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이, 그렇게 흐른다면, 누가 힘들어하겠습니까.
지나가버린 세월의 장면들이 떠오릅니다. 사람들이 그리워집니다. 들판에 홀로 남은 것 같습니다. 이제 정년이 얼마 남지 않았지만, ‘괜찮다, 그래도 괜찮다’ 스스로 위로합니다. 1972년, 초겨울 눈 내리는 날, 48세에 세상을 떠난 우리 어머니, 너무 일찍 이승을 떠났으므로 저승에서 마저 늙었을 그 어머니…… 일곱 살 때부터 '죽도록' 농사일만 하다가 늙어서는 세상의 온갖 병을 다 앓다가 간 우리 아버지…… 그분들의 속을 썩인 일들도 이제는 거의 가슴 아프지 않습니다. 그분들도 다른 말씀 않고 “그래, 괜찮다, 괜찮다.” 하실 것 같습니다. 나에게 시집 오면 오순도순 살아갈 수 있을 것 같았는데, 그럴 듯한 거짓 약속조차 없이 결국 신산(辛酸)한 세월만으로 채워진 근 사십 년, '어느 누구라도 이보다는 낫지 않을까?' 생각할 아내에게는, 내가 얼마나 형편없는지 다 알았을 테니까 아무 말 말고 이제라도 착한 마음을 보여주면 다 해결될는지…… 나의 일들은, 이승에서는 이루어지지 않을 그 꿈들은 어쩔 수 없게 되었고, 이루어지지 않은 꿈들을 아직도 생각해야 하는 미련이 서러운 일이지만, 서러운 만큼 안타깝지는 않습니다. …….
「Monaco」
“실없는…….” 하고 어처구니없어할 것입니다. 그렇지만 누구에게나 똑같이 들린다면 누구 한 명이 대표로 들으면 될 것입니다. 그렇게 들은 사람이 여러 사람에게 설명해주면 될 것입니다.
「Monaco」
풀벌레 소리와 애잔한 멜로디, 파도소리가 들리고 고적(孤寂)한 토킹(talking)이 이어집니다. 낭만적인 여성보컬, 모든 걸 다 아는 듯, 서정적인 여성이 번갈아 대화를 나누고 있습니다.
1970년대였는지 80년대였는지…… 간간히 들었습니다.
언제나 '낭만적’이었습니다. 대학입시에 실패한 그 1966년 봄, 모든 것 다 잊고 잊어버리기로 하고 버리고 다 버리고 그 바닷가 해수욕장, 드디어 겉잡을 수 없이 불어나던, 아름답거나 요염한 비키니들이 “우리는 이렇게 산다? 알겠니? 세상에 무슨 어려움이 있겠니?” 그렇게 주장하면서, 삶의 터전은 오로지 그 모래밭, 그 파도, 수평선, 밤이면 그 별빛, 그 카바레의 어두컴컴하고 시끌벅적한 별천지의 흥청거림뿐이었고, 그들에게는 그 낭만만이 삶의 수단인 것 같았던, 바로 그런 낭만입니다.
Monaco, 프랑스의 귀퉁이, 지중해 연안의 도시국가입니다. 아름다운 해변의 카지노와 관광의 천국. 휴양지 몬테카를로, 그 나라 왕비가 되어 살다가 자동차 사고로 죽은 배우 그레이스 켈리, 그의 우아한 눈동자는 『하이눈 High Noon』에서 보았습니다. 숱한 염문을 뿌리고 다닌, 그녀의 딸 스테파니 공주 이야기도 읽었습니다.
그레이스 켈리는, 음악처럼 살고 싶어서 그 나라 왕에게 시집을 갔을까요? 남들이 뭐라 하든 말든, 음악처럼 살다가 갔을까요?
장 프랑스와 모리스(Jean Francois Maurice)는 그 신비한 나라, 낭만의 도시국가, 그곳에서의 그녀의 사랑을 노래한 것일까요?
☞ https://youtu.be/AfFb42-MqF8
모나코의
너무나도 무더운
28℃의 그늘에서
세상엔 오직 우리 둘뿐이었죠
모든 것이 푸르렀고
모든 것이 아름답기만 했습니다
그대는 두 눈을 지그시 감았고
태양은 드높았지요
그대를 어루만지는
내 손은 뜨거웠지요
아무 말도 하지 마세요
마음이 이끄는 대로 나를 안아주세요
나는 행복하답니다
사랑이 우리 곁에 있으니까요
우리는 행복해요
모나코
28℃의 그늘 아래에서
그대는 아무런 말도 없습니다
나는 담배를 껐습니다
여전히 뜨거운 날씨였지요
그대의 입술은 야생과일처럼
향기가 가득했죠
그대의 머릿결은
황금빛 물결 같았지요
그대는 내 마음을 빼앗았지요
아무런 말도 마세요
사랑이 우리 곁에 있으니까요
Monaco.
삶이 그렇게만 흐른다면, 누가 서러워하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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