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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세월의 끝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를 기대하며 쓰는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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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라 프랜시스 샌더스 《마음도 번역이 되나요》두 번째

by 답설재 2023. 12. 10.

엘라 프랜시스 샌더스 《마음도 번역이 되나요》두 번째

THE ILLUSTRATED BOOK OF SAYINGS: Curious Expressions from Around the World

세상에서 하나뿐인 기발하고 재미있는 표현들

루시드폴 옮김, 시공사 2017

 

 

 

 

 

 

우리 속담 '까마귀 날자 배 떨어진다'에 대해 이렇게 설명하고 있다.

 

 

까마귀가 날아가느라 배가 떨어진 걸까요? 배가 떨어지는 통에 까마귀가 날아가버린 걸까요?

이건 얼핏 동시에 일어난 사건으로 보일지라도 애써 관련지으려 할 필요는 없다는 말이에요.

까마귀가 날아간 일과 배가 떨어진 일이 늘 연관되어 일어나는 건 아니잖아요. 어쩌면 아무 상관없이,

그저 별개로 일어난 사건이었는지도 모르는걸요. 물론 그렇다고 우리의 상상이 쉽게 멈출 리는 없겠죠.

우리의 머릿속은 기가 막히게 맞아떨어진 두 사건의 의미를 어떻게든 엮어보려고 하기 마련이니까요.

연관성을 잘못짚는 건 금전적인 면에서나 정치적인 면에서, 특히 철학적인 면에서 꽤나 큰 소동을

불러올 수도 있어요. 오죽하면 그것을 일컫는 심리학 용어까지 있겠어요.

사소한 동시성에서 질서를 찾아내고

의미를 부여하려고 하는 '아포페니아(apophenia)'나 '패터니시티(patternicity)'가 바로 그것이에요.

쉽게 말해 사람들은 별 의미도 없는 걸 가지고 무언가 의미 있는 규칙성을 애써 찾아내려는 경향이 있다는 거랍니다.

 

 

이런 말 50여 가지를 설명과 일러스트레이트로 두 페이지씩 구성하고 있다.

다음과 같은 말들이다.

 

 

눈에서 멀어지면 마음에서도 멀어지는 법(히브리어)

파란 질문에 초록 대답(티베트어): 본래 질문과는 하등 상관도 없는 대답, 정치판에서는 흔해빠졌다.

맨발로 뱀 쓰다듬기(체코어): '사자 우리로 들어가라'는 표현과 같은 의미.

빈 양동이 물이 더 튄다(힌디어): 보잘것없는 지식을 가진 사람들이 더 아는 척을 하려고 든다는 말.

포도알은 서로 바라볼수록 깨매지지(터키어): 우리의 결정이나 자존감, 사고방식 등은 주변 사람들과 닮아갈 수밖에 없다.

내 곡예단도 아니고 내 원숭이도 아닌걸(폴란드어): 내 알 바 아니라는 것.

바다는 그저 바라보는 것(스와힐리어): 길고 고된 여행을 끝낸 뒤라 할지라도 바닷물이 사람의 갈증을 풀어줄 수 없다는 것.

원숭이도 나무에서 떨어질 때가 있지(일본어)

 

 

우리 속담에도 다 있는 것 아닌가 싶어서 세상은 넓어도 사람 마음은 거기서 거기라는 생각을 해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