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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세월의 끝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를 기대하며 쓰는 편지

교장이 할 일4

한 아이를 바라보기 오래 전의 일입니다. 교장실 창문으로 운동장을 내다보고 있었습니다. 2학년 아이들이 선생님과 함께 트랙을 달리고 있는데 넘어져 있는 아이가 보였습니다. 선생님은 나머지 아이들을 데리고 그냥 달리고 있었습니다. 얼른 그 아이에게로 달려갔습니다. 손을 잡아 부축하거나 안고 올 수도 있었겠지만, 그 아이를 한번 업어보고 싶었습니다. 등을 대고 앉았더니 순순히 업혀 주었고 우리는 무엇인가 얘기하며 보건실로 갔습니다. (고추도 한번 만져보고 싶었지만 그건 결례여서 그냥 등에 전해오는 감촉만으로 좋다고 생각했습니다. 이건 절대 비밀!) Ⅱ 나중에 그 선생님께 물었더니 수업을 진행하는 것이 맞겠더라고 했습니다. 나는 선생님과 생각이 다르다고 얘기했습니다. 선생님께서 넘어진 아이를 보살필 동안 아이들의 달리기가 혼란스.. 2016. 3. 15.
아이들이 살아가는 이유(2014.3.31) “왜 학교에 가느냐?”고 물으면 아이들은 어떻게 대답할까? 행복한 일이어서? 공부가 하고 싶어서? 한때 행정가들이 즐겨 쓰던 말 그대로 “가고 싶고, 머물고 싶은 곳”이어서? 장차 어른들처럼 ‘멋지게’ 살고 싶어서? 아니면, 딱히 다른 할 일이 없어서? 다들 가니까? 일단 시키는 대로 하려고? 어른들 성화에 비위를 맞추려고? 어쩔 수 없어서? 죽지 못해? … 그 대답은 우리의 예상과 얼마나 같거나 다를까? 전혀 혹은 너무나 달라서 아주 실망스럽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쓸데없는 말 하지 말고 하라는 공부나 해!” “학생이란 모름지기 공부에 매진하는 게 기본!”이라고 다그치고 꾸짖고 타이르면 될까? 그따위 꾸중, 부탁쯤은 우습다고 외면해버리면? “어린것들이 감히!” “다 너희들을 위한 거야!” 그러면 그만.. 2014. 3. 31.
'그냥 편안하게 지내다 조용히 갈까…' - 성복동에 사시는 여러분의 노블레 성복 학부모님께 드리는 파란편지 82 '그냥 편안하게 지내다 조용히 갈까…' - 성복동에 사시는 여러분의 노블레스 오블리주는 어떤 것입니까? - 망설이다 이 편지를 씁니다. 몇 가지 장면을 주절주절 늘어놓겠습니다. 이해하여 주십시오. 어느 날 아침 교감이 제 방에 오더니 불편한 표정을 감추지 못하고 말했습니다. "어느 아주머니가 교정의 솔잎을 따고 있어서 지금 무얼 하느냐고 물었더니, 글쎄, 학교처럼 깨끗한 곳의 솔잎이니 솔잎차 재료로는 그만일 것 같아서 따고 있다고 했습니다." 잠시 의논하여 『학교 소나무에는 농약을 살포했으니 주의하라』는 표지를 붙였습니다. 그 아주머니가 이 편지를 보면 '아, 농약을 뿌리지는 않았구나.' 할까봐 밝혀둡니다. 농약을 살포한 것은 사실입니다. 어느 교사가 운동장 동쪽 벚.. 2007. 8. 29.
교장이 할 수 있는 일, 할 수 없는 일 ⑴ - 이 초겨울의 단상斷想들 성복 학부모님께 드리는 파란편지 61 교장이 할 수 있는 일, 할 수 없는 일 ⑴ - 이 초겨울의 단상斷想들 - ♥ '성복축제, 누구를 위한 축제입니까' 그 편지를 드리고 난 뒤 그렇게 쓰던 시간의 참담한 정서가 이어져 한 이십일 침잠沈潛을 거듭했습니다. 분명한 것은, 내년에는 다시 새로운 아이디어들을 모아서 그야말로 새로운 면모를 보여드리고 싶다는 것이지만, 기묘하게도 아이들은 철이 없어 그런지 뭘 몰라도 한참 모르는 것들인지 그래도 그날 혹은 들떠서 지내던 그간의 일들을 그리움으로 되새기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이 참담한 느낌과 달리 아이들만은 그 기억을 고운 꿈으로 엮어가기를 기원할 뿐입니다. 역시 교육은 어렵다는 사실을 덧붙여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가령, 몇 날 며칠을 연습하여 일사불란하게 진행하는.. 2007. 8. 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