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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세월의 끝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를 기대하며 쓰는 편지
그림과 사진

봄운동회 스케치

by 답설재 2009. 6. 24.

 

촬영 : 문혜란 님(1~2 황은비의 어머니)

 

 

 

   ‘양지교육 프로그램’이란 이름으로 마련하는 수많은 날들의 허다한 활동에서 저 ‘촉 트는 풀잎’ 같은, ‘뜰에 노니는 햇병아리’ 같은, ‘하늘 오르는 아지랑이’ 같은 것들은(박재삼,「천지무획(天地無劃)」), 저것 좀 봐! 두 팔 두 손에 힘을 모으고, 입술에도 힘을 주고, 눈을 부릅뜨고 덤벼들지 않는가. 아, 우리가 연출하여 생성되는 저 ‘리얼리티’가 얼마나 신기한가. 별것 아닌 장면에서도 그렇게 살아주는 ‘저것들’이 얼마나 고마운가.

 

 

촬영 : 김신아 님(2~5 이승채의 어머니)

 

 

 

미소를 띤 아이는 가소롭다는 뜻일까, 노려보는 아이는 붙어봐야 안다는 뜻일까, 그리하여 최선을 다하겠다는 각오일까. 그래서 어느 아이가 이겼을까?

 

 

촬영 : 김해경 님(1~2 권민우의 어머니)

 

 

 

미니볼링 판이 벌어졌다. 아직 쓰러지지 않은 플라스틱 병 하나가 저 아이의 동작을 저렇게 만들고 있다. 오른쪽 아이의 동작에도 플라스틱 병들 가까이 다가간 배구공의 아슬아슬함과 미구에 전개될 상황 앞의 즐거운 긴장감이 배어 있다. 그 아슬아슬함과 긴장감 외에는 아무것도 없기 때문에 저 동작들이 저렇게 사랑스럽고 귀엽고, 그렇기 때문에 “교육은 좋다."

 

 

촬영 : 심재경 님(1~3 양지혁의 어머니)

 

 

 

무얼 하고 있다는 걸까, 단 두 명도 동일하지 않은 저런 몸놀림으로. 그래도 1학년 교사들은 저게 ‘새천년체조’라고 여긴다. ‘어떻게 하는 거지?’ 고개를 돌린 몇 명의 시선은 지금 구령대에서 시범을 보이는 아이들에게 가 있을 것이다. 그렇다. 그것이 교육이다. 구구각각의 아이들이니까 구구각각의 새천년체조가 모여서 ‘하나의 새천년체조’가 된다.

 

 

촬영 : 남영아 님(2~2 박미나의 어머니)

 

 

 

우리 학교에는 특별한 도우미들도 있다. 안전생활, 독서지도, 체험학습, 체육예술활동 도우미들이다. 해마다 3월의 신문에는 학부모들의 원성을 취재한「우리가 학교의 심부름꾼이냐!」는 기사가 등장한다. 그럼에도 우리는 이렇게 하고 있다. 그것도 아직은 최소한이어서 더 늘여야 한다. 우리는 저들을 그렇게 ‘부려먹으면서도’ 얼굴을 알려주지도 않는다. 그건 아이들만 주인공이기 때문이다. 교사나 명예교사나 조연(助演)이기 때문이다. 조연이 ‘앞으로 나서면’ 모든 것이 이상해지고 엉망진창이 되기 때문이다. 주연(主演)의 조연에 대한 고마움은 ‘수상자 소감’이나 인터뷰에 나온다. 우리는 그때를 기다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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