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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세월의 끝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를 기대하며 쓰는 편지

김언희4

「요즘 우울하십니까」 요즘 우울하십니까 김언희 요즘 우울하십니까? 돈 때문에 힘드십니까? 문제의 동영상을 보셨습니까? 그림의 떡이십니까? 원수가 부모로 보입니까? 방화범이 될까봐 두려우십니까? 더 많은 죄의식에 시달리고 싶으십니까? 어디서 죽은 사람의 발등을 밟게 될지 불안하십니까? 혼자 있어도 혼자 있는 게 아니십니까? 개나 소나 당신을 우습게 봅니까? 눈 밑이 실룩거리고 잇몸에서 고름이 흘러내리십니까? 밑구멍이나 귓구멍에서 연기가 흘러나오십니까? 말들이 상한 딸기처럼 문드러져 나오십니까? 양손에 떡이십니까? 건망증에 섬장증? 막막하고 갑갑하십니까? 답답하고 캄캄하십니까? 곧 미칠 것 같은데, 같기만 하십니까? 여기를 클릭 하십시오 월간『현대문학』에서 읽었습니다. 우울의 나날이었던 것은 분명한데 그 우울의 날들이 길어져서 .. 2022. 4. 15.
김언희 「여느 날, 여느 아침을」 여느 날, 여느 아침을 김언희 여느 날 여느 때의 아침을, 죽어서 맞는다는 거, 죽은 여자로서 맞는다는 거, 섹스와 끼니에서 해방된 여자로서, 모욕과 배신에서 해방된 여자로서, 지저분한 농담에서 해방된 여자로서 맞는다는 거, 어처구니없는 삶으로부터도, 어처구니없는 죽음으로부터도 해방된 여자로서 맞는다는 거, 오늘 하루를 살아 넘기지 않아도 된다는 거, 사랑하지 않아도 된다는 거, 사랑하기 위하여 이를 갈아 부치지 않아도 된다는 거, 칼을 삼키듯 말을 삼키지 않아도 된다는 거, 여느 날 여느 때의 아침을, 죽은 여자로서 맞는다는 거, 매 순간 소스라치지 않아도 매 순간 오싹하지 않아도 된다는 거, 칼질된 고깃덩어리처럼 거죽도 뼈마디도 없이 우둘우둘 떨어대지 않아도 된다는 거,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은 아침을.. 2019. 9. 21.
「눈먼 개 같은」 2017.11.29. 눈먼 개 같은 김언희 눈먼 개 같은 생각, 정육점에 풀어놓은 눈먼 개 같은 생각, 어느새 하고 있는 생각, 처음 하는 것도 아닌 생각, 내가 처음인 것도 아닌 생각, 지저분한 안주 같은 생각, 젖꼭지까지 박혀 있는 돼지 껍데기 같은 생각, 하고 싶지 않아도 하고 있는 생각, 하지 않.. 2019. 7. 10.
「세상의 모든 아침」 ♣ 여자대학교 교정에 가보셨습니까? "수백 수천"일 것 같은 학생들이 한꺼번에 쏟아져 나오는, 놀라운 모습을 보신 적이 있습니까? 저는 그 교정 비탈길에 서서, 넋을 잃었습니다. 어느 한 송이를 가리킬 수가 없는 진홍색 세르비아 꽃밭! 그 빛깔에 정신을 잃었습니다. "이걸 어떻게 하나.. 2012. 9. 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