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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세월의 끝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를 기대하며 쓰는 편지

유종호7

유종호 「한밤중의 소리」 한밤중의 소리 앞으로 아플 일만 남았니라 궂은 일 섭한 일 딱한 일 숨찬 일만 남았어도 견딜 만하니라 버틸 만하니라 가엾은 어멈아! 불쌍한 아범아! 현대문학 2024년 1월호에 연재되고 있는 유종호 에세이 「꿈에 대하여」에서 보았다. 저승에 간 부모와의 대화 중에는 당연히 그런 부탁도 있을 것이다. 견디고 버티고, 그렇게 살아야 하는 것이다. 2024. 1. 16.
삶의 상수(常數), 소홀치 않은 장수세(長壽稅) 고난, 수모, 좌절, 소외는 삶의 상수이다. 이 상수의 강력한 관성이 노년의 삶을 추동하는 것이다. 장수가 반드시 호강은 아니지만 그것을 유지하기 위해서 치러야 하는 장수세는 소홀치 않다. 지난해 "현대문학" 9월호(115면)에서 원로 평론가 유종호(1935~) 선생이「오랜 삶에 대하여」라는 제목의 글에서 그렇게 썼다. 고난, 수모, 좌절, 소외, 이것들이 강력한 관성이 되어 오히려 그의 노년을 지탱해 주는 삶의 상수가 되고 있다는 이야기다. 행복하고 즐거운 것만은 아니지만 고난, 수모, 좌절, 소외를 당하면서도 삶을 이어가고 있다는 것이다. 그래, 그렇게 생각하자. 하물며 나 같은 처지에 뭘 따지겠나. 다 그렇다, 그럴 수 있다, 그런 것이라고 생각하자. 일일이 따져서 뭘 하겠는가. 길면 긴 대로 생각.. 2023. 12. 6.
"사람의 일생은 대체로 우리를 슬프게 한다" "사람의 일생은 대체로 우리를 슬프게 한다." 유종호, 「산등성이의 남향 참호」 『현대문학』 연재 《회상기回想記-나의 1950년》 제10회(2015년 10월호, 206쪽). "한국 인구에 다섯을 기여한 뒤 심장마비로 4·19 나던 해 쉰이 채 안 된 나이로 세상을 뜬 작은이모의 전성시대"를 이야기하며. 나의 어머니도 마흔여덟에 세상을 떠났다. 그 죽음은 죽어서도 흔들렸다. 나도 따라 흔들렸다. 2022. 2. 20.
"정지용 이전과 이후" 평론가 유종호의 글은 재미있습니다. 『현대문학』에는 그의 글이 거의 상시적으로 연재되고 있습니다. 「어느 옛 시인을 찾아―윤태웅의 『소녀의 노래』」(2019년 7월호)에는 정지용 시인 이야기가 들어 있었습니다. 뭘 더 이야기해봤자 그렇겠지요. "마음해본다"는 것은 마음을 동사화한 것으로 보이는데 정지용 동시에 그 사례가 보인다. '유념하다' '작심하다'의 뜻으로 쓰인 것으로 생각된다. 별똥 떨어진 곳 마음해두었다 다음 날 가보려, 벼르다 벼르다 인젠 다 자랐소. ―「별똥」 전문 번역 시편 「물결은 조금도」에 보이는 아름다운 마음의 "부끄럼성"도 정지용의 창의성 있는 말씨로 생각된다. 정지용 시편 「따알리아」에는 "젖가슴과 부끄럼성이 / 익을 대로 익었구나"라는 대목이 보이는데 그렇기 때문에 정지용 이전과.. 2021. 9. 12.
세 유명 일본인 세 유명 일본인 해방 전 학교교육을 받은 사람 치고 가와카미 하지메〔河上肇〕를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1879년 생으로 교토대 교수가 되었고 1917년에 낸 『가난 이야기貧乏物語』가 베스트셀러가 되었다. 이후 점차 마르크스주의로 기울어 대학에서 쫓겨나 지하활동을 하다가 체.. 2019. 10. 11.
이 한탄(恨歎) 1951년 가을 복학해 보니 학제 변경으로 고교 2학년으로 자동 편입되어 있었다. 미군이 학교 교사를 사용하고 있어 변두리 교회나 창고 건물 맨바닥에 앉아서 수업을 했다. 요즘엔 상상할 수 없는 학습 환경이다. 교사가 대폭 바뀌었는데 사람됨이나 학식이나 태반이 수준 미달이었다. 이듬해 봄에 학교 교사로 들어갔다. 키 순서로 좌석배치를 받았는데 전엔 앞줄이었으나 이제 중간 줄에 앉게 되었다. 부지중에 키가 큰 것이다. 대학 입시 준비하는 분위기도 생겼다. 진학 않는 고교 졸업생은 간부후보생으로 소집되어 소모 장교로 일선에 배치된다는 얘기가 돌고 있어서 모두 긴장하였던 것이다. 영어 교사가 수준 이하여서 몇몇 호사好事 학생들이 학교장에게 진정을 했다. 입시를 앞둔 시점이니 영어 교사를 바꿔달라는 요청에 영어.. 2015. 1. 19.
종이책이 사라진다 (Ⅰ) 서점의 땅바닥에 주저앉아 책을 읽고 있는 젊은이의 모습은 아름답다. 다른 곳을 보는 척, 책을 찾는 척 그 모습을 훔쳐보다가, 생각만 하며 세월이 흘러 말 한 마디 붙여보지 못한 사이 같은 아쉬움을 안고 돌아서게 된다. 종이책이 사라지면 그 젊은이는 무엇을 하게 될까? # 미국에서 둘쨰로 큰 서점 체인 보더스(Borders, 399개)가 사라진단다. 매각 협상이 결렬돼 오는 22일 청산 절차에 들어가고 9월에는 그 서점 40년의 역사를 마감하게 된다고 한다. 그러니까 다른 회사가 물려받는 것이 아니라 아예 문을 닫게 되는 것이다. 이유는, 수위 업체 반스&노블스나 아마존닷컴과 달리 전자책으로 전향한 소비자들의 구미(口味)에 대응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대표(마이크 에드워즈)가 사원들에게 보냈다는.. 2011. 7. 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