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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세월의 끝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를 기대하며 쓰는 편지
그림과 사진

로댕 「The Kiss」

by 답설재 2010. 4. 2.

지난 3월 19일, 「'어린 소녀 샤틀렌느'에 관한 추억(Ⅱ) - 나체체험과 체험학습의 필요성」이라는 글에서 '어린 소녀 샤틀렌느'라는 작품 감상기를 다음과 같이 소개했었습니다.

 

 

                                                                               

 

 

 

소녀는, 새벽의 산골짜기 차가운 개울물에 막 세수를 하고 여명을 맞이하고 있는 듯했다. 그 눈빛에서 아름답게 살아 있는 한 영혼이 빛살처럼 쏟아져 나오고 있어 그처럼 초롱초롱한, 그처럼 아름다운 눈빛을, 나는 실제의 인물로도 그림, 사진으로도 본 적이 없었다.

소녀는 선정적이지도 않았고 아름답지도 않았다.

…(중략)…

그런데도 '샤틀렌느', 나는 그 소녀의 눈빛만으로 누추한 내 영혼과 평범하기 짝이 없는 내 육신이 부끄러워 몸을 숨기고 싶었다. 여인에 대하여, 소녀에 대하여 나는 한 번도 그러한 눈빛을 상상한 적이 없었고 그러한 상상을 꿈꾸지도 않았었다. 아, 그러한 작품을 만들어내는 일이 인간의 손으로 가능한 일이기나 한 것일까. 조각을 하겠다고 마음먹은 저 열정적인 예술가나 학생들은, 이제 평생을 바쳐 피나는 노력을 기울이기만 하면, 메피스토펠레스의 꾐에 빠져 영혼까지 팔아먹은 파우스트처럼 언젠가 딱 한번 그러한 작품 하나쯤은 남길 수 있는 것일까.

…(중략)…

나는 지금, '샤틀렌느', 그 소녀의 머리칼이나 얼굴의 각 부분, 목, 가슴, 어깨 같은 부분을 기억하지 못하지만 아직도 그 눈동자, 그 시선만은 잊지 못하고 있다. 그 시선에 대하여 나는 그냥 "그 날 그 눈빛에서 충격을 받았다"고만 고백해야 할 것이다.

…(후략)…

 

 

그랬더니, 공감해주는 독자도 있었지만, 그렇지 않은 독자도 있었습니다. 아무래도 '왈츠'나 '애원'이 훨씬 더 감동적이라는 뜻이죠. 그 글에서 '키스'는 보여주지 않았습니다. 비교해보시면 어떨까 싶습니다. 어느 전문가는 이 작품을 다음과 같이 묘사했습니다.

 

"연인들의 뼈와 살과 근육이 떨리고 머리에서 발끝까지 전율이 흐르는 조각은 재능과 미모를 겸비한 제자 까미유 클로델과 오랫동안 불륜에 빠졌던 로댕의 생생한 체험을 담고 있다."1

 

구태여 다시 소개하는 이유를 묻는다면, 제 블로그에 오신 분들의 <유입경로> 통계에는 '여체' '아름다운 여체' '누드' 같은 것들이 있고, 그런 분들은 늘 얼마나 실망스러웠을까 싶어서 주말에 이 작품 소개하는 것으로라도 좀 보전해드리고 싶기도 했습니다.

 

  

                                   

 

            

 

The Kiss2

1886, marble, Musée Rodin, Paris.

Because of the year in which it

was created, it is likely this

sculpture was originally intended

for The Gates of Hell. Here the

woman willingly wraps her hand

around her lover's neck but

does not force him toward her.

He is involved, but the position

of his back shows some restraint.

 

 

                                  

                                           

 

                       

 

 

 

 

 

  1. 이명옥,『사비나의 에로틱 갤러리』(해냄출판사, 2002), 70쪽. [본문으로]
  2. Irene Korn,『Auguste Rodin, Master of Sculpture』(1997, Todtri, New York), PP.50~51.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