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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세월의 끝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를 기대하며 쓰는 편지
교육논단

학교교육 혁신의 메가트렌드(경기신문 0706)

by 답설재 2007. 9. 20.
 

 

 

학교교육 혁신의 메가트렌드

 

 

 

  최근 우리 교육계의 이슈는 단연 '혁신'이다.

  한심하게도 그 혁신을 지도하는 인사가 이렇게 말하는 경우가 있다. "혁신이라고 해서 대단한 것이 아니다. 그 과제는 가까운 곳에 수없이 늘려 있고, 우리는 그러한 과제들 중에서 아주 간단하고 쉬운 일부터 혁신할 수 있다. 생각만 바꾸면 혁신과제는 얼마든지 찾을 수 있다."

  정말 그런가. 혁신의 과제가 그렇게 사소하고 지엽적이어도 좋다면, 그런 것들을 변화시키는데 혁신의 이름을 빌려야 한다면, 오늘 우리가 이 시대, 이 나라 교육을 담당하고 있다는 것이 얼마나 어처구니없는 일인가.

 

  우리 교육의 혁신은 혁신의 주체가 변할 때마다 그 과제도 변하여 왔다. 그러한 변화의 흐름 때문에 교원들은 혁신과제를 주체적으로 찾지 않게 되었고, ‘이번에는 또 무엇을 바꾸자고 하는가’ ‘혹 힘들고 어려운 과제가 떨어지는 것은 아닌가’ 우려하게 되었다. 그러면서 ‘혁신, 혁신 해봤자 제대로 혁신된 것이 무언가’ 하는 비판적 시각을 표출하기도 하며, 최근에는 스스로 혁신과제를 찾으라는 요구에 어려움을 겪기도 한다.

 

  혁신은 언제나 필요하다. 우리가 하는 일은 교육이며, 교육이라는 것은 미묘하게도 그 수준향상의 한계가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 한국교육에서 혁신의 역사를 되돌아보면 교육본질면의 혁신은 거의 이루어지지 않았다.

  문제는 여기에 있다. 학교는 학생들을 대상으로 교육과정에 따라 교육을 시키는 곳인데도 불구하고 주로 교육환경, 혹은 지원행정 등 주변적인 혁신만 과제로 삼아왔기 때문에 우리는 오늘도 ‘지식주입식’ 교육을 탈피하지 못하여 심지어 ‘붕어빵 교육’이라는 조롱을 받기도 하며, 불법으로 조기유학을 보내는 학부모들이 늘어나는데도 근본적인 해결방안을 찾지 못하고 있다.

 

  물론 사소한 것, 지엽적인 것도 바꿀 수 있는 것은 다 바꾸어야 한다. “변화는 (그것만으로도 이미) 가능성의 아버지, 혁신의 어머니”이기 때문이다(존 나이스빗).

  그러나 핵심은 방치하고 주변적인 일에 노력을 집중하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다. “혁신이란 대단한 것이 아니므로 사소한 것이라도 과제로 삼아 추진하면 된다”는 말은, 혁신의 주체에게나 현장에서 실천해야 하는 그룹에게나 잠정적인 위안은 될지 모르지만 결코 도움이 되는 말은 아니다. 그러한 생각은, 변화를 두려워하고 안락함만을 추구하면서 그 자리에 정체되어 있는 사람들을 오히려 인정해주는 대단히 위험한 사고방식일 수 있다.

 

  오늘 한국교육의 혁신과제는, 매우 식상해할 지적이지만 교과서 내용전달 중심의 지식주입식 교육, 이른바 ‘붕어빵 교육’을 탈피하는 일이어야 한다. 우리는 이 과제의 해결로 우리 교육의 수준을 한없이 끌어올릴 수 있는데도 그 고질적인 폐단을 방치하고 있다. 그것을 해결하면 조기유학을 걱정할 필요도 없고, 오히려 다른 나라에서 찾아오는 학생들을 수용할 걱정을 하게 될 것이 분명한데도 공교육이 어떠니 사교육이 어떠니 하고 변죽만 울리는 세월을 너무 길게 보내고 있다.

  무엇보다, 성공적인 학습이 어떤 것이냐를 물을 때 겨우 교과서의 내용을 오랫동안 잘 암기하는 것이라고 한다면 교육이란 것이 한심한 일일 수밖에 없다.

 

  학교에서의 혁신과 행정기관에서의 혁신은 그 성격부터 다르다. 학교에서의 혁신과제는 보다 명확하다. 그것은, 각 학교에서 그 학교만의 교육과정을 잘 구성하여 제대로 실천하고 평가하고 피드백하는 일이어야 한다. 학생들로 하여금 교과서의 내용을 잘 암기하라고 하지말고, 교육과정에 따라 그 교과서를 다양하게 활용하는 수업계획을 수립하고 교육과정상의 교육목표를 충실하게 달성하는 일의 혁신이어야 한다.

  혹 교육부나 교육청에서 “이미 그렇게 하고 있지 않느냐?”고 묻는다면 “아직도 그걸 모르는가, 그렇다면 학교교육의 본질 지도는 하지 않고 무엇에 그처럼 노력해 왔는가?” 반문하지 않을 수 없다.

 

  본질에 관한 지도는 소홀하고 주변적인 것을 강조하면, 학교에서는 교과, 재량․특별활동, 생활지도에 관한 계획은 형식에 그치고 주변적 시책, 인적․물적 조건 관리 계획을 중시하는 교육계획에 치중하게 되므로 정작 가장 중요한 교과교육에서는 교과서 내용전달을 탈피할 수가 없게 된다. 가령, 교과교육에 배당되는 수많은 시간에는 이른바 ‘붕어빵 교육’을 하면서 지도할 시간도 없는 별도의 ‘창의성 교육 계획’을 세우게 된다.

  그러므로 학교교육과정 계획-실천-평가-피드백의 순환과정을 준수하는 시스템, 그 패턴의 수준을 향상시키는 것이 교육혁신의 지름길이라는 철저한 인식이 필요하다. 이 일이 학교교육 혁신의 메가트렌드가 된다면 우리는 진정한 교육혁신을 이룩한 교육자, 교육행정가들이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