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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세월의 끝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를 기대하며 쓰는 편지

교육8

'엄마가 다 가르쳐줄게' 2024. 9. 18.
그 교실에서 말없이 나를 바라보던 숙에게 (2024.5.31) 숙아! 벌써 오십 년이 다 되었지? 아침마다 우리가 그 교실에서 만나던 날들… 넌 습관적으로 내 표정을 살폈지. 그 모습이 왜 잊히지 않는지… 성적이 좋지 않았던 넌 6학년 때에도 내내 그대로였어. 아이들은 웃거나 놀리지도 않고 그냥 ‘꼴찌’라고만 했지. 당연한 일이어서 비웃거나 놀리거나 할 일이 아니라고 여겼겠지. 넌 주눅이 들어 있었어. 학교는 주눅이 드는 곳? 네가 처음부터 내 표정을 살펴보며 지낸 건 학교에 주눅이 들어서였던 것이 분명해. 담임이란 언제 어떤 언짢은 소리를 할지 모르는 존재였겠지. 너의 그 표정은 내내 변하지 않았어. 졸업하고는 마음이 편해졌을까? 주눅 들지 않고 살아갈 수 있었을까? 그렇지만 일찌감치 사회로 나갔고 꼬박꼬박 학력(學歷)을 묻는 이 사회 어디서나 ‘초등학교 졸업’이.. 2024. 5. 31.
다시 태어나면 교사가 되지 않겠다는 선생님을 생각함 (2023.5.26) 그러실 줄 알았습니다. 요즘 같아서는 다시 태어나도 교사가 되겠다고 하셨다면 그게 오히려 이상했을 것 같아서요. 그렇지만 선생님! 그런 줄 알면서도 정작 "다시 태어나면 결코 교사 따위는 하지 않을 것!"이라고 대답하셨다는 기사를 읽으며 쓸쓸하고 허전했습니다. 다시 태어날 리 없다는 걸 염두에 두신 걸까요? 우스개 같지만 정작 다시 태어나게 되면 그때 결정하기로 하고 이번 생에서는 속상하게 하는 아이들, 학부모들, 걸핏하면 섭섭하게 하는 행정가들 보라고 일부러 그렇게 대답하신 건 아니었을까요? 교사 생활이 쉬울 리 없지요. 누군들 짐작하지 못할까요. 말하기 좋아서 하는 말이 아니라 아는 사람은 다 알죠. 하필이면 행정가들은 잘 모릅니까? 그럴 수도 있지만, 그들도 맡은 일이 따로 있어서 그렇지 사실은 그.. 2023. 5. 26.
나의 독자 "따뜻한" 따뜻한 2022.07.04 21:06 얼마 만에 온 걸까요. 십 년도 넘었나 봅니다. 그 시절의 제 목소리는 제법 날이 서 있고, 결기도 느껴집니다. 젊은 제가 나이 든 제게 힘을 주었습니다. 그 힘으로 오늘 1학기 말 교육과정 평가회 3회 차 중에서 첫 날을 이끌었습니다. 아직도 부족하지만 학교교육과정에 대한 그 시절 그 생각을 지금까지 이어가는 셈입니다. 선생님 덕분입니다. 생각하고 있는 줄도 몰랐던 제 생각이 논리와 명분이 제대로 담긴 글과 실천으로 펼쳐진 이곳이 참 놀랍고 반가웠습니다. 존경스럽고 부러웠습니다. 그래서 분발했고, 열심히 공부하고 실천할 수 있었습니다. 오늘은 제 말이 남아있는 이 블로그에 오래 머무르고 있습니다. 한 장 한 장 넘기면서 선생님의 최근 글을 읽습니다. 쓸쓸합니다. 거.. 2022. 7. 5.
