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손자 선중이8 기자가 된 녀석 기자가 된 녀석 녀석이 기자가 됐다며 지난 주말에 저렇게 하고 나타났습니다. 부평신문 어린이 기자단 열 명 중 한 명입니다. 그날 저렇게 하고서 실제로 어린이날 기념 무슨 행사장에 나가 취재도 하고, 자원봉사자 한 명을 붙잡고 인터뷰도 했답니다. 또 이야기하지만, 부디 '공도' 뻥.. 2012. 5. 7. 외손자 선중이 (Ⅸ) "흥분하고, 오버하고, 난동을 부리고……" 외손자 선중이 Ⅸ Ⅰ "까짓것 잘 하면 뭘 해. 한꺼번에 다 까먹는데……" 외손자의 전화 내용을 자랑했을 때 아내의 대답입니다. '한꺼번에 다 까먹는다'는 건 사실은 나 들어라는 반응입니다. 이럴 땐 나와 외손자가 한편이 되어야 마땅하지만-그렇다고 한 편이 되어 뭘 어떻게 하자는 뜻은 아닙니다- 멀리 떨어져 살고 있으므로 그러지도 못하니 답답하고 외롭습니다. 녀석은 지난해까지만 해도 전화를 해봐야 조근조근하지 않았습니다. 묻는 말에 대답도 겨우 했고, 아내가 나에게 전화를 바꾸거나 내가 아내에게 전화를 바꾸면 차라리 귀찮아했습니다. 그러던 것이 올해 들어 확 바뀌었고, 학교생활이나 읽고 있는 책이나 친구들, 선생님 이야기 등등 어떤 내용이든 이것저것 구체적으로 들려주게 되었는데, 그 점에 대해서도 아내는.. 2011. 9. 5. 외손자 선중이 Ⅷ -망신살 이야기- 지난 주에 학예회가 열렸답니다. 제 외손자는 무대를 내려오며 눈물을 쏟았답니다. 제 어미의 꽃다발도 받지 않았답니다. 모두들 컵 하나씩을 가지고 난타(亂打)를 했는데 옆의 아이가 건드려서 컵이 떨어져 데굴데굴 굴러갔고, 그걸 주워든 제 외손자가 그 아이에게 무어라고 하고, 그러는 시간이 제 어미의 느낌으로는 10분은 되더라고 했습니다. 나중에 제 어미가 그 애에게 뭐라고 했느냐고 물었더니 "나 망신 좀 그만 시켜줘!" 그랬다고 하더랍니다. 마치고 교실로 돌아갔을 때 다른 아이들이 몰려와 '그건 네 잘못이 아니지 않느냐?'고 하자 제 어미에게 전화해서 "지금 꽃다발을 받고 싶어요." 하더랍니다. 저녁에 전화가 와서 물었더니 녀석은 대뜸 이렇게 대답했습니다. "망신살이 뻗쳤죠." 웃기는 녀석이죠. 망신살이 .. 2010. 11. 3. 외손자 선중이 Ⅶ-수행평가 0점- 무슨 수행평가가 있었는지, 집에 도착하자마자 울음을 터뜨려서 왜 그러느냐고 물었더니 빵점을 맞았다고 하더랍니다. 그 시간까지 어떻게 참았을까요. 제가 가지고 간 준비물은 뒤에 앉은 아이에게 빌려주고, 자신은 짝꿍의 것을 함께 썼는데, 선생님께서 누구의 것인지 묻고는 0점이라고 하셨다는 것입니다. - 녀석은 선생님께 왜 그 사연을 이야기하지 않았을까?' - 녀석의 준비물을 쓴 그 뒤의 아이는 왜 입을 닫고 가만히 있었을까?' - 옆의 아이는 왜 가만히 있었을까?' …… 그런 것이 중요한 것일까요? 모르겠습니다. 나는 교장도 아니고 아무것도 아니고 그냥 학부모의 입장이니까 그런 얘기를 할 입장이 아닙니다. 녀석의 외조모와 어미가 그 문제에 대해 전화로 이야기하는 걸 들었습니다. "담임선생님도 알게 됐으면 됐.. 2010. 9. 15. 외손자 선중이 Ⅵ 지난 여름 어느 날이었습니다. 