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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세월의 끝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를 기대하며 쓰는 편지

베르톨트 브레히트7

베르톨트 브레히트 《살아남은 자의 슬픔》 베르톨트 브레히트 《살아남은 자의 슬픔》 백정승 옮김, 동서문화사 2014 나의 어머니 그녀가 죽었을 때, 사람들은 그녀를 땅속에 묻었다. 꽃이 자라고, 나비가 그 위로 날아간다...... 몸이 가벼운 그녀는 땅을 조금도 누르지 않았다. 그녀가 이처럼 홀가분하게 되기까지, 얼마나 많은 고통을 겪었을까! 1920년 머지않아 일어날 전쟁은 머지않아 일어날 전쟁은 첫 전쟁이 아니다. 그 이전에도 이미 여러 번 전쟁이 일어났었다. 지난번 전쟁이 끝났을 때 승전국과 패전국으로 나뉘었다. 패전국에서 하층 서민들은 굶주렸다. 승전국에서도 역시 하층 서민들은 굶주렸다. 1936/37년 '나', 살아남은 자 나는 물론 알고 있다. 단지 운이 좋아 그 많은 친구들을 잃고도 나는 살아남았다. 그런데 지난밤 꿈에 그 친구들이.. 2024. 3. 12.
베르톨트 브레히트(희곡) 《갈릴레이의 생애》 베르톨트 브레히트 《갈릴레이의 생애》 백정승 옮김, 동서문화사 2014 베르톨트 브레히트의 희곡 "서푼짜리 오페라" "억척어멈과 그 자식들"에 마음이 많이 흔들려서였는지 "갈릴레이의 생애"는 굳이 읽어야 할까 싶었었는데(그 과학자의 극적인 삶에 대해서는 아는 바가 좀 있다는 주제넘은 생각으로), '베르톨트 브레히트라는 극작가는 이 과학자를 어떻게 보았을까?' 싶어서 좀 읽다 그만두더라도 일단 읽어보자 싶었다. 그랬는데 (이런!) 그게 아니었다. 좀 안다는 생각은 착각이었고 그것이 부끄러워서 몰입하게 되었고, "서푼짜리 오페라"나 "억척어멈과 그 자식들"보다 감명 깊었다. 망원경을 들여다보고 발견한 별들을 가정부와 그녀의 아들에게 보여주는 장면, 더 나은 생활을 하며 연구에 열중하고 싶어 어린애인 피렌체 .. 2024. 1. 3.
베르톨트 브레히트(희곡) 《억척어멈과 그 자식들》 베르톨트 브레히트 《억척어멈과 그 자식들》 백정승 옮김, 동서문화사 2014 30년 종교전쟁(1618~1648) 때, '억척어멈'이라 불리는 종군주보(從軍酒保) 마차 주인 안나 피얼링이 우여곡절을 겪으며 큰아들 아일립, 작은아들 슈바이처카스를 잃고 마침내 자신도 위험에 처했으나 벙어리 딸 카트린이 목숨을 바쳐 북을 울림으로써 억척어멈 자신은 목숨을 이어가는 이야기다. 그녀는 자신의 주변을 맴도는 군목과 취사병을 이용하기는 해도 그들의 유혹과 술수에 넘어가지는 않는다. 대사 속에 전쟁의 참상과 그 의미가 다 들어 있다(예). 억척어멈 (...) 용병대장이나 왕이 아주 미련해 부하들을 똥통으로 몰아넣으면 부하들은 결사적인 용맹성을 지녀야 하지, 그리고 덕목도 있어야 하고. 그 자가 인색해서 병사를 너무 적게.. 2023. 12. 27.
