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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세월의 끝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를 기대하며 쓰는 편지
책 보기의 즐거움

마거릿 크로스랜드 『권력과 욕망』

by 답설재 2010. 1. 14.

아름다움의 힘

마거릿 크로스랜드 『 권력과 욕망』

이상춘 옮김, 랜덤하우스중앙 2005

 

 

 

 

 

Portrait of Marquise de Pompadour &nbsp; <루이 15세의 정부 마담 퐁파두르의 초상입니다.그녀는 왕비와 같은 권력을 누렸고 정치와 문화 등 여러 면에 큰 영향을 미쳤습니다.퐁파두르 후작부인의 추천으로 궁정화가가 된&nbsp;'프랑수아 부셰(1703-1770)의 그림>

 

 

 

최근에 이르러 '외모지상주의'가 텔레비전과 인터넷을 뜨겁게 하고 있습니다. 심지어 KBS 2TV「미녀들의 수다」라는 프로그램에서는 어느 여대생이 "키가 180cm 이하인 남자는 루저"라고 해서 말썽이 되기도 했고, 톱스타 장동건과 고소영이 사귄다는데 대해 '개그콘서트'라는 TV 프로그램에서는 "1등끼리만 사귀는 더러운 세상!" "1등만 기억하는 더러운 세상!"이라는 우스개를 방송하여 그게 유행어가 되기도 했답니다.

어쨌든 심지어 '외모도 능력'이라는 말이 '진실'이 아니겠느냐는 이야기도 공공연히 하고 있습니다.

 

미국 시카고 루스벨트대학 교수 고든 팻찌는, '외모연구소'를 만들어 30년간 '외모지상주의(lookism)'에 얽힌 현상을 연구해 왔으며, 최근까지 외모에 대해 시행된 수많은 실험˙연구 결과를 종합하여 사람은 태어나는 순간부터 외모의 영향을 받는다는 결론을 끌어냈다고 합니다.

가령 1993년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 프랜시스파리온 대학의 실험에 따르면, 신생아들도 외모에 따라 간호사들의 차별적인 보살핌을 받았을 뿐 아니라 아이 역시 생후 3개월만 되어도 예쁜 양육자에게 더 많은 관심을 나타내었답니다.1

 

어느 문화평론가는 '과학이 밝혀낸 외모의 불편한 진실'에 대한 읽을거리 중에『아름다움의 과학』(울리히 렌츠)을 으뜸으로 꼽는다면서, 그것은 꼼짝 못할 증거로 가득하기 때문이라고 했습니다. 그는 '아름다움이란 과학'이라고 한 이 책에 따르면 "외모가 아니라 사람"이라는 말을 돌리기도 어렵게 됐다면서 인류사 처음으로 우리는 타고난 외형에 적극적으로 개입할 수 있는 효과적인 수단(의학+돈)을 가진 첫 세대라고 했습니다.2

 

한 신문기자는 "아름다움은 유전자의 선물이며, 음악이나 수학적 재능과 같은 재능"이라는『미모의 역사』라는 책을 소개하면서 이렇게 전했습니다.3

"저자는 문명이 '친절한 허구'에 의존한 탓에 인간이 가장 부정직하게 말하고 끊임없이 사실을 부인하고, 가장 이중적으로 생각하는 부분이 신체적 외모라고 말한다. '영혼의 아름다움'이나 '인간적 매력'과 같은 말이 '미모'만을 냉정하게 따지지 못하게 했다는 것이다."

"20세기로 접어들며 여행 등 이동의 기회가 늘며 외모에 대한 비교와 평가의 기회가 확대되고 잡지 사진이나 상업영화가 등장하며 인간의 아름다움, 즉 미모는 하나의 독립적 가치로 인정된다. 아름다움 그 자체가 특별한 이익이 되고, 성공의 중요한 요소가 됐다. 연예인 뿐만 아니라 정치인에게도 외모 메리트가 있다."

 

연전에 위와 같은 이야기들을 '정말 그런가?' 싶게 하는『권력과 욕망』이라는 책을 읽은 적이 있습니다. 그 책에는 다음과 같은 부분이 들어 있었습니다.