녀석이 날씨가 무더운데도 제 산책길을 따라나서게 되었습니다. 저녁식사 후에 모두들 시장에 가고 둘이서 남아 있었습니다. 어둑어둑한 골목길을 나아가며 불안해하는 것 같았으나 ○○초등학교까지만 갔다가 돌아온다니까 그 학교가 어디 있는지도 모르면서 좀 안심하는 눈치였습니다. ‘○○초등학교’ 하면 어느 동네에서나 그리 불안해할 만한 곳은 아니기 때문이었을까요? 땀을 흘리며 돌아오는 길에 녀석이 물었습니다. “할아버지, 매일 이렇게 걸어야 해?” “그럼, 의사 선생님이 그렇게 하지 않으면 죽는다고 했어. 그래 저녁 얻어먹고는 매일 저녁 이렇게 해.” 그러자 녀석이 다른 걸 가지고 대화를 잇습니다. “얻어먹기는 뭘 얻어먹어요!” “왜?” “할머니가 부인이잖아요.” “……” 뭐라고 하며.. 2010. 9. 9. 로란트 카흘러 『이별에 관한 이야기』 로란트 카흘러 『이별에 관한 이야기』 송소민 옮김, 주니어김영사 2010 학교에서 스물네 권의 권장도서를 지정해주었다는 그 주의 휴일에 우리에게 온 제 외손자가, 이마트에 도착하자마자 당장 만화를 집어 들고 ‘삼매경’에 빠진 모습입니다. 그렇게 몇 권을 보고도 그날은 결국 만화책만 세 권이나 샀습니다. 다른 책도 많이 보는 편이니까 까짓 만화책 세 권이 문제가 되는 건 아니지만, 할아버지를 만나서 책 이야기를 하게 되면 권장도서 이야기를 해야 한다는 제 엄마의 말을 깡그리 잊어버리고 그렇게 했으니, 그날 일어난 일을 스스로 되돌아봐도 한심했겠지요. 제 아빠가 데리러 와서 둘이서 돌아가는 동안 자동차 뒷좌석에 홀로 앉아 말없이 눈물을 흘리더랍니다. 그 뒷좌석이 조용해서 뒤돌아봤더니 그렇게 울더랍니다. 제 .. 2010. 7. 8. 외손자 선중이 Ⅳ-고생이 극심할 담임선생님- 외손자 선중이 Ⅳ - 고생이 극심할 담임선생님 - 지난 화요일은 제 외손자 선중이가 그애 친구에게서 이천원 짜리 치킨을 얻어먹은 날입니다. 그 친구가 다른 공부는 잘 해도 한자를 잘 못하기 때문에 제 외손자가 가르쳐주기로 하고 80점 이상을 받으면 치킨을 사달라고 했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그 한.. 2010. 6. 17. 외손자 선중이와 이 동네 홍중이-참 별종인 아이들 #1 제 외손자 선중이가 바로 그 ‘별종(別種)’입니다. 근근이 키워 지난봄 초등학교에 입학시켰는데, 그때부터 그 어미는 더 깊은 고난의 골짜기로 들어섰습니다. 그럴 줄 미리 알고 인천 모 여고 일어 선생도 집어치우고 들어앉았지만, 그것 가지고는 어림없는 수작이 되었습니다. 우선 남에게 폐를 끼치지 않도록 가르쳐야 한다는 건 그야말로 ‘그림의 떡’이었습니다. 아무리 취학 전 아이들이라도 음식점 같은 곳에 데리고 가면 최소한의 공중도덕은 지킬 줄 아는 아이로 키워야 한다는 게 제 생각이었고, 주제에 교육자랍시고 사람들을 만나면 일본의 가정교육을 예로 들면서 그걸 강조해왔지만 제 손자가 엉망인 걸 확인하자 그만 할 말이 없게 되었습니다. ‘경솔하게 이야기하다가 내가 천벌을 받는구나!’ 싶었습니다. 오죽하면 .. 2008. 11. 13.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