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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세월의 끝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를 기대하며 쓰는 편지

새해6

마침내 2024년 1월 1일 마침내 새해다. 큰 소망은 없다. 지난해는 이미 구겨진 심신이 더 구겨진 한 해였지만 올해도 지난해와 별로 다름없는 한 해가 되면 좋겠다. 마지막을 향해 더 가까이 가는 건 정해진 일, 다행한 일이고 온갖 번민은 좀 줄어들면 더 좋겠다. 그건 욕심이니까 그 대신 나의 결점, 단점 같은 게 줄어들기를 바라진 않는다. 그렇게 또 한 해가 흘러가기를 바라는, 나름 새 아침이다. 2024. 1. 1.
"마음이 아파서 우야노~ 힐링하러 오이소~" 마트 네거리에 걸린 점집 안내 현수막 글귀가 마음을 끌었다. "마음이 아파서 우야노~ 힐링하러 오이소~" 대단한 걸 알려주거나 팔자를 고쳐주겠다고 하지 않았네? 저 사람들은 길흉화복을 마음대로 하는 사람들 아닌가? 겨우 힐링이나 해주겠다고? 생각하다가, 힐링이라도 확실하다면 큰 것이긴 하네, 하고 고쳐 생각했다. 요즘은 마음이 아프고 나을 기미는 전혀 없다. 마음이 아프다기보다는 우울하다. 코로나 블루 때문인가? 그렇긴 하지만 그것만도 아니다. 점집에 간다고 힐링이 될 것 같지도 않다. 점집에서 코로나의 특성을 알 것 같지도 않고, 당신도 곧 나이가 줄어들어 청장년 대열에 합류하게 됩니다, 해주지도 못할 것이어서 점집 연락처도 적어 오지 않았다. 나의 우울에는 몇 가지 이유가 복합적으로 작용한다. 보편적.. 2022. 1. 31.
2020년 돌아보기 마침내 2020년이 가네. 텅 빈 것 같은 한 해. 사시사철 시도 때도 없는 감기 때문에 '혼자서' 마스크를 상용하다가 돌연 그걸 구하기조차 어려웠던 봄이 속절없었던 한 해. 옆으로 지나가는 사람들이 무서워서 미안했던 한 해. 속은 것 같은 한 해. 어처구니없는 한 해. 허접한 한 해. 개구리 발로 편자라도 박으려 하듯 벅차고 무기력했던 한 해. 날로 눈부셨던 문화, 문명이 돌연 옛 사진처럼 흐릿해져 버린 해. 이런 세월을 잘 이용하는 사람도 있을까 싶었던 해. 새해가 온다고 해서 당장은 무슨 수가 날 것 같지 않아 힘이 나지도 않고, 그렇다고 가는 해가 아쉽지도 않은 한 해. 과학이라는 건 매우 고맙긴 하지만 아무래도 아직은 좀 시시한 수준이구나 싶게 된 해. 나는 철학이 빈곤한 인간이구나 싶게 된 해.. 2020. 12. 30.
'설날' 혹은 '새해' 1 섣달그믐에 꿈을 꾸었습니다. 어떤 여행단을 따라가다가 일행을 놓쳤는데 희한한 여성 집단에게 붙잡혀 인질이 된 상태였습니다. 그들의 식사비 일체를 내가 지불해야 한다고 해서 기가 막혀하는데 그 집단의 대표인 듯한 여성이 식사를 시작하려다가 기꺼이 식사비를 내겠다고 했는지 물었습니다. 아니라고 결코 그런 적 없다고 했더니 그 수십 명이 모두 실망하는 표정을 지었습니다. 2 특히 섣달 그믐밤에는 좋은 꿈을 꾸고 싶었습니다. 평생 그런 기대를 하며 지냈습니다. 누가 내게 그렇게 말한 적도 없었던 것 같은데, 새해 새벽에 좋은 꿈을 꾸면 일 년 내내 행복할 것이라는, 적어도 그럴 가능성이 있을 것이라는 예감 같은 것 때문이었을 것입니다. 그래서 무슨 일을 앞두거나 섣달그믐쯤이면 좋은 꿈을 꾸라는 덕담을 하는 .. 2020. 2. 1.
세상의 아침 설이 다가옵니다. 한 아름다운 여성이 지구 반대편으로 가서 땅에 내리기 직전의 아침 풍경을 보여주었습니다. 거기 어디쯤 내 사랑, 내 딸 하나도 살고 있습니다. 문득, 포기한 여행을 다시 시도해 볼까 싶었는데 '보호자'는 '그 몸으로?' 하는 표정으로 바라보았습니다. 그래도 '일단 한번 살아보자!' 다짐했습니다. 2020. 1. 24.
2015년 새해를 앞둔 세모(歲暮) 2015년 새해를 앞둔 세모(歲暮) 곧 2015년이 됩니다. 자고 나면, 하루 사이에…… 아니, 순간적으로 그렇게 되어버릴 것입니다. 그렇게 변하는 걸 좋아하는 사람도 있지만, 많겠지만, 저는 그렇지 못합니다. 뭘 어떻게 해야 할지, 어디로 가야 할지…… 무슨 계획 같은 걸 세워야 할지, 세우는.. 2014. 12. 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