 

아름다운 마담 드 에티올르는 인간이 타고날 수 있는, 그리고 신이 부여할 수 있는 모든 혜택을 부여받았다. 어머니에게서 물려받은 백옥 같은 피부와 금발에 가까운 다갈색 머리카락은 물론 ‘환상적인 눈동자’로 알려진 청록색 눈동자를 갖고 있었다. 그녀의 눈동자는 빛에 따라 때로는 갈색으로, 때로는 청색으로 변하면서 잘 치장된 그녀의 모습과 어울려 늘 신비스러운 분위기를 자아냈다. 그녀는 적당한 키에 완벽한 몸매를 갖췄을 뿐 아니라 음악에도 조예가 깊었으며, 춤과 연기 또한 뒤지지 않았다. 게다가 살롱을 벗어났을 때는 또 다른 능력이 빛났다. 그녀는 멋지게 말을 탔으며, 동물을 사랑했고, 풀과 나무와 꽃에 심취하기도 했다.작가였던 콩쿠르 형제들조차 그녀의 패션 감각을 인정했을 정도로 그녀는  오래 전부터 프랑스 여성들의 전설적인 특성으로 인정받은 특유의 재능-남과 다르게 보이도록 치장하는 본능적인 감각-을 소유하고 있었다. 그녀는 어떤 여성보다도 뛰어났으며, 모든 남성들의 마음을 끄는 묘한 매력을 가지고 있었다. 누군가 그녀와 아름다움을 겨루려고 할 때마다 언제나 승리는 그녀 편이었다. 그녀는 자신이 입는 모든 의상에 자기만의 독특한 개성을 부여하는 능력을 가지고 있었다. 게다가 그녀는 말재주도 뛰어나서 어떤 이야기나 일화를 극적이고 흥미진진하게 이끌어가는 천부적인 재능을 타고났다.(75)
1763년 12월 21일, 마담 퐁파두르는 마흔세 번째이자 생애의 마지막 생일을 맞았다. 그로부터 수주일 후 그녀는 이제 여덟 살인 한 방문객의 접견을 받는다. 이 아이는 당시 신동으로 소문난 모차르트였으며, 아버지 레오폴드, 누이동생과 함께 처음으로 파리를 방문했을 때였다. 레오폴드는 모차르트를 베르사유 궁으로 데려갔고, 그곳에서 있었던 어린 소년의 연주는 왕비와 공주들을 매혹시켰다. 소년은 또 마담 퐁파두르의 초청을 받아 그녀의 파리 거처인 엘리제궁에서 연주를 하기도 했다. 레오폴드는 퐁파두르에게서 받은 인상을 찰츠부르크에 있던 친구인 마담 하그나우어에게 편지로 전했다.
"당신은 퐁파두르 후작부인에 대해 궁금하리라 믿소. 그녀는 아직도 아름다움을 간직하고 있는 걸로 미루어 젊어서는 그야말로 눈부시게 아름다웠음이 분명하오. 그녀는 키가 크고 통통한 편이며, 균형이 잘 잡힌 몸매와 윤기 흐르는 머리카락을 지니고 있다오. 특히 그녀의 눈은 우리나라 여왕 폐하를 연상시키며, 우아함과 번득이는 지성을 아울러 갖추고 있소. 베르사유 궁전에 있는 그녀의 살롱은 드넓은 정원이 내다보이는 그야말로 지상낙원이라오. 그리고 파리에 있는 저택은 집 전체를 새로 단장해서 그 화려함과 웅장함이 극치를 이루었소. 특히 하프시코드-칠과 그림이 예술적이 정교한 수제품-가 놓여 있는 방에는 실물 크기의 그녀 초상화가 왕의 초상화와 나란히 걸려 있다오."(231~232)
