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봄인가, 용인의 성복초등학교에 근무할 때였다.
그 전해의 어린이날에 경찰대학교 의장대를 초청해 아이들과 학부모들에게 깜짝 공개를 했더니 그 절도 있는 동작에 경탄하여 장차 경찰·군인이 되겠다는 아이가 수두룩했었는데, 그해엔 개그맨들을 초청하게 되었고, 강당에서 아이들을 만나기 전에 잠시 차 한 잔씩을 대접했었다.

바보 흉내로 웃기는 것도 재미있다. 뉴스보다는 훨씬 마음이 편하다.
그러나 바보 흉내 말고도 재미있게 해주는 방법은 얼마든지 있다. 예를 들고 싶은 것이 '달인(達人)' 같은 종목이다. 나는 '달인'을 보면서 웃지는 않는다. '달인' 자신도 좀처럼 웃지 않는다. 그러므로 '달인'이나 나나 둘 다 웃지는 않는 건 같고, 나로 말하면 웃기는커녕 오히려 조바심을 갖는다. 내가 그 개그맨의 입장이 되어 조마조마해 한다.
'저 사람이 오늘은 무엇을 연습해서 나왔나?'
'오늘은 어디까지 가려나?'
'도대체 일주일 만에 어떻게 저만큼 갈 수 있지?' ……
길지는 않은 그 시간에 여러 가지 생각을 하며 쳐다본다.
"웃지도 않아? 그럼 그걸 왜 개그라고 하지?" 그렇게 물을지도 모르나 그게 개그가 아니면 그럼 뭐겠는가? 드라마도 아니고 그렇다고 다큐멘터리도 아니고 뉴스도 아니지 않는가? 그렇게 웃지도 않고 쳐다보면서도 어쨌든 그 중에서는 제일 재미있으니 그게 진정한 개그가 아닌가?
'달인' 김병만은 훌륭한 개그맨이다. 자주 보지는 않지만 때마다 하는 '달인'인데도 그 때마다 궁금해지고 그래서 신선하다. 아이디어도 좋을 뿐만 아니라 아이디어대로 하려면 피나는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 분명하다. 게다가 함께하는 세 명 중 나머지 두 명도 빛나게 해주는 것 같다.
다시 교육자가 되어 아이들에게 얘기해 줄 수 있다면 '달인'의 그 개그맨 같은 사람이 되라고 하고 싶다.
그날 그 교장실에 온 그들이 생각난다. 나로서는 영문도 모를 일이지만 그가 "짜증 지대로야"라고 하면 아이들이 쓰러지게 하던 어느 여자 개그맨은, 학교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며 미리 아이들을 만나고 있었다. 그래서 교장실로 억지로 부르지는 않았다. 그는 지금 인기가 아주 좋다.
교장실에 들어온 저 개그맨 중 한 명이 "난생 처음 교장실에 들어왔다"고 해서 "소감이 어떠냐?"고 물어봤더니 "앉아 있기가 어렵다"고 해서 "나는 옛날의 그 엄한 교장이 아니니까 안심하라"고 했지만, "지금 이 교장실의 교장 선생님께서 아무리 스스럼없이 대해 주셔도 마음속의 그 교장선생님을 지울 수가 없어서 어렵게 느껴진다"고 했다.
사진 왼쪽의 저 붉은 모자를 쓴 이와 그런 대화를 나누었다. 저 개그맨은 지금 '최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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