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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세월의 끝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를 기대하며 쓰는 편지

조영수5

미래동시모임 《나 나왔다》 미래동시모임 《나 나왔다》 계간문예 2023 이런 세상에 동인이라니... 아니, 이런 세상이어서 더 행복하겠다. 서금복·조영수·김순영·문성란·박순영·조은희·정나래·류병숙·전지영 노란 자동차 / 조은희 도로 주행 연습하는 노란 차 뒤를 트럭 버스 자동차가 갑니다 오리 떼처럼 졸졸 따라 갑니다 외길 따라 서두름도 속도도 늦추며 따라 갑니다 노란 자동차 걸음마를 따라 갑니다 이 동시를 읽으며 솔직히 양심에 찔렸다. 이젠 정말 그러지 말아야지 했다. 동요 작곡 하는 누가 이 동시에 곡을 붙이면 우리의 자동차 운전 문화가 청량음료를 마실 때처럼 기분 좋게 발전하지 않을까 싶었다. '과수원길' 노래를 들으면 과수원 주인은 아카시아 등 여러 가지 꽃무리 속에서만 살아가지 싶었던 것처럼. 이런 동시 40편이 실렸다. .. 2023. 10. 24.
조영수 동시집 《그래 그래서》 조영수 동시집 《그래 그래서》청색종이 2022      뛰어  옥수수를 갉아 먹다 물린 고라니가 절뚝이며 뛰어 그 뒤를 금동이가 컹컹컹 쫓으며 뛰어 나리가 금동아 이제 그만해 소리치며 뛰어 고라니가 강을 가로질러 뛰어 그 뒤를 소나기가 작고 하얀 발로 토도독 뛰어 금동이가 멈칫하더니 나리를 향해 뛰어 나리와 금동이가 집으로 뛰어 고라니가 휙, 돌아보더니 산의 품으로 뛰어 휴, 내 심장이 가만 있지 못하고 콩닥콩닥 뛰어  조영수의 동시는 소설 같다. 재미있다.동시 속에 진실이 들어 있다.흔히 소설 속에서는 발견되는 그 진실이 진짜 세상에서는 너무 귀해서 조영수의 동시에서 그 진실을 보는 순간을 즐거워하며 읽는다. 시인에겐 시적 순간일까?조영수의 동시 속에는 그런 순간들이 꼭꼭 들어 있다.  숨구멍  교실 .. 2023. 2. 17.
조영수(동시)「잘 도착했니?」 잘 도착했니? 조영수 카메라로 꽃을 찍어온 아빠 컴퓨터 화면에서 꽃의 얼굴을 고르고 있다 벌의 엉덩이에 가린 꽃 벌레를 곁눈질하는 꽃 햇살에 눈이 부셔 찡그린 꽃은 휴지통으로 옮겨진다 고르기를 끝낸 아빠가 휴지통 비우기를 클릭하는 순간 못난이꽃 얼굴들 다 돌아갔다 뒤도 돌아보지 않고 제 향기를 두고 온 들로 산으로. 잘 도착했니? 선택받지 못한 것에 대한 시인의 눈길이 곱고 고맙습니다. 인간의 인간에 대한 눈길도 그래야 할 것입니다. "잘 도착했니?" - 어디에? - 있던 그곳에? 들에? 산에? 그러다가 문득 저승 생각이 났습니다. 나에게 "잘 도착했니?" 하고 물을 사람이 없을 것 같아서 서러워지기 시작했고 곧 눈물을 글썽거리게 되었습니다. "잘 도착했니?" 그런 시간이 있을 것 같았습니다. 2022. 9. 29.
조영수 동시집 《마술》 조영수 동시집 《마술》 그림 신문희, 청색종이 2018 책 중에서도 동시집을 읽는 저녁이 제일 좋았습니다. 그 시간이 선물 같았습니다. 그런 경험이 있으면 누구나 그렇다고, 선물 같다고 할 것 같았습니다. 세상이 복잡하지 않습니까? 이런 세상에 동시집을 읽고 있으면 그 시간 아이들 세상으로 돌아갈 수 있기 때문입니다. 나는 그걸 어렴풋이 느끼고 있었는데 이번에 조영수 동시집 《마술》을 읽으며 분명히 깨달았습니다. 즐겁다 재미있다 밝다 맑다 가볍다 우울하지 않다 세상은 괜찮다 ..................... 이런 것들이 이 동시집을 읽는 동안의 느낌이었습니다. 아, 시라고 해서 굳이 무슨 운율 같은 걸 넣으려고 애쓰지 않은 것 같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그래서, 억지가 보이지 않아서 마음이 더욱더 .. 2022. 9. 7.
조영수 「눈 내린 아침」 눈 내린 아침 조영수 지워졌다 깨끗한그리운기다리던보고싶은 솜털같은백설기같은솜사탕같은 꾸밈말들 다 지워지고 와!만 남았다. 미래동시모임동인지 《지구를 꺼 볼까》(2020, 아동문예) 어제는 정말 많이도 내렸습니다. 오후에는 구름처럼 일어나서 몇 굽이 산자락을 가볍게 넘어가 버리는 무서운 눈보라도 보았습니다. 다 요절낼 것 같았는데...... 시인은 새벽에 일어나 세상을 덮은 눈을 보신 것 같습니다. 깨끗한 그리운 기다리던 보고 싶은 솜털 같은 백설기 같은 솜사탕 같은...... 그런 말 다 지워(치워) 버리고 와! 하던 기억이 오롯합니다. 나도 누구에게 그런 사람이었더라면 좋았을 것입니다. 첫새벽 저 눈 같은 사람...... 2021. 1. 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