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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세월의 끝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를 기대하며 쓰는 편지
그림과 사진

가평산장호텔

by 답설재 2010. 2. 27.

  호텔 이름이 '산장'입니다. 분위기도 '산장'이었습니다. 그런 고즈넉한 호텔이 있다는 건 정말 좋은 일입니다.

  그 호텔에서 가평군교육청 초등학교 3·4학년 선생님들의 교육과정 연수회가 열렸습니다. 교사들에게 강의를 하러 간 것은 최근 병원에서 심장 주변을 '손질'하고 나온 뒤로는 처음이고 교장으로서는 마지막이 되었습니다.

 

  내가 마지막으로 근무한 남양주양지초등학교 교사로 있다가 장학사가 되어 가평군교육청으로 전근간 W 선생이 강의를 해달라고 했습니다. 심장병 치료 후유증으로 한국교원대학교 종합교원연수원 강의나 제주 어느 호텔에서 열린 한국교육개발원 초청 강의를 다 취소하거나 뿌리쳤는데, 이 연수회에는 기꺼이 갔습니다. 나에게는 남양주양지초등학교가 마지막 근무처이므로 일방적이든 편파적이든 그 학교 교직원들에 대한 내 사랑은 표현하기가 어렵습니다.

 

  선생님들은 강의를 잘 들어주었습니다. 점심을 먹으며 얼핏 들었는데, 어느 선생님이 제 강의에 전율을 느꼈다고 하더랍니다. 그런 이야기는 얼마나 영광스러운 평가이겠습니까.

 

 

 

 

  이제 나는 강의를 하러 다니면 안 됩니다. 며칠 전에, 교육부에서 어려운 일들을 해나갈 때 나를 도우며 고락(苦樂)을 함께하던, 지금은 한국교원대학교 종합교원연수원에서 근무하는 K 연구관이 소식을 전하면서, 퇴임을 하더라도 한국교원대학교 종합교원연수원 교장자격연수에는 강의를 하러 오면 좋겠다고 해서 다음과 같은 답신을 보냈습니다.

 

 

                  연구관님!

저는 한국교원대학교 연수원 강의는 그만 하면 많이 했습니다.

그걸 더 하면 그건 정말로 욕심이고,

저보다 명석한 후배들의 기회를 가로막는 짓이 될 것입니다.

이 점에 대해서는 연구관님께서 제가 나쁜 길로 들어서지 않도록 잘 지켜보시고

혹 나쁜 생각을 할 징조가 보일 때는

한때 업무로써 저를 지켜주셨듯이

가차없이 가로막고 서서

"더 이상 강의하러 오면 안 된다!"고 외쳐주시기 바랍니다.

 

 

  나는 이제 사라진 인물입니다.

  그러므로 내 모습은 초췌해도 상관은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