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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세월의 끝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를 기대하며 쓰는 편지

젊음6

사람 구경 '그들은 남들을 보고 또한 자신을 남에게 보이기 위해 서둘러 성당으로 갔다.' 소설 『그리스인 조르바』를 쓴 니코스 카잔차키스의 『영혼의 자서전 ㊤』('이탈리아')에서 이 문장을 봤다.요즘 내가 밖에 나갈 때의 이유 중 반은 사람 구경이라는 데 생각이 미쳤다. 아파트에서는 일단 출입문을 나서는 순간 내 호기심은 어떤 사람들을 만나게 되는가에 미친다. 하다못해 편의점에 다녀올 때도 그렇다. 누구를 만나도 만난다.'만난다'? 구경한다고 하는 것이 적절하겠다. 그리고 그게 재미있다. 그 재미가 괜찮은 것이었는데 저 문장을 보고는 나 자신은 남에게 보여주고 싶어 하지 않으면서(물론 그들도 나를 슬쩍 쳐다보며 '저렇게 허접한 노인도 여기 사는구나' 하겠지만) 일방적·이기적으로 '사람구경'에 몰입한다는 걸 깨닫게 .. 2024. 7. 23.
비톨트 곰브로비치 《포르노그라피아 Pornografia》 비톨트 곰브로비치 《포르노그라피아 Pornografia》 임미경 옮김, 민음사 2010 나치 지배하의 폴란드 시골 마을을 무대로 한 포르노 범죄 이야기다. 지식인 비톨드가 그리 친밀하지는 않은 지인 프레데릭을 데리고 시골 마을 친구 히폴리트를 찾아간다. 비톨드와 프레데릭은 히폴리트의 아름다운 딸 헤니아(16세)가 변호사 알베르트의 약혼녀라는 사실을 알면서도 히폴리트의 마름의 아들 카롤(16세)과 엮이기를 갈망한다. 어린 그들이 아름답게 뒤엉키는 모습을 상상하며 그들 사이에 심상치 않은 기류가 흐르는 연극을 꾸미기도 한다. 서로에게 성적으로 끌리는 것으로 설정되는 상상은 비톨드와 프레드릭의 음흉한 상상력(색정적 성격, 그 관능, 육욕의 열기...)을 자극하고 고조시켜 나간다. 헤니아와 카롤의 비밀스러운 에.. 2023. 3. 5.
"도대체 물이 뭐지?" 젊은 물고기 두 마리가 나이 든 물고기를 지나쳐 헤엄친다. 그들이 지나갈 때 나이 든 물고기가 묻는다. "좋은 아침이야, 젊은이들. 물은 어떤가?" 두 마리의 젊은 물고기는 한동안 계속 나아갔다. 마침내 한 마리가 다른 물고기에게 물었다. "도대체 물이 뭐지?" 소설가 데이비드 포스터 월리스(David Foster Wallace)의 이야기한 우화란다(티나 실리그 《인지니어스 INGEIUS, 리더스북 2017, 89). "도대체 물이 뭐지?" 나는 그렇게 물었던 그 젊은이였다. 2022. 3. 28.
젊음 예찬 2022. 1. 4.
후순위라도 괜찮겠습니까?-퇴임을 앞둔 선생님께 Ⅲ 12월입니다. 연일 기온이 떨어지니까 이젠 겨울입니다. 퇴임에는 준비가 필요합니다. 마음의 준비, 그 준비가 미흡하니까 퇴임하면 곧 순식간에 늙어버리는 사람이 있고, 심지어 몇 년 더 살지도 못하고 죽는 경우조차 있습니다. ♣ 아침에 더러 경춘선 ITX 열차를 탑니다. 물론 일반 전철을 더 자주 탑니다. ITX(Intercity Train eXpress)는 '청춘(靑春) 열차'라고도 부르는 고급 열차여서 일반 전철과는 확연히 다릅니다. KTX에 버금간다고 해야 할 것입니다. 청춘! 그렇기 때문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그 열차는 젊은이들이 많이 탑니다. 나이든 사람들은 곧잘 값이 싼 일반 전철을 타고, 그리 바쁘지도 않을 것 같은 ──이게 바로 착각이겠지요── 젊은이들은 '청춘' 열차를 탑니다. 선생님께서는.. 2012. 12. 3.
1970년대의 어느 날 1970년대의 어느 날 ♬ 1970년대 중반이나 후반의 어느 날이었을 것입니다. 옷차림이나 분위기나 다 촌스럽습니다. 저 즈음엔 무엇이든 열심히 한다고 했지만, 하루하루 살아가는 게 지금보다 훨씬 어려웠고, 힘들었고, 암울했으며, 살펴야 할 주변이 넓어서 지금 생각하면 정작 꼭 살폈어.. 2011. 9. 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