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그5 "목목문왕(穆穆文王)이여" 음담패설을 유난히 밝히는 사람이 있다. 사람들이 좋아한다고 여겨서 무모하게, 서슴없이 해버리기도 한다. 모처럼 남녀 동기회 모임에 나간 적이 있다. 퇴임들을 했기 때문에 참석자가 많았다. 1박 2일간의 프로그램을 끝내고 점심식사도 거의 끝나서 곧 헤어질 시간이었고, 다음에는 또 언제 이 얼굴들을 볼 수 있을지 숙연하여 할 말을 찾지 못하는 분위기였는데 학교 다닐 땐 말도 없이 겨우 얼굴을 들고 다니던 사람이 큰 소리로 음담패설을 해버렸다. 모두들 껄껄 웃었고 여성들도 그렇게 웃거나 두어 명은 소리없는 미소를 지었다. 개그나 해학이 아니었다. 저속하기 짝이 없어서 이후 그 음담패설이 뇌리 속에서 지워지지 않았고, 40여 년 만에 처음 만났지만 아마 교직생활을 하는 내내 그의 행동은 저속했을 것이라는 짐작을.. 2024. 2. 25. "사람들은 아무런 얘기를 하지 않아요." "무슨! 사람들이 왜 얘기를 안 해?" "아니에요. 아무도 얘기하는 사람이 없어요. 자동차며 옷들이며 수영장 얘기밖엔 안 해요. 그런 것들이 뭐는 얼마나 멋있냐는 둥 그런 얘기뿐이죠. 누구든 하는 얘기들은 다 똑같아요. 남들과 다른 얘기를 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어요. 카페에서도 모여 앉았다 하면 그저 농담이나 주고받으며 깔깔거리기 일쑤죠. 똑같은 우스갯소리들만 하고 하고 또 해요. 음악회라고 가 보면 현란한 조명들이 온 사방을 어지럽게 누비더군요. 보기엔 멋있고 즐겁지만 그것뿐이죠. 공허하고 추상적일 뿐. 박물관은 또, 가 본 적이 있으세요? 거기도 전부 다 추상적인 물건들뿐이에요. 지금 있는 것들은 다 그래요. (......)" 소설 《화씨 451》(레이 브래드버리)에서 소녀 클라리세 매클린이 방화수 .. 2023. 12. 8. "그 멍청한 아이스크림 트럭만 오지 않았다면..." 제이슨은 95세인 할아버지가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듣자마자 할머니를 위로해 드리려고 90세 된 할머니를 만나러 갔다. 할머니 댁에 도착한 그는 어떻게 된 일인지 물었다. 할머니는 섹스를 하던 중에 할아버지가 죽었다고 설명했다. 깜짝 놀란 제이슨은 할머니에게 두 분이 그 연세에도 섹스를 했다는 걸 알고 충격을 받았다고 말하면서 그것이 "상당히 바람직하지 못한 상황"임을 넌지시 내비쳤다. 할머니는 노인들도 교회 종소리에 맞춰서 성관계를 하면 안전하다는 사실을 몇 년 전에 알게 됐다고 말했다. 한마디로 리듬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딩' 소리가 울릴 때 들어가고 '동' 소리가 울릴 때 나온다면 매우 편안하면서도 안전하다고. 할머니는 이렇게 덧붙였다. "그 멍청한 아이스크림 트럭만 오지 않았다면, 할아버지는 지금도.. 2021. 4. 13. 울아빠의 고성방가(高聲放歌) 선생님께서 사자성어(四字成語) 문제를 내겠다고 했습니다. 국어시간이었겠지요? "큰 소리를 지르거나 노래를 불러서 주변을 시끄럽게 하는 짓을 이르는 말이다. 사자성어로 뭐라고 하느냐?""……" ♬ 답답한 선생님께서 사전에서 볼 수 있는 용례를 보여줍니다."우리 연습실의 음악 소리가 시끄럽다면서 ○○○○로 신고가 들어왔다.""……""오늘 새벽 술 취한 남자 한 명이 ○○○○를 하며 시끄럽게 하는 바람에 잠을 제대로 못 잤다.""……" 할 수 없다고 생각한 선생님께서 힌트를 더 주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그래도 모르겠느냐? 결정적인 힌트를 주겠다. '가'로 끝나는 말이다." ♬ 그제야 한 아이가 손을 번쩍 듭니다."그래, 이제 알겠느냐?""예. '그럴 수가'입니다!" 선생님은 기가 막혔습니다.선생님의 표정.. 2012. 4. 5. 교장실에 온 개그맨들 2006년 봄인가, 제가 용인의 성복초등학교에 근무할 때였습니다. 그 전해의 어린이날에 경찰대학교 의장대를 초청해 아이들과 학부모들에게 깜짝 공개를 했더니 그 절도 있는 동작에 경탄하여 장차 경찰·군인이 되겠다는 아이가 수두룩했었는데, 그해엔 개그맨들을 초청하게 되었고, 강당에서 아이들을 만나기 전에 잠시 차 한 잔씩을 대접했었습니다. 바보 흉내로 웃기는 것도 재미있습니다. 뉴스보다는 훨씬 마음이 편합니다. 그러나 바보 흉내 말고도 재미있게 해주는 방법은 얼마든지 있습니다. 예를 들고 싶은 것이 '달인(達人)' 같은 종목입니다. 저는 '달인'을 보면서 웃지는 않습니다. '달인' 자신도 좀처럼 웃지 않습니다. 그러므로 '달인'이나 저나 둘 다 웃지는 않는 건 같고, 저로 말하면 웃기는커녕 오히려 조바심을 .. 2011. 2. 16.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