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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세월의 끝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를 기대하며 쓰는 편지
그림과 사진

아름다운 대표들

by 답설재 2009. 7. 24.

어제 한 신문 1면 사진 설명입니다. “국회 최악의 난투극 : 22일 국회 본회의에서 국회의장 직권상정으로 미디어법안이 차례차례 통과되자 민주당 의원들이 의장석을 둘러싸고 있는 한나라당 의원들을 향해 뛰어들며 항의하고 있다. 여야는 이날 본회의장 안팎에서 고함과 욕설을 주고받으며 최악의 난투극을 벌였다.”(조선일보, 2009.7.23.A1면)

오늘 그 신문의 오피니언 란의 시론은 이렇게 시작되었습니다. “그것은 한편의 참담한 코미디였다. 법안은 이미 누더기가 되어 있었다. 그것을 통과시키자고 본회의장을 사전에 점거하고 스크럼을 짜 의장석을 에워싼 이들이며, 그들을 대상으로 고함을 지르고 몸을 날리는 이들이며… 도대체 이런 악다구니의 이유가 무엇인가? 우리는 도대체 언제까지 이처럼 참담한 자기모멸을 겼어야만 하는가?”(윤석민,「미디어법 개정, 모두가 敗者였다」)

이 소개가 무의미하거나 지겨울까요? 사설도 보았습니다. 이런 구절이 보였습니다. “18대 국회에선 여야의 의견이 맞선 쟁점법안이 협상을 통해 타결되거나 정상적 표결로 처리된 경우가 거의 없다. 작년 9월 소집된 첫 정기국회부터 이번 임시국회까지 파행과 난투극은 18대 국회를 상징하는 코드처럼 돼버렸다.” “여당은 소수 야당을 무시하기 일쑤였고, 야당은 극한투쟁이란 구시대적 발상에서 헤어나질 못했다. 이 과정에서 헌법 49조에 규정된 ‘다수결에 의한 국회 운영’이란 기본 원칙은 헌신짝처럼 내팽개쳐졌다. 대한민국 국회에서 몸싸움이 벌어지는 것이 더 이상 뉴스가 되지 않는 지경에 이르렀다.”(사설「이렇게 가면 18대 국회는 역대 최악으로 기록될 것」)

국회에 대한 기사를 보면 답답하고 화도 나고 때로 한심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던 것이 이제 ‘참 미안하구나’ 하게 되었습니다. 국민들에게도 미안하고 그 국회의원들에게도 미안한 일입니다. 우리가 회의문화에 대한 교육을 제대로, 철저히 했더라면 그럴 리가 없기 때문입니다. 제가 교육을 맡은 기간만 해도 자그마치 41년째입니다. 그러고 보면 한때 답답해하고 화도 내고 때로 한심해한 것이 스스로 참 어처구니없고 송구스러울 뿐입니다.

  

 <한자리에 모여 함께 만든 전교어린이회 회장단 선거 입후보자들의 벽보 : 일부>

 

<"기호 1번 ○○○", "기호 2번 ●●●"… 얘들은 투표권도 없는 제가 지나갈 때 더 크게 외쳐댔습니다.>

 

<공약 토론회 녹화방송 준비>

 

<투표>

 

<개표>

 

회의문화에 대한 교육은 주로 특별활동을 통해서 이루어집니다. ‘학교 교육과정 자율화’ 시책과 이른바 ‘미래형 교육과정’에서는 재량활동과 특별활동을 통합해서 가르쳐도 좋다고 하는데, 그러면 회의문화에 대한 지도 같은 건 더 소홀해지지 않을까, 걱정스럽기도 합니다. 훌륭한 견해를 가진 분들이 결정하고 있으므로 기다려보면 되겠지요.

지난 16일, 올 2학기 자치회 대표 선거를 치렀습니다. 그날 오후에 당선된 아이들을 만나보았고, 이튿날에는 교장실로 찾아온 낙선자들을 위로해주었습니다. 다 우리가 사랑하는 아름다운 아이들, 아름다운 대표들입니다. 그들이 있어서 우리가 살아갑니다. 바로 그 이유로, 당선이나 낙선이나 그들에게 힘이 되기를 기원하는 것입니다. 다행히 그들은 ‘죽기 살기’로 다투지는 않으니까 다만 엉뚱한 결정만 내리지 않으면 됩니다. 별 것 아니지만 엉뚱한 결정을 내리는 경우도 있었고, 그 결정을 존중하지 않을 수 없었던 적도 있었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