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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세월의 끝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를 기대하며 쓰는 편지
내가 만난 세상

가을葉書 Ⅵ -이제는 부칠 데도 없는-

by 답설재 2008. 11. 27.

창(窓)만 있으면 단풍든 나무가 남아 있는지 확인하며 보류(保留)해오다가

오늘 그걸 포기하기로 했다.

“가을…….”

감상에 젖어도 좋을만한 날에

부끄러운 겨울감기에나 걸려서

그 달은커녕 새 달이 다 지나도 그걸 떨쳐버리지 못하고

이 교장실은 서향집 이층이고, 더구나 IMF 때 지어서 일년이 여름 아니면 겨울이기 때문에 내 몸이 그 변화에 적응하지 못해 이 모양이라는 핑계 거리나 찾고, 시간만 있으면 병원에 가면서도

‘아직은 겨울은 아니지’ 하다가

오늘, 종일 비 내리는 날, 그걸 포기하기로 했다.

조금 여유롭게 포기하고 지내야 덜 아플 것이기 때문이다.


이제 내게로 오는 시선(視線)이 없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없어졌기 때문이다.

그걸 섭섭해하거나 참담해하지 않아야 한다.

들려오는 소리라도 알뜰하게 들으며

내가 나를 바라봐주는 시선만으로도 충분하고 풍족하다고 여겨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