우리는 더 행복해지고 있는가? 대체로 멍한 상태로 지내지만 그렇지 않을 땐 또 일쑤 엉뚱한 생각을 합니다. 아주 잠깐. "…(전략)… 닭은 더 심하죠. 달걀을 낳는 닭은 소의 홀스타인과 마찬가지로 레그혼이라는 품종이 압도적이죠. 레그혼 품종 1만 마리 기본 암탉이 단 3세대 만에 양계장 닭 25억 마리의 조상이 되고 여기서 1년에 7천억 개의 달걀이 나와요. 70억 인구 한 사람당 100개씩 돌아가니까 전 세계의 수요를 충촉하고도 남죠. 이 닭들은 그저 알을 낳도록 프로그램이 되어 있어서 병이 들어도 알을 계속 낳죠. 정상적인 닭은 알을 낳고 휴식을 취하는데 이런 고성능 닭은 쓰러져 죽을 때까지 미친 듯이 알만 낳죠. 이런 식으로 돈을 짜내려는 방향으로 육종이니 품종개량이 계속되니까 유전적으로 문제가 생기고 문제를 해결하려고 또 약을.. 2021. 6. 3.
사랑도 배워야 할 수 있다 "가엾은 폴! 이렇게 늦은 나이에 수도승처럼 살다가 이제는 마음까지 편치 않다니! 애를 돌보려 하다니 이 얼마나 무모한 짓이에요! 추상적으로는 어린 드라고를 사랑하고 싶겠죠. 하지만 현실이 그걸 계속 가로막는 거예요. 폴, 우리는 의미만 갖고서는 사랑할 수 없어요. 우리는 배워야 해요. 영혼들이 높은 곳에서 내려와 다시 태어나겠다고 하는 건 그런 이유에서예요. 우리와 벗하며 커가면서, 사랑의 어려운 길을 따라 우리를 인도하기 위해서죠. 처음부터 당신은 천사와 같은 뭔가를 드라고에게서 보았죠. 당신이 틀린 건 아니에요. 드라고는 대부분의 아이들보다 더 오랫동안, 세속을 벗어난 본질과 맞닿아 있었어요. 당신의 실망감과 노여움을 극복하세요. 가능할 때 드라고에게서 배우세요. 조만간 그의 뒤를 따라다니는 영광의.. 2017. 7. 31.
알렉스 김 『아이처럼 행복하라』 알렉스 김 『아이처럼 행복하라』공감의기쁨 2012          네팔, 파키스탄, 인도, 미얀마, 타이, 티베트, 라오스 같은 곳에서 만난 사람들의 사진으로 엮은 책입니다. 사진도 사진이지만 설명이 곱습니다. 아이들에 대해서는 더 그렇습니다. 본문에서 옮긴, 뒤표지의 글만 봐도 작가의 눈을 짐작할 수 있을 것입니다.       훌훌 넘기며 보기에도 좋은 책이고, 눈길이 머무는 어느 사진을 오래 들여다봐도 좋고, 때로는 표지 사진만 봐도 충분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책을 받아든 순간 표지 사진은 좀 충격적이었습니다. 이 책을 소개한 그 월간지의 사진은 작아서 저 깨끗하지 않은 콧물까지는 보이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예전에 충분히 봤던 저 콧물을 요즘은 보기가 어렵습니다. 우리가 그만큼, 우리 아이들.. 2013. 2. 21.
가을葉書(Ⅱ) 추석이 왔기 때문에 차례를 지냈습니다. 아직 한낮에는 기온이 30도를 넘는 곳이 있다는 사실이 고맙기도 합니다. 그 기운도 얼마나 갈까요. 어차피 다시 찾아온 가을이라면, 세상이 더 좋아지기를 바랍니다. 정치인들은 더 성숙해져야 합니다. 82일만엔가 문을 열었다면서, 국회가 열리지 않으면 국회의원으로서의 활동을 하지 않은 것이므로 세비(歲費)도 주지 말아야 한다는 유치한 생각이나 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그도 국회의원입니다. 재산을 수십억 원씩 가지고 있다는데, 그까짓 세비 주지 않는다고 걱정할 국회의원이 몇 명이나 되겠습니까. 행정도 더 수준 높아져야 합니다. 경부운하를 포기하고 경인운하를 파든, 그린벨트를 허물어 집을 짓든 옛 사람들이 이룩해놓은 일들을 보고 배우면 더 현명해질 것입니다. 옛날부터 그 .. 2008. 9. 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