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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세월의 끝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를 기대하며 쓰는 편지
학교교육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것

by 답설재 2007. 10. 8.

사진 2019.4.30.

 

 

 

자신의 어선漁船에 태운 20대 젊은이 4명을 바다에 빠뜨려 살해한 범인 오씨는 165cm 가량의 키에 왜소한 체구를 갖고 있으나, 오랜 어부 생활로 바다에 익숙하고 수영에 능한 노인(70세)이었습니다.

지난 8월 31일 오후 5시쯤, 전라남도 보성군 회천면 동율리 앞 우암선착장에서 출항 준비를 하던 그에게 남녀 두 명이 다가와 배를 태워달라고 했습니다. 1시간 정도 고기잡이를 하던 그는 여대생을 성추행하려는 욕심으로 먼저 남자를 바다에 밀어 넣고 올라오려 하자 삿갓대(2m 길이 나무막대 끝에 갈고리를 매단 어구)로 내리쳐 떨쳐낸 다음, 그의 허리를 잡고 격렬하게 반항하는 여자에게도 “같이 죽어라”며 바다로 밀어 넣어 역시 삿갓대를 써서 올라오지 못하게 했습니다. 9월 25일 오전, 이번에는 20대 여성 두 명이 배를 태워달라고 했습니다. 이들을 태우고 자신의 어장에 도착하여 3시간 정도 어로작업을 한 뒤 돌아오려던 노인은 갑자기 여성 한 명의 몸을 만졌고, 반항하는 두 명과 함께 바다에 빠졌습니다. 헤엄을 쳐 배에 오른 그는 다가오는 그 여성들을 삿갓대로 떠밀어 죽게 했습니다.(조선일보, 2007. 10. 2, 12면 요약)

 

어느 소설가가 인면수심人面獸心의 노인을 소재로 소설이라도 쓸 것 같은 이 기사를 읽으며 ‘어린 시절부터 어업에 종사해온 노인에게는 2남 5녀의 자식과 10여 명의 손자손녀가 있으며, 지금은 부인과 둘이서 살고 있다.’는 기사의 끝부분이 매우 상징적으로 읽혔습니다. 노인은 자신의 손자손녀 앞에서 무슨 말을 할 수 있을까요? 아니, 그에게는 그 손자손녀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게 보이지 않은 것일까요? 그 손자손녀가 귀엽고 아름답게 보이면 이제 더없이 행복할 나이에 어떻게 그런 생각을 할 수 있었을까요?

 

이번에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것’에 대한 신문기사를 소개합니다. 평생을 생물학 연구에 바친 하두봉 서울대학교 명예교수는, 생명의 원리를 연구하는 생물학의 중요성을 널리 알리기 위해 지정된 ‘2007 생물학의 해’ 조직위원장으로, 자연의 아름다움에 대해 이렇게 말했답니다. “생물은 최고의 예술품입니다. 생물체는 정교하고 오묘하며 환경에 적합한 기능이 최대로 발달한 존재입니다. 생물이야말로 지구상에 존재하는 물체 중 가장 아름다운 예술작품이라고 생각합니다.”(문화일보, 2007. 9. 6, 27면)

 

나로서는 노학자의 고매한 사상에 이의를 제기하고 싶은 마음은 추호도 없습니다. 더구나 그의 사상은 생물학에는 문외한인 사람이 짐작만 해봐도 타당하고 존경스러운 것이기도 합니다. - 그러기에 누구나 카메라만 들면 우선 사랑하는 사람의 모습과 함께 꽃이나 푸나무의 모습을 담아보려고 하지 않겠습니까. - 그러나 그 노학자도 내가 나서서 “지구상에 존재하는 것들 중 가장 아름다운 것은 인간이 아닐까요?” 한다면, 인간은 지구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들의 주인공이므로 일단 그 인간을 제외한 설명이었다고 이야기할 것 같고, 다시 그 인간들 중에서도 아이들이야말로 가장 아름답다고 덧붙이면 “전혀 손색이 없는 표현”이라는 데 공감해줄 것 같습니다.

 

아이들을 보십시오. 어떻게 이처럼 아름다운 것이 또 있을 수 있겠습니까. 얼른 공감되지 않으면 그 눈을 들여다보십시오. 나는 그 아름다움을 글이나 말로써 설명하지 못합니다. 그러므로 선생님께서는 새삼스레 어느 아이나 무작위로 불러 한번 일삼아 들여다보십시오. 이미 다 알고 있으므로 그렇게 하실 필요도 없습니까? 그럼 선생님이 아닌 분에게나 부탁합니다. 우리 학교에 오시거든 어느 아이나 대하여 한번 그 눈을 들여다보십시오. 그렇게 하실 필요도 없이 저 아이들이 오고가는 모습만이라도 보십시오. 그러면 우리 교원들은 저 아이들이 만드는 아름다움 속에서 얼마나 ‘호화로운’ 생활을 하고 있는지 당장 알 수 있을 것입니다. 우리 교원들이 온갖 비난과 어려움 속에서도 흔들림 없이 묵묵히 지내는 그 이유가 다른 직업을 가진 이들은 짐작도 할 수 없는, 더구나 우리 교원들조차도 한마디로 설명할 수 없는 절대적인 사랑과, 무한한 책무성과, 깨뜨릴 수 없는 긍지라는 것을 짐작할 수 있을 것입니다. 어른들은 우리들 인간이 만들어가야 할 세상을 잘 모릅니다. 그러므로 마음 놓고 대답해주는 아이를 알고 있거든 그 아이에게 한번 물어보십시오. 세상은 어떤 곳이고, 우리는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 그 아이에게 한번 물어보십시오. 그리고 그 아이와 그 아이의 친구들을 소중하게 여기십시오.

 

나는 이 기회에 우리 선생님들과 학부모님들께 특별한 부탁을 드리고자 합니다. 우리 아이가 지금 어디에 있는지, 무얼 하고 있는지, 그 아이의 24시간에 대하여, 순간순간에 대하여 적어도 담임선생님과 학부모님 중 한분은 훤히 알고 있어야 합니다. 두 분 다 모르는 순간이 있다면 그것은 도저히 설명이 되지 않는 무책임입니다. 학부모님께서는 그 아이가 명실상부한 성인이 될 때까지, 담임선생님께서는 제가 그 아이를 다른 선생님께 새로 맡길 때까지 이 부탁을 잊지 마시기 바랍니다.

 

“특별히 잘 좀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