베르사유 궁 사람들은 퐁파두르가 언제 숨을 거둘 것인가에 대해 수군거리기 시작했다. 성급한 사람들은 그녀의 자리를 대신 차지할 왕의 여자가 누구인지를 추측하기에 바빴다. 그러나 마담 드 퐁파두르는 죽음을 앞두고 여유 있고 당당한 태도를 보임으로써 오랜 숙적이었던 황태자조차 경의를 표하게 만들었다. 황태자는 베르니 주교에게 보내는 편지에서 “그녀는 남녀를 불문하고 누구에게서도 찾아보기 힘든 용기 있는 자세로 죽음을 맞고 있습니다. 금방이라도 숨이 넘어갈 듯 가쁜 숨을 몰아쉬면서 죽음과 싸우고 있는 모습은 우리가 상상할 수 있는 가장 참혹하고 고통스런 최후입니다.” 그는 또 라 마들랜 드 라 빌-레베크에서 온 신부가 마지막 가는 길에 평온과 희망을 주기 위해서 그녀 곁을 지키고 있다고 덧붙였다. 황태자는 결국 경건한 가톨릭교도인 자신이 최후의 승리를 거두었다고 확신했을 것이다.(237)
후작부인의 최후는 자서전이나 회고록을 썼던 여러 사람에 의해 묘사되었지만 여러 번 반복되었다고 해서 극적인 효과가 감해지지는 않는다. 시녀들은 마지막 가는 길에 말끔한 옷으로 갈아입기를 청했지만 그녀는 그들의 제의를 거절했다. 죽는 마당에 옷을 갈아입어 무엇하느냐며 고통만 더할 뿐이라고 말했다. 옆을 지키던 신부가 그만 물러가겠다고 고하자, 그녀는 농담을 던지는 여유를 보였다. “잠깐 기다리시오. 신부님, 함께 가십시다!” 그녀는 1764년 성지 주일인 4월 15일 저녁 7시 반에 숨을 거두었다.(237~238)
200년이 지난 오늘날 마담 퐁파두르가 우리에게 남긴 것은 무엇일까? 그녀는 널리 알려진 몇 점의 초상화와 1765년 달랑베르가 표현했던 “한 줌의 재”보다는 분명 더 많은 것을 우리에게 남겼다. 그녀의 초상화들은 권력의 최고봉에 있던 당당함을 잘 보여주고 있으며, 화려한 드레스와 고상한 서적들, 신비한 눈동자, 스페니얼 강아지 이네스 등 부수적인 배경이 그녀의 얼굴과 몸매보다 관람자들의 시선을 더 끌고 있다. 그녀는 변화무쌍했던 자신의 삶처럼 초상화마다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매번 달라지는 그녀의 모습은 항상 다른 사람으로 변신하려고 노력했음을 나타내고 있으나 어느 초상화에서든지 우아한 자태를 잃지 않고 있다.(249)
재능이 풍부하고 훌륭한 교육을 받았던 잔-앙투아네트 푸아송은 베르사유 궁전에 입성하기 전부터 노래나 춤, 연기에 능했을 뿐만 아니라 그림과 조각에도 조예가 깊었다. 또한 여러 분야의 책들을 두루 섭렵하는 등 다방면에 걸쳐 못하는 것이 없었다. 이 모든 재능은 그녀를 구성하는 일부분이었으며, 그녀는 복잡하고 번거로운 삶 속에서도 평생 이 재능을 추구하는 데 많은 시간을 투자했다. 그녀는 모든 종류의 책들을 끊임없이 자신의 서재로 모아들였으며, 젊은 시절 파리의 살롱에서 만났던 크레비용이니 볼테르, 마르몽텔을 비롯한 여러 작가들과도 계속 친분을 유지하며 적극적으로 후원했다.(257)

