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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세월의 끝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를 기대하며 쓰는 편지

재미있는 책5

왜 책읽기에 미쳐 지냈나? 지금은 들어앉아 있지만 최근까지 나는 '삼식이'는 아니었습니다. 그럴 때 몇 시간짜리 나들이를 하게 되면 기차표 구입 다음에는 꼭 가지고 갈 책을 골랐습니다. 시내에 나갈 때도 매번 책을 갖고 나갈 수 있는 상황인가를 판단했습니다. 집에서는 내가 책을 읽는 걸 아내가 '승인'해 주는지 아닌지를 늘 느낌으로 판단하며 지냈고(내가 할 수 있는 일은 그것밖에 없다는 걸 인정해주고 있지만), 혼자 앉아 있는 자유시간 중 얼마만큼을 독서시간으로 할애할 수 있는지부터 계산하곤 했습니다. 교사로서 교육행정가로서 일할 때에도 그게 단 5분, 10분이어도 늘 '지금 이 시간은 책을 좀 읽어도 되는가?'를 염두에 두며 살았고, 최근에는 세상을 떠날 때에도 '나는 일생 동안 얼마만큼의 시간을 할애하여 읽었나?'를 계산하며 .. 2022. 6. 29.
《산해경山海經》 정재서 역주 《산해경山海經》 민음사 2012 무슨 경전(經典)인 줄 알았다. 화엄경(華嚴經), 성경(聖經), 반야바라밀다심경(般若波羅蜜多心經) 같은 경전이 아니라 이름만 그럴듯한 사이비 경전이겠지, 생각하기도 했다. 책을 사놓고 10년 가까이 그렇게 생각하며 지냈다. '나에게는 사이비 경전도 있다.' 이렇게 시작된다. 남산경의 첫머리는 작산이라는 곳이다. 작산의 첫머리는 소요산이라는 곳인데 서해변에 임해 있으며 계수나무가 많이 자라고 금과 옥이 많이 난다. 이곳의 어떤 풀은 생김새가 부추 같은데 푸른 꽃이 핀다. 이름을 축여(祝餘)라고 하며 이것을 먹으면 배가 고프지 않다. 이곳의 어떤 나무는 생김새가 닥나무 같은데 결이 검고 빛이 사방을 비춘다. 이름을 미곡(迷穀)이라고 하며 이것을 몸에 차면 길을 잃.. 2021. 3. 17.
버트런드 러셀 『인기 없는 에세이 Unpopular Essays』 버트런드 러셀 『인기 없는 에세이 Unpopular Essays 1950』 장성주 옮김, 함께읽는책 2013 Unpopular Essays. 1950. London: George Allen & Unwin Ⅰ 실제적인 이야기로 시작하기가 어렵고 싫어서 그냥 갖다 대듯 하면, 40여 년 전에 저승으로 간 버트런드 러셀 Bertrand Russell(1872~1970)은, 민주주의에 대해 다음과 같이 썼습니다. 한 나라의 국민들이 수가 거의 같은 두 편으로 나뉘어 서로 증오하고 상대편의 목을 조르고 싶어 안달이 난 상황을 가정해 보자. 이때 수가 절반에 약간 못미치는 편은 다른 편의 지배에 순순히 복종하려 하지 않을 것이고, 수가 절반을 약간 넘는 편 또한 승리를 거둔 순간 양편 사이의 반목을 치유하는 데 필.. 2013. 12. 23.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 『백년 동안의 고독』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 지음 『백년 동안의 고독』 이가형 옮김, 하서, 2009 개정판 마을에서 도시로 발전해서는 기이하게도 다시 안개처럼, 신기루처럼 사라져 간, 콜롬비아의 마콘도라는 곳 이야기, 말하자면 떠나온 유럽하고는 너무나 다른 남아메리카 콜롬비아, 그 밀림 속에서 그들만의 세상을 창조해가는 사람들의 이야기, 그 좌절, 슬픔, 희망에 관한 신화, 전설 같은 이야기입니다. 마콘도, 그 곳에 호세 아르카디오 부엔디아와 우르술라 이구아랑 부부가 그들을 따르는 사람들과 함께 살기 시작한 이야기로부터 100년간 그 가족의 흥망성쇠를 기록한 파란만장하고 기이한 일들을 역사처럼 기록한 소설입니다. 그 이야기는 집시 예언자인 멜키아데스의 양피지를 해독(解讀)한 호세 아르카디오 부엔디아의 5대손(마지막 자손.. 2013. 5. 26.
정재승 『과학 콘서트』 정재승 『과학 콘서트』 동아시아 2007(개정판 29쇄) ♬ 토크쇼의 방청객들은 왜 모두 여자일까? 저자는 이렇게 전재합니다. "토크쇼에서 방청객이 하는 일은 시트콤의 '녹음된 웃음소리'처럼 초대 손님이 어설픈 농담을 하거나 썰렁한 개그를 할 떄에도 웃어주는 일이다. 그들은 PD나 FD의 수신호에 맞춰 웃음과 박수, 때로는 비명과 야유를 적재적소에 내질러야 하는 임무를 부여받았다. 물론 그들은 그 대가로 약간의 돈을 받는다." 결론은 이렇습니다. "방송국 PD들에 따르면, 여성 방청객들이 남성 방청객들과 함께 앉아 있으면 웃음소리가 60% 정도밖에 안 나온다고 한다. 그래서 토크쇼 방청객석은 모두 여성들로 채운다." ♬ 이 책은 그런 지식을 공짜로 알려주지는 않습니다. 예를 들면 웃음에 대한 과학적인 연.. 2012. 8. 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