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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세월의 끝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를 기대하며 쓰는 편지
파란편지 모음 1

역사책을 더 읽혀야 하는 이유

by 답설재 2007. 8. 29.

성복 학부모님께 드리는 파란편지 

 

 

 

 

역사책을 더 읽혀야 하는 이유

- 일본의 변화와 중국의 행태를 보며 - 

 

 

 

 

  가난한 하급관리의 아들로 태어나 중학교를 중퇴하고 페인트 공을 하며 살던 히틀러Adolf Hitler는, 제1차 세계대전 때는 하사에 지나지 않았으나 독재정치의 대명사인 나치스(국가사회주의독일노동자당)를 조직하고 군비를 확장한 다음 제2차 대전을 일으킨 놀라운 인물입니다. 선동술도 탁월했지만, 나치스의 바이블이 된 그의 저서 『나의 투쟁』은 극단적인 편견에 사로잡힌 저술임에도 불구하고 그 내용이 독일 국민의 이성을 마비시킬 정도였으니 그 또한 놀라운 사실입니다. 그러나 그 책은 방대한 양에 비해 내용은 단순하여 다음과 같은 한 구절로 요약될 수 있습니다(아돌프 히틀러, 서석연 옮김, 『나의 투쟁』(하), 범우사, 1996, 29).

  

  "민족주의적 세계관은 결코 인종의 평등을 믿지 않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인종의 가치에 우열의 차이가 있는 것을 인정하고, 그러한 인식에서 이 우주를 지배하고 있는 영원한 의지를 따라 우자優者 또는 강자의 승리를 추진하고 열자劣者나 약자의 종속을 요구하는 것이 의무라고 느낀다."

  

  그러므로 그 논리에 따르면 한때 일본이 우리를 지배하고 우리가 지배를 받은 것도 강자와 약자의 의무로서의 역사가 되고 말 것입니다. 그 일본은 벌써부터 자기네들끼리는 그들이 저지른 그 침략행위들은 이야기하지 않고, 원자폭탄이 투하된 곳에 기념관을 세워 "봐라, 우리는 약자로서 이러한 슬픔을 겪었다"고 가르치고 있습니다.

 

  텔레비전에서 자민당 총재 선거 출마를 선언한 아베 신조(현 관방장관, 52세)란 인물을 보셨습니까? 혹 스마트하다고 느끼신 것은 아닙니까? 그런 분은, 그의 아내 아키에가 FM 방송 DJ 등 화려한 경력을 가지고 있고 특히 '겨울연가'를 보고 한국어를 몇 마디 배웠다는 것 등에 친근감을 느낄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잊지 말아야 할 것이 있습니다. 일본에는 그들이 저지른 만행의 역사를 왜곡하는 인물이 많지만, 차기 총리로 유력한 아베도 "종군위안부는 검정되지 않았으며, 지어낸 이야기"라는 기막힌 주장을 하고 있습니다. 그럼, 아직은 더러 생존한 이른바 그 '종군위안부'들이 "저요, 저요!" 손을 들어 몸을 팔았다는 말이겠습니까! 일본은 또한 그리 호락호락한 나라도 아닙니다. 극동연구가 헨리 노먼Henry Norman은 일본이 동양의 다른 나라와 유일하게 다른 점은 '인류가 지금까지 고안해 낸 명예에 관한 규칙들 중, 가장 엄격하고, 가장 숭고하고, 가장 정확한 것이 국민들 사이에 지배적인 영향력을 미치고 있다는 사실'이라고 단언했습니다(니토베 이나조, 양경미·권만규 역, 『사무라이』, 생각의나무, 2004, 172).

 

  아베는 메이지 유신의 열렬한 신봉자 기시 노부스케(전 총리)가 외조부이고 아베 신타로 전 외상의 아들입니다. 그는 '아름다운 나라, 일본' - 사실은 '강력한 일본' - 의 기치를 내걸고 '세계 모든 나라로부터 존경받는 아름다운 일본을 만들어 나가겠다'고 호소하고 있으며, '전면적 헌법 개정'과 '교육기본법 개정'을 전략으로 하고 있습니다. 개헌 의도는 일본의 경제 위상에 걸맞은 군사력을 갖추고 국제사회에서 상응하는 외교 발언권을 인정받겠다는 것이며, 교육기본법 개정은 일본 역사를 부정적으로 - 사실은 제대로 - 묘사하는 기존 역사관을 바로잡고, '일본인으로서의 자부심을 갖도록' 애국심을 명문화하며, 학력을 향상시키겠다는 내용입니다.

 

  그의 포부가 어떻습니까. 제가 받아들이기로는 어느 것 한 가지도 무섭지 않은 것이 없습니다. 그의 무서운 말을 한 가지만 더 보태겠습니다. "건전한 내셔널리즘과 편협한 내셔널리즘은 무엇이 다른가? 편협한 내셔널리즘은 국기를 흔들고 국가를 부르는 것이 아니라 외국의 국기를 불태우고 찢는 것이다. 일본은 그런 나라가 되어서는 안 된다." 그가 지적하는 편협한 내셔널리즘의 국가는 일장기를 불태운 적이 있는 우리와 중국이 아니겠습니까.

 

  제가 일본의 변화에 속이 타는 동안, 중국인들도 덩달아 속을 태우고 있습니다. 상하이 중·고등학교 역사 교과서가 바뀌어 마오쩌뚱과 사회주의 혁명 내용은 대폭 줄어들고 빌 게이츠, JP 모건, 뉴욕증권거래소, 우주왕복선, 신칸센, 산업혁명, 정보혁명 등을 새로 추가했다고 합니다. 말하자면, 낡은 이념에 사로잡힌 역사 교과서는 장차 세계 최고의 국가로 발전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판단에 따른 조치일 것입니다. GDP 순위 세계 6위가 된 중국이 이러한 변화를 겪는 동안 우리는 무엇을 하고 있는지 답답하여 약이 오르고 속이 탑니다. 그 중국은 또 2002년부터 '동북공정'이란 역사 연구 프로젝트를 진행하여 고구려와 발해는 중국의 변방이었으므로 한강 유역도 고대 중국 영토라고 주장하고 있으며, 찬란한 고구려 문화재를 세계문화유산으로 등록한 데 이어 최근에는 백두산과 천지를 대대적으로 개발하고 있답니다.

 

  그러나 저로서는 당장 어떻게 할 수가 없습니다. 다만, 우리 아이들이 우리 역사를 많이 읽고 그 실체를 잘 알게 되기를 바랄 뿐입니다. 역사란 그냥 정직하게 사실을 기록한 것인 줄 알고 있었는데 '역사가와 그 사실들의 지속적인 상호작용의 과정, 현재와 과거의 끊임없는 대화'랍니다(E. H. 카, 김택현 역, 『역사란 무엇인가』, 까치, 2004, 50). 우리 성복 아이들이 곧 우리 역사를 멋지게 다시 쓸 것입니다.

 

 

2006년 9월 8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