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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세월의 끝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를 기대하며 쓰는 편지
내가 만난 세상

「Monaco」, 삶이 그렇게 흐른다면…

by 답설재 2008. 9. 2.

2021.1.19(화). 폭설 이튿날에 덧붙임.

 

 

 

삶이, 그렇게 흐른다면, 누가 힘들어하겠습니까.

 

지나가버린 세월의 장면들이 떠오릅니다. 사람들이 그리워집니다. 들판에 홀로 남은 것 같습니다. 이제 정년이 얼마 남지 않았지만, ‘괜찮다, 그래도 괜찮다’ 스스로 위로합니다. 1972년, 초겨울 눈 내리는 날, 48세에 세상을 떠난 우리 어머니, 너무 일찍 이승을 떠났으므로 저승에서 마저 늙었을 그 어머니…… 일곱 살 때부터 '죽도록' 농사일만 하다가 늙어서는 세상의 온갖 병을 다 앓다가 간 우리 아버지…… 그분들의 속을 썩인 일들도 이제는 거의 가슴 아프지 않습니다. 그분들도 다른 말씀 않고 “그래, 괜찮다, 괜찮다.” 하실 것 같습니다. 나에게 시집 오면 오순도순 살아갈 수 있을 것 같았는데, 그럴 듯한 거짓 약속조차 없이 결국 신산(辛酸)한 세월만으로 채워진 근 사십 년, '어느 누구라도 이보다는 낫지 않을까?' 생각할 아내에게는, 내가 얼마나 형편없는지 다 알았을 테니까 아무 말 말고 이제라도 착한 마음을 보여주면 다 해결될는지…… 나의 일들은, 이승에서는 이루어지지 않을 그 꿈들은 어쩔 수 없게 되었고, 이루어지지 않은 꿈들을 아직도 생각해야 하는 미련이 서러운 일이지만, 서러운 만큼 안타깝지는 않습니다. …….

 

「Monaco」

“실없는…….” 하고 어처구니없어할 것입니다. 그렇지만 누구에게나 똑같이 들린다면 누구 한 명이 대표로 들으면 될 것입니다. 그렇게 들은 사람이 여러 사람에게 설명해주면 될 것입니다.

 

「Monaco」

풀벌레 소리와 애잔한 멜로디, 파도소리가 들리고 고적(孤寂)한 토킹(talking)이 이어집니다. 낭만적인 여성보컬, 모든 걸 다 아는 듯, 서정적인 여성이 번갈아 대화를 나누고 있습니다.

 

1970년대였는지 80년대였는지…… 간간히 들었습니다.

언제나 '낭만적’이었습니다. 대학입시에 실패한 그 1966년 봄, 모든 것 다 잊고 잊어버리기로 하고 버리고 다 버리고 그 바닷가 해수욕장, 드디어 겉잡을 수 없이 불어나던, 아름답거나 요염한 비키니들이 “우리는 이렇게 산다? 알겠니? 세상에 무슨 어려움이 있겠니?” 그렇게 주장하면서, 삶의 터전은 오로지 그 모래밭, 그 파도, 수평선, 밤이면 그 별빛, 그 카바레의 어두컴컴하고 시끌벅적한 별천지의 흥청거림뿐이었고, 그들에게는 그 낭만만이 삶의 수단인 것 같았던, 바로 그런 낭만입니다.

 

Monaco, 프랑스의 귀퉁이, 지중해 연안의 도시국가입니다. 아름다운 해변의 카지노와 관광의 천국. 휴양지 몬테카를로, 그 나라 왕비가 되어 살다가 자동차 사고로 죽은 배우 그레이스 켈리, 그의 우아한 눈동자는 『하이눈 High Noon』에서 보았습니다. 숱한 염문을 뿌리고 다닌, 그녀의 딸 스테파니 공주 이야기도 읽었습니다.

 

그레이스 켈리는, 음악처럼 살고 싶어서 그 나라 왕에게 시집을 갔을까요? 남들이 뭐라 하든 말든, 음악처럼 살다가 갔을까요?

장 프랑스와 모리스(Jean Francois Maurice)는 그 신비한 나라, 낭만의 도시국가, 그곳에서의 그녀의 사랑을 노래한 것일까요?

 

 

                                                      ☞  https://youtu.be/AfFb42-MqF8

 

  모나코의

  너무나도 무더운

  28℃의 그늘에서

  세상엔 오직 우리 둘뿐이었죠

  모든 것이 푸르렀고

  모든 것이 아름답기만 했습니다

  그대는 두 눈을 지그시 감았고

  태양은 드높았지요

  그대를 어루만지는

  내 손은 뜨거웠지요

 

  아무 말도 하지 마세요

  마음이 이끄는 대로 나를 안아주세요

  나는 행복하답니다

  사랑이 우리 곁에 있으니까요

  우리는 행복해요

 

  모나코

  28℃의 그늘 아래에서

  그대는 아무런 말도 없습니다

  나는 담배를 껐습니다

  여전히 뜨거운 날씨였지요

  그대의 입술은 야생과일처럼

  향기가 가득했죠

  그대의 머릿결은

  황금빛 물결 같았지요

  그대는 내 마음을 빼앗았지요

  아무런 말도 마세요

  사랑이 우리 곁에 있으니까요

 

 

Monaco.

삶이 그렇게만 흐른다면, 누가 서러워하겠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