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슨! 사람들이 왜 얘기를 안 해?"
"아니에요. 아무도 얘기하는 사람이 없어요. 자동차며 옷들이며 수영장 얘기밖엔 안 해요. 그런 것들이 뭐는 얼마나 멋있냐는 둥 그런 얘기뿐이죠. 누구든 하는 얘기들은 다 똑같아요. 남들과 다른 얘기를 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어요. 카페에서도 모여 앉았다 하면 그저 농담이나 주고받으며 깔깔거리기 일쑤죠. 똑같은 우스갯소리들만 하고 하고 또 해요. 음악회라고 가 보면 현란한 조명들이 온 사방을 어지럽게 누비더군요. 보기엔 멋있고 즐겁지만 그것뿐이죠. 공허하고 추상적일 뿐. 박물관은 또, 가 본 적이 있으세요? 거기도 전부 다 추상적인 물건들뿐이에요. 지금 있는 것들은 다 그래요. (......)"
소설 《화씨 451》(레이 브래드버리)에서 소녀 클라리세 매클린이 방화수 가이 몬테그에게 그렇게 이야기하고 있었다. 그 소녀는 소문도 없이 사라졌다. 그렇지만 이후 방화수 가이 몬테그는 변하게 되었고 목숨을 걸고 세상이 거꾸로 돌아가는 걸 막고자 했다.
클라리세 매클린의 이 이야기는 허구에 지나지 않는 것인지, 지금 세상의 이야기이기도 한 것인지, 당연히 그것이 우리의 관심사가 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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