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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세월의 끝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를 기대하며 쓰는 편지

입추5

어처구니없이 가버린 여름 입추가 되어도 더위는 여전했지 않습니까? '이러려면 입추는 왜 있는 거지?' 그런데 처서가 되자 거짓말처럼 더위가 물러가버렸고 이불을 덮지 않고는 잠을 이룰 수가 없어서 이틀 만에 얼른 겨울이불로 바꿨습니다. '이러다가 변을 당하겠네?' 아침 기온이 당장 13도까지 내려가버렸습니다. 거기에 추절추절 비가 내립니다. 이 비가 그치면 결국은 기온이 더 떨어질 것 아닙니까? 그러면 어떻게 됩니까? 엊그제는 여름이었는데 금방 가을을 지나 겨울이면, 계절의 변화가 순식간에 이루어지는 것 아닙니까? 누가 이 꼴을 만들어놓았는지, 사람들이 하도 잘난 척하니까 하는 말이지만 이런 현상을 바로잡아줄 사람이 나타날는지 모르겠습니다. 그 무더위를 괜히 원망했다 싶고, 사람 마음이 한 달도 채 되지 않아서 이렇게 뒤집어질 수.. 2022. 8. 31.
답설재의 여름에게 미안하네. 그렇게 쉽게 떠날 줄은 몰랐네. '이 마당에 더위까지...' 그렇게 중얼거린 건, 나이만 먹었지 철이 덜 들었기 때문이네. '팔월 한 달, 구월 초까지는 더 고생할 수도 있겠지?' 그 생각도 미안하네. 그래도 그렇지, 입추 이튿날 당장 손을 내미는가. 펼쳐 놓은 건 다 어떻게 하려고 그러는가. 2021. 8. 8.
이쯤에서 그만 입추(立秋)? S그룹 사보에서 '더위를 없애는 여덟 가지 방법-다산 정약용의〈소서팔사(消暑八事)〉'를 읽었다. 1. 송단호시(松壇弧矢)·소나무 언덕에서 활쏘기 2. 괴음추천(槐陰鞦遷)·느티나무에서 그네 타기 3. 허각투호(虛閣投壺)·빈 집에서 투호 놀이 4. 청점혁기(淸簟奕棋)·돗자리에서 바둑 두기 5. 서지상하(西池賞荷)·서쪽 연못의 연꽃 구경 6. 동림청선(東林聽蟬)·동쪽 숲에서 매미 소리 듣기 7. 우일사운(雨日射韻)·비 오는 날 시 짓기 8. 월야탁족(月夜濯足)·달밤에 발 담그기 이 형편에서 내가 적용해 볼 만한 걸 찾다가 올여름의 성격을 생각했다. 기상청은 더위가 길고 극심할 것으로 예고했다. 그 예고를 두어 차례 들었고 그때마다 열대야가 한 달 이상 지속된 재작년 여름을 떠올리며 두려워했다. 코로나 19로 .. 2020. 8. 5.
물리학자의 立秋 Ⅰ 저 신록의 계절, 저때만 해도 괜찮았다. 괜찮았다기보다는 의욕에 차 있었다. 올해도 손자손녀를 보러 열 몇 시간 걸리는 미국행 비행기를 타겠다고 벼르고 있었다. 그러던 각오가 무색하게 여름이 오자마자 미국행을 포기해서 손자손녀 일행이 다녀가게 하더니, 수소폭탄 원리를 연구해서 생활 에너지로 쓰게 되면 환경오염도 막을 수 있고 이상기후 같은 것도 해결할 수 있는데, 아무래도 그리 수월하지 않은 연구라는 둥 어떻다는 둥 도무지 알아들을 수 없는 말까지 했다. Ⅱ 마침내 기온이 35도를 오르내리고 열대야가 계속되던 지난 주말에는 이런 여름이라면 지쳐서 견디기가 어렵다고 했다. 더구나 무슨 생각을 했는지, 자신은 마지막에 이르면 모르핀이나 놓아달라고 하지 결코 다른 치료는 요청하지 않을 것이라는 이야기도 했.. 2016. 8. 10.
그렇게 더워요? 남양주시청에서 발간하는 『쾌한도시』 8월호 표지 뒷면입니다. 전철을 타고 오며 펼쳤습니다. 철썩 철썩 파도소리와 시원한 바닷바람을 맞으며 아빠, 엄마와 함께 쌓던 모래성, 혹시라도 파도에 쓸려 내려갈까 조심조심 토닥이며 한 단, 한 단 모래를 쌓으면 아슬아슬한 나만의 성이 맞이해 준다. 이 글과 그림을 보며 아무것도 없던,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던 나의 여름방학들을 생각했습니다. '모래성'은 무슨…… '아빠, 엄마'는 무슨…… 나는 방학만 되면, 방학숙제를 했다 하면, 커다란 수박과 넓고푸른 바다를 그렸습니다. 그렇게 하면서 저 위의 저런 그림과 글들이 주는 막연한 '기대'를 생각하고 그리워했습니다. 내게도 무슨 일이 일어나든 일어나겠지 이번이 아니라면 언젠가는 일어나겠지 그렇게 여섯 번의 여름방학과 여.. 2013. 8. 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