고 있을까. 도대체 어디를 헤매고 있는 걸까.

무엇을 이야기해야 할까. 부끄러워라, 우리 교육......

 

 

 

 

'내가 만난 세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창밖의 풍경  (0) 2010.04.16
‘아, 아이들이다!’  (0) 2010.04.09
이 얼굴 Ⅰ(한주호 준위)  (0) 2010.03.31
영화『클래스』Ⅱ  (0) 2010.03.30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 『교실』  (0) 2010.03.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