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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세월의 끝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를 기대하며 쓰는 편지
파란편지 모음 1

대답을 시키는 교육과 의문을 갖게 하는 교육

by 답설재 2007. 8. 29.

성복 학부모님께 드리는 파란편지

 

 

 

대답을 시키는 교육과 의문을 갖게 하는 교육

- GDP 순위와 우리 교육의 과제 -

 

 

 

용산전자상가에 갔습니다. 우선 한국제품을 찾았습니다. "한국에서는 이제 그런 물건은 만들지 않아요." 그래서 미국제품을 보자고 했습니다. 그 물건에서 'Made in China' 표시를 발견하고 따졌습니다. "그래도 상표는 미국상표 아닙니까? 이 상가 다 돌아다녀 보세요, 미국에서 만든 게 있는지." 오는 길에 구입한 살충제도 모든 것이 한글로 되어 있는데도 원산지만은 'Made in China'인 것을 나중에 보았습니다.

 

신문기사 한 가지가 마음을 달래주었습니다. 통계청에서 국제통화기금(IMF) 자료를 토대로 작성한 우리나라의 2005년도 GDP(국내총생산 ; 국내에서 발생한 재화와 용역의 순가치의 합계) 순위가 세계 12위라는 발표였습니다. 그 기사의 제목은 「브라질에도 밀려 GDP 세계 12위」였고, "한국의 경제규모가 2004년 인도에 이어 2005년엔 브라질에도 추월 당하면서 12위로 밀려났다"고 시작되는 걱정스런 내용이었지만(중앙일보, 2006. 8. 29), '우리 형편에 12위가 얼마나 자랑스러운가' 싶었습니다. 참고로 그 순위를 보면 1. 미국, 2. 일본, 3. 독일, 4. 영국, 5. 프랑스, 6. 중국, 7. 이탈리아, 8. 캐나다, 9. 스페인, 10. 인도, 11. 브라질, 12. 한국, 13. 멕시코, 14. 러시아였습니다. 또, GNI(국민총소득 ; GDP에서 무역으로 인한 손실과 외국인 배당금을 뺀 실제 소득)는 29위, HDI(인간개발지수 ; UNDP유엔개발계획이 매년 각국의 교육수준·국민소득·평균수명 등을 조사해 선진화 정도를 평가하는 수치로, 사회·경제 발전의 척도)는 28위라고 했습니다. 그 기사에 담긴 걱정거리를 요약해보았더니, 우리나라가 인도와 브라질에 추월 당한 것으로 보아 세계 10대 경제권 진입이 갈수록 멀어지는 것 아니냐는 것과 GDP와 GNI·HDI간의 차이가 크다는 것이었습니다.

 

이 기사를 읽으며, 만약 우리나라가 다른 나라에 앞서 교육을 제대로 바로잡는다면 - 지금처럼 지원적인 것보다 본질적인 문제에 관점을 두어 교육한다면 - 그 순위가 당장 변할 수는 없지만 장기적으로는 철판처럼 강한 기반을 마련하는 것인데, 지도자들이 이것을 알고 있는지 답답해졌습니다. 지금 우리나라 교육은, 수많은 질문에 정확하게 대답하는 능력을 기르는 데 목적을 둔, 목적을 두었다기보다 혈안이 된 교육이라고 할 수 있으나, 학생들이 장차 사회에 나아가 해야할 일의 성패와 성적은 결코 그런 대답으로 이루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미국의 인공지능학자인 로져 샨크Roger C. Schank는 '우리는 더 영리해지고 있는가'라는 글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존 브록만 엮음·이한음 옮김, 『앞으로 50년』, 생각의나무, 2002, 295∼297).

 

"지난 세기와 그 이전의 수많은 세월 동안, 교육을 받는다는 것은, …(중략)… 자신이 축적한 지식을 보여줄 수 있는 능력을 뜻하는 것에 불과할 때가 많았지만 그 사실들이 벽에 씌어져 있다면 어떻게 될까?"

 

말하자면 현재 우리가 가르치고 배우는 지식들은 컴퓨터를 통해 언제 어디서나 상시적으로 제공되므로 그런 지식들을 앞으로는 힘들여 배울 필요가 없게 된다는 뜻입니다. 그는 앞으로의 지식의 가치는 '좋은 질문'이므로, 우리가 지금 교사와 교실, 교과서를 갖고 있다는 사실은 50년 뒤에는 거의 웃음거리가 되고, 우리가 교육의 개념을 바꾸는 데 왜 그렇게 오래 걸렸는지, 왜 수능성적을 중요하게 여겼는지, 왜 답의 암기가 지능의 증거라고 생각했는지 의아해할 것이라고 하였습니다.

 

그가 말하는 '좋은 질문'이라는 것은, 아마도 지식과 정보가 급속하게 늘어나 거의 폭발할 정도인 세상에서는 그것을 하나하나 전수해주는 것이 불가능하므로, 결국 학생이 가지는 의문 자체가 필요한 지식·정보를 자율적으로 구하는 기준이 되고 학습의욕·흥미를 불러일으키는 요인이 되며, 사회에 나가서 새로운 가치를 창조해내는 힘이 되므로 '좋은 질문'이야말로 그 가치가 빛나는 것이라는 뜻일 것입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이러한 생각에 맞추어 아이들이 의문을 갖게 하고 그 의문을 자신의 힘으로 해결하면서 사고력·창의력 같은 고급의 능력을 발휘하도록 도와주는 교육으로 빨리 바꾸어야 합니다. 분명한 것은, 수많은 질문에 차근차근 대답하는 능력을 중시하는 현재의 교육은 어떤 아이에게는 안정적이고 적절한 교육이겠지만, 어떤 아이에게는 답답하고 한심한 교육일 것입니다.

 

어떻게 교육하는 것이 아이들을 더 영리하게 하는 것인가? 이 물음에 새로운 관점으로 분명하게 답할 수 있는 교육, 이러한 교육이 우리나라의 GDP 순위, GNI, HDI 순위를 1위로 만들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분명한, 가장 손쉬운 방법입니다. 그렇게 하려면 우리의 교육혁신은 바로 우리가 교육을 하는 목적, 교육내용, 교육방법, 그리고 평가방법을 거기에 맞추어 바로잡는 일입니다. 이런 관점은 일부러 먼 길을 택하는 것 같이 보이고, '좋은 질문'을 하는 아이가 때로는 마음조차 바쁜 우리 어른들을 초조하게 하더라도, 그 아이가 어떻게 성장해 가는지 좀 느긋하게 지켜보는 어른이 됩시다. 인디 시에(모건스탠리 아·태 본부 수석 이코노미스트)라는 학자도 "한국이 성장잠재력을 강화하는 데 실패한다면 중국의 일개 변방이 되거나 필리핀 같은 빈국貧國으로 추락할 수 있다"고 진단하고, "한국이 잠재성장률을 끌어올릴 수 있는 주요 수단은 우수한 인적자원을 양성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답니다(조선일보, 2006. 9. 1. 1면)

 

 

2006년 9월 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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