 

 

참고로 '옮긴이의 말'에서 몇 마디, 앞뒤 표지에 적힌 글도 옮겨보겠습니다.

 

<옮긴이의 말>에서

 

․ 루이 15세의 애첩으로 왕실을 손아귀에 쥐고 흔들었으며, 프랑스 역사와 문화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 인물.․ 그녀의 삶은 크게 두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하나는 성(性)적 매력과 미모라는 타고난 장점을 최대한 이용해서 절대권력을 휘두른 여걸이었다는 점이다. 또 하나는 예술에 대한 뜨거운 사랑과 관심으로 프랑스뿐만 아니라 세계 문화 발전에 엄청난 영향을 미친 예술계의 후원자였다는 점이다.․우리의 삶은 여러 모습이다. 그러나 그 삶이 영원한 생명을 지니려면 열정이 살아 있어야 한다. 우리 삶을 대표하는 무언가에 몸과 마음과 영혼까지 쏟아부어야 한다.

 

<표지>에서

․ 매혹적인 외모와 세련된 화법으로 자신의 야망을 철저히 숨기며 19년간 최고의 권력을 공유했던 ‘왕관없는 여왕’, 마담 드 퐁파두르. 그저 한 남자의 연인으로 만족하지 않고 천천히 권력의 정점을 움켜쥔 그녀의 드라마틱한 유혹 전략 ․ 마담 드 퐁파두르는 역사를 움직인 ‘왕의 정부’ 중에서도 가장 필적할 만한 인물이다. 그녀는 루이 15세와의 ‘성적인 애정 관계’를 적절한 타이밍에 ‘동반자적 우정’으로 전환하는 능력을 발휘했으며, 19년간의 장기 집권을 통해 아주 길고 특별한 파트너십을 이루었다.또한 그녀는 18세기 프랑스의 정신과 문화 그리고 예술을 부흥시키는 데 지대한 공헌을 했으며, 이 흥미진진한 평전은 긴 세월 동안 절대권력을 공유했으나 베일에 조심스럽게 가려져 있던 마담 드 퐁파두르의 일생을 생생하게 재현하고 있다는 점에서 특별하다. 프랑스 혁명이 일어나기 직전의 정치․문화적 배경은 물론, ‘절반의 권력’을 누린 마담 드 퐁파두르를 통해 18세기 유럽에서 여성의 지위와 권리가 얼마나 제한되어 있었는가를 역설적으로 보여준다. ․ “나는 그를 사랑했다. 19년이란 긴 세월 동안 나는 진심으로 그를 사랑했다. 그의 옆에 있기 위해서라면 무슨 일이든 못할 게 없었다. 그러나 그가 왕이 아니었다면…… 나는 결코 그를 사랑하지 않았을 것이다.”그녀의 생존 기반은 단 하나, 절대권력을 가진 왕의 사랑이었다. 그러나 그녀는 ‘불감증’이라는 치명적인 약점을 가지고 있었고, 그래서 평생 동안 왕 앞에서 오르가슴을 연기해야 했다.‘욕망의 끝’과 ‘권력의 생리’를 일찍부터 간파한 그녀는 왕을 절대로 독차지하지 않았다. 호시탐탐 그녀를 노리는 궁정 안의 경쟁자들을 물리치고 왕의 마음을 붙잡기 위해, 어린 소녀를 직접 골라 루이 15세에게 바친 것도 그 때문이었다. 물론 교육도 제대로 받지 못한 열네 살의 소녀가 자신에게서 왕을 빼앗지 못할 거라는 자신감과 확신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그녀의 어머니는 “네 딸은 장차 왕의 여인이 될 것이다”라는 점성가의 예언을 들었고, 그녀의 첫 남편은 “네 아내는 왕과 사랑에 빠졌다”는 한 마디로 결혼을 정리당했다.가장 화려하게 살다가 가장 외로운 죽음을 맞았던 여인, 마담 드 퐁파두르. 그녀의 파란만장한 삶을 통해 남녀가 존재하는 한, 역사의 영원한 화두로 존재할 ‘성과 권력’의 코드를 읽는다.

 

 

 

<마담 퐁파두르를 그린&nbsp;'프랑수아 부셰'의 다른 작품>

 

 

 

 

  1. 고든 팻찌 지음, 한창호 옮김,『외모, 상상 이상의 힘 룩스(looks)』에 대한 김남인 기자의 서평(조선일보, 2009. 10. 10. A. 18.) [본문으로]
  2. 중앙일보, 2009.10.31, 22면, 조우석 칼럼「과학이 밝혀낸 외모, 그 불편한 진실」 [본문으로]
  3. 아서 마윅 지음, 채은진 옮김,『미모의 역사』(말글빛냄, 2009)에 대한 하연옥 기자의 책 소개 「이젠 탁 털어놓고 말하자, 미모는 또 다른 재능이라고…」(중앙일보, 2009. 10. 31).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