베르톨트 브레히트(희곡) 《서푼짜리 오페라》 베르톨트 브레히트 《서푼짜리 오페라》 백정승 옮김, 동서문화사 2014 매키스는 노상강도 두목인데다가 '거지들의 친구' 대표(사장) 피첨의 딸 폴리를 유혹하고 전격적으로 결혼까지 해서 적이 되었지만, 오랜 친구인 경찰청장 브라운의 힘으로 무법자처럼 지낸다. 그러나 정부 중 한 명인 선술집 제니의 배신으로 결국 체포되어 교수대로 보내졌는데 처형 직전 여왕의 사신이 나타나 석방된다. 이 절박한 상황에서의 구출을 하필이면 피첨(매키스의 장인)이 예고하는데, 이러한 극적 전개가 어처구니없다는 느낌이 아니라 환희 같은 것으로 다가온다. 피첨이 노래한다. 존경하는 관객 여러분, 우리는 여기까지 왔습니다. 매키스 씨가 교수형에 처해질 것입니다. 기독교 아래에서 인간의 어떤 죄도 사해질 수 없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우.. 2023. 12. 24.
'가설 학습' : 베르톨트 브레히트의 설명 지금 가정부의 아들이 갈릴레이 갈릴레오에게 질문한다. 안드레아 가설이 뭐예요? 갈릴레이 그럴 것 같다고 추정하지만, 사실을 확보하지 못한 주장이란다. 저 아래 광주리 가게 앞에서 펠리체 부인이 아기의 젖을 먹는 것이 아니고, 아기에게 젖을 먹인다는 것도 직접 눈으로 확인하기 전까지는 가설이란다. 직접 가서 보고 확인하지 않는 한 별들에 대해서 우리는 아주 조금밖에 못 보는 흐릿한 눈을 가진 벌레들과 같단다. 사람들이 수천 년 동안 믿어 왔던 이론들은 무너질 지경에 이르겠지. 그런 이론들은 거창한데, 그걸 받치는 근거라는 기둥이 형편없이 약하거든. 법칙들은 많은데 그걸 설명해 주는 것은 거의 없단다. 이에 반해 새로운 가설들은 법칙은 별로 없지만 많은 사실을 밝혀주고 있지. 안드레아 하지만 선생님은 나한테.. 2023. 12. 22.
베르톨트 브레히트 「민주적인 판사」 민주적인 판사 미합중국 시민이 되려고 노력하는 사람들을 심사하는 로스앤젤레스 판사 앞에 이탈리아 식당 주인도 왔다. 열심히 준비했지만 유감스럽게도 새 언어를 몰라 시험 과정에서 보칙(補則) 제8조의 의미를 묻는 질문을 받고 우물쭈물 머뭇거리다가 1492년이라고 겨우 대답했다. 시민권 신청자에게는 국어에 대한 지식이 법으로 규정되어 있으므로 그의 신청은 각하되었다. 3개월 뒤 더 공부해서 다시 도전했으나 새 언어를 모르는 걸림돌은 여전했다. 이번에는 남북전쟁에서 승리한 장군이 누구였는가 하는 질문이 주어졌는데, (큰 소리로 상냥하게 나온) 그의 대답은 1492년이었다. 다시 각하되어 세 번째로 다시 왔을 때, 대통령은 몇 년마다 뽑느냐는 질문에 그는 또 1492년이라고 대답했다. 판사는 그가 마음에 들었고.. 2023. 12. 21.
「엉덩이의 가족사」「세상의 친절」 엉덩이의 가족사 하종오 젊은 어머니는 어린 그를 기저귀 채워서 키웠다 기저귀 갈 때마다 그의 엉덩이를 토닥거리던 어머니는 자신의 엉덩이를 닮아 보여 흐뭇했다 장년의 그는 노년의 어머니를 기저귀 채워서 보살폈다 기저귀 갈 때마다 어머니의 엉덩이를 외면했던 그는 자신의 엉덩이가 닮아 보여 싫었다 그는 기저귀 차지 않고 지냈던 긴 날들 동안에 처자식을 양껏 벌어 먹이느라 엉덩이를 실컷 실룩거리며 다녔다 그리고 마침내 늙은 그는 젊은 아비 적에 기저귀 채워 키운 자식이 다 커서 제 새끼에게 기저귀 채우고 찾아오지 않을 무렵엔 늙은 아내를 기저귀 채워서 간병했다 아내의 엉덩이를 볼 적마다 그는 자신의 엉덩이가 미리 보여 고개 저었으나 정작 기저귀 차고 눕게 되었을 무렵엔 누구의 엉덩이도 기억하지 못했다 ━━━━━.. 2012. 11.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