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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세월의 끝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를 기대하며 쓰는 편지
교육논단

요코 이야기 (경기신문 0702)

by 답설재 2007. 9. 15.

 

 

‘요코 이야기’

- 우리가 제대로 속을 차리는 길 -

 

 

「문: 다음 중 제2차 세계대전에서 일본의 입장을 바르게 나타낸 것은? ① 가해국, ② 피해국, ③ 가해국이자 피해국, ④ 모르겠다」 “이걸 문제라고?” 하겠지만, 그렇지 않다. 그것은 우리나라 학생들에게 물었을 때와 일본 학생들에게 물었을 때 그 답이 다를 것이기 때문이다.

 

한 일본 여성이 쓴 책이 미국의 여러 중학교에서 교재로 사용되고 있는데, 1945년 일제 패망 이후, 한국인들이 귀국길의 일본인 여성들을 성폭행하는 등 온갖 폭력을 자행했다고 그리면서도 일제의 만행에 대한 언급은 전혀 없어서 한국계 학부모, 학생들이 분노하고 있다고 한다.

 

이 소설 『So Far From The Bamboo Grove』는 일제 고관의 딸 요코가 어머니, 언니와 함께 한국을 빠져나가 일본에 도착하기까지의 과정이 줄거리이며, 우리나라에서도 ‘요코 이야기’로 번역되었다고 한다.

 

당시 11세였던 요코는 나남(청진)에서 기차를 타고 원산 이남까지 왔지만 미군의 폭격으로 기차가 부서져 걸어서 서울에 도착하고 부산을 거쳐 귀국했는데, 그 과정에서 한국인들의 무자비한 추적을 피하면서 일본인들이 살해되고 강간되는 것을 목격했다는 것이다. 이 책은 또 일본이 열강의 각축 대상이던 한국을 정당하게 점령한 것으로 기술하는 등 여러 가지 왜곡된 내용도 포함하고 있다고 한다.

 

그동안 논의 경과를 살펴보면 일부 평론가는 “별것 아닌 걸 가지고 과민반응을 나타내고 있다” “인도주의적 입장에서 읽을 만하다”고 했다. 그들은 이 일로 분통이 터지는 측으로부터 이러한 비판을 받을 것이 틀림없다. “일본은 수상 아베 신조까지도 ‘종군위안부는 검정되지 않았으며, 지어낸 이야기’라고 한 것이 엊그제 같은데도 우리는 어쨌든 인도주의로 가나!“

 

다음으로, 작가 요코는 우선 이러한 공격부터 받을 것 같다. “당신은 도대체 왜 우리나라에 와 살았으며, 당신의 선친은 어떻게 하여 남의 나라에서 고관을 지냈는가!”

 

그러나 이러한 질문은 흥분된 상태의 보복성 질문일 수도 있어서 결국 양측은 설전을 벌이게 될 것이다. 물론 그 과정에서 분통이 터지는 측은 일본인들의 저 무자비한 폭력(허다한 고문, 살인, 생체실험, 강간, 약탈, 강제노동 등)과 세상에서 가장 악랄한 식민지 정책으로 불리는 창씨개명, 언어정책까지 열거하며 고함을 지르기도 할 것이다.

 

그러면 그는 끝내 이런 대답을 들을지도 모른다. “누가 약한 나라에 태어나라고 했나!” 그러므로 결론은 이것이다. 우리는 일제의 만행을 잊지 말아야 하며, 학생들에게 잘 가르쳐주어야 한다. 또 그 소리냐 할 사람도 있겠지만 일본인들은 사실대로도 가르치지 않는다. 다음은 소학교 5학년 학생 미오 마쓰무라가 원자폭탄이 떨어진 히로시마의 평화공원을 견학하고 쓴 글의 일부이다.

 

공원의 작은 돔 안에는 평화의 불이 타오르고 있고, 광장에는 비둘기가 떼 지어 몰려들고 있었습니다. 기념비에는 “편안히 잠드소서! 잘못은 다시 되풀이되지 않을 것입니다”라고 적혀 있었습니다. (중략) 우리는 원자폭탄의 무서움을 평화기념관을 둘러보고 비로소 깨달을 수 있었습니다.

 

일부만 옮긴 글이지만 일본 학생들은 원자폭탄이 떨어지게 된 원인에 대해서는 쓰지 않는다. 쓸 수가 없을 것이다. 일본인들은 왜 그렇게 되었는지, 그들의 조상들이 어떠한 잘못을 저질렀는지는 이야기하지 않고 가르쳐주지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학생들은 원폭투하 사실만 알고 일본군의 만행에 대해서는 모를 수밖에 없다.

 

우리는 히로시마 평화공원의 그 기념비를 이렇게 고쳐 쓰도록 권하고 싶다.

 

“다시는 남의 나라를 괴롭히지 말자! 이것을 잊어버리면 결국 우리 일본도 괴롭게 된다. 원자폭탄이 공연히 떨어진 것이 아님을 잊어서는 안 된다!”

 

그들이 이러한 생각을 가져야 일본의 평화, 인류의 평화가 비로소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들이 이 권유를 받아들이겠는가. 그것은, 다만 우리가 우리나라를 강한 나라가 되게 해야 가능한 일이 된다. 그리고 진실로 강한 나라는, 좀 답답한 느낌을 주는 표현인지 모르겠으나 교육 이외의 방법으로는 이루어지지 않는다.

 

교육을 잘하는 것이 우리가 제대로 속을 차리는 일이다. ‘요코 이야기’에서 더 이야기해야 할 것이 있다. 우리도 얼른 교과서 위주의 교육을 탈피해야 한다. 미국은 그런 소설을 왜 읽히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