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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세월의 끝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를 기대하며 쓰는 편지
교육논단

학교현장의 핵심적이고 시급한 혁신(경기신문 0704)

by 답설재 2007. 9. 20.

 

 

  최근에 교육과정 운영방향에 대한 글을 쓴 적이 있습니다. 세 편인데, 그 글들을 차례로 탑재합니다. 이에 관해서는 앞으로도 계속 쓸 작정입니다.

 

 

 

학교현장의 핵심적이고 시급한 혁신

 

 

 

  '교육과정은 교육의 목표와 내용, 방법, 평가의 기준이 되고 지원관리기능인 교육행정, 재정, 교원의 양성․수급․연수, 교과서 등 교재개발, 입시제도, 교육시설․설비 등에 대한 정책수립과 집행의 근거가 되는「교육의 기본설계도」로서의 기능을 지니며, 각 학교의 실행 교육과정의 기준이 된다.'

  이는 초․중등 교원들의 기본적 연수자료인「교육과정 해설」에 나타나 있는 '논리'이며 각 학교에서는 이 논리에 따라 그 학교의 교육과정을 작성하여 실천하도록 되어 있다.

 

  그렇다. 교육과정이라는 것은 그만큼 중요하므로 당연히 교육의 지원관리기능의 근거가 되어야 한다.

  만약 그렇지 않다고 한다면 학교의 존재 이유를 망각한 주장이 되므로 이 논리를 부정할 수 없다면, 오늘날 우리 교육현장은 교육과정의 논리에 너무 소홀하다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 또 이처럼 교육과정 행정이 미흡한 것이 사실이라면 우리는 그것부터 개선하고 ‘혁신’해야 한다는 것도 인정해야 한다.

 

  최근 우리 교육계는 이른바 ‘혁신’을 위해 온갖 노력을 다하고 있으며, 그 과정에서 드러나는 특징 중 한 가지는, 그 수많은 교육학 도서를 외면하고 ‘고객’ ‘감동’ 같은 용어들을 포함한 경영학 이론이 물밀듯 밀어닥치고 있는 현상을 들 수 있다.

  각종 처세에 관한 얄팍하고 잡다한 번역서를 우선적으로 인용하기도 한다. 또 내부적으로는 “혁신에 피로감을 느낀다” “혁신 때문에 업무가 많이 늘어났다”는 비판도 있다.

  이러한 비판에는 ‘이번에도 이러다가 말겠지’ ‘귀찮지만 감독기관의 위안(慰安)을 위해 우선 주문에 따르자’는 의식이 내재되어 있다. 따라서 우리는 역사적일 수 있는 이 혁신이 혼란에 빠져 있는 것은 아닌지 짚어보아야 한다. 기본을 잃은 혁신은 결국 부작용, 후유증만 유발한다는 것을 그동안 잘 체험해왔기 때문이다.

 

  행정기관과 학교현장의 혁신은 서로 다를 수밖에 없다는 것도 인식해야 하며, 각 학교에서는 그 학교의 교육활동에 자부심과 긍지를 느낀다는 대답부터 할 수 있어야 한다.

  지난 3월 29일, LG경제연구원에서 발표한 ‘오해하기 쉬운 경영혁신에 대한 상식’이라는 보고서에서 이러한 관점을 발견할 수 있다. 신문은 두 가지 관점을 중점적으로 소개했는데, “마이크로소프트․도요타 등 선진기업의 경영혁신이라고 해서 크게 다르지 않으며, 경영혁신이란 작은 것부터 시작, 새롭지 않은 것을 재조합한 것”이라는 관점과 “가장 흔한 오해는 ‘혁신은 무엇인가 새로운 것이라는 고정관념’이지만 역사에서 일어났던 위대한 혁신 중에 전혀 새로운 것이란 아주 드물다”는 관점이다.

  이 내용을 보고 우리는 ‘학교교육의 혁신도 작은 것부터 시작해야 하는가? 성과에 급급하여 본질적인 면보다 지엽적인 것, 지원적인 것에 매몰되어 있은 것은 아닌가? 그리하여 지금까지 여러 차례 혁신을 시도해왔지만 결국 실패한 혁신이라는 평가를 받아왔고, 그러한 실패가 ’혁신‘이라는 이름만으로도 피로감을 주는 것은 아닌지 검토해보아야 한다.

 

  우리 교육에서 ‘위대한 혁신’은 학교교육과정의 편성․운영․평가의 일관성을 유지하는 일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왜냐하면 명분으로는 학교교육기능의 핵심이 교육과정이라는 것을 인정하면서 실제로는 교육과정 계획(편성)-실천(운영)-평가와 피드백의 과정이 너무나 허술하기 때문이다.

  즉, 교육과정은 팽개쳐놓고 여전히 교과서가 교육의 주인공이 되어 교과서 내용 암기교육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아직도 우리 교육은 ‘붕어빵 교육’ ‘획일적 주입식 교육’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오늘날 어떤 기관이나 기업체가 이처럼 과정과 절차가 미흡한 채로 잘 유지되고 있는가. 우리 교육이 망하지 않으려면 얼른 이 폐단부터 바로잡아야 한다.

  교육과정 계획은 실천과 잘 연계되어야 하며 실천 결과는 계획에 비추어 평가되어야 한다는 논리는 너무도 당연한 기초․기본이기 때문에 그것부터 바로잡지 않는 혁신은 공염불에 지나지 않는다. 현장교원들이 그동안의 개혁․혁신에 공감하지 않았던 원인도 바로 여기에 있다.

  그러므로 ‘혁신은 작은 것부터’라는 지표(指標)는 이미 이러한 기초․기본이 지켜지는 기업체나 행정기관에 적용되어야 하며, 학교에서는 ‘혁신은 새로운 것이 아니라 기초․기본을 지키는 것’이 지표가 되어야 한다. 이 기초․기본이 지켜지고 그 수준을 향상시키는 과정에서는 저절로 수많은 혁신 사례가 쏟아져 나오게 되므로 혁신은 피로를 주는 것일 수 없고 업무가 늘어날 이유도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