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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세월의 끝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를 기대하며 쓰는 편지

데미안3

은혜를 원수로 갚아버리기 교사들의 승진 길은 교감이 되는 길밖에 없습니다. 더러 시험을 봐서 장학사나 교육연구사가 되기도 하는데 그건 승진이 아니고 직을 바꾸는 '전직'입니다. 장학사를 밤낮없이 '죽어라!' 하고 나서 교감이 되어 학교로 돌아가게 되면 이번에도 승진이 아니고 전직입니다. 1980~1990년대에도 승진하기가 꽤나 어려웠던 것 같습니다. 경력 점수를 다 채운 교사들 중에는 주임(지금의 부장) 점수를 채우려고 혹은 근무성적을 잘 받으려고 교감 교장에게 쩔쩔매면서 살기도 했는데, 나를 찾아오는 사람들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답설재 선생님~ 저는 그런 점수는 다 채웠는데 연구 점수가 모자랍니다. 교육연구라면 답설재 선생님이 전국적으로 이름이 나 있어서 어떻게 좀 선처를 구하려고 이렇게 찾아왔으니 부디 물리치지 마시고 잘 .. 2022. 10. 1.
인간의 역할 나는 자주 미래의 모습들을 가지고 장난을 쳤고, 내게 배정되어 있을 역할들, 시인이나 어쩌면 예언자, 아니면 화가 등의 역할들을 꿈꾸었다. 그 모든 것은 아무것도 아니었다. 나는 문학작품을 쓰거나 설교하거나 그림을 그리기 위해서 존재하는 것이 아니며, 나뿐만 아니라 다른 누구도 그런 이유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그 모든 것은 오로지 곁다리로 나타나는 것일 뿐이다. 우리 각자에게 주어진 진정한 소명이란 오직 자기 자신에게로 가는 것, 그것뿐이다. 헤르만 헤세 《데미안》(안인희 옮김, 문학동네 2013, 154) 나 자신에게로? 그럼 나는 어디로 가야 하지? 나는 누구지? 나는 언제 인간의 역할을 하게 되지? 2022. 7. 17.
헤르만 헤세 《데미안》 헤르만 헤세 소설 《데미안》 에밀 싱클레어의 청춘 이야기 안인희 옮김, 문학동네 2013 "새는 힘겹게 투쟁하여 알에서 나온다. 알은 세계다. 태어나려는 자는 한 세계를 깨뜨려야 한다. 새는 신에게로 날아간다. 그 신의 이름은 아프락사스다."(110) "우리는 고대 종파들의 의견과 신비적인 합일을, 합리주의의 관점으로 바라볼 때 흔히 그러듯 그렇게 단순하게 생각해서는 안 된다. 오늘날 우리가 생각하는 의미에서의 학문이란 고대에는 아예 없었다. 그 대신 철학적이고도 신비주의적인 진리를 향한 깊은 탐색이 있었는데, 그런 탐색은 매우 높은 수준으로 발전했다. 부분적으로는 거기서 마법과 농간이 생겨났고, 그것은 자주 기만과 범죄로 발전하기도 했다. 하지만 마법도 고귀한 기원과 깊은 사상을 지녔다. (...) 아.. 2022. 5. 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