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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세월의 끝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를 기대하며 쓰는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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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 그르니에 《어느 개의 죽음》 장 그르니에 《어느 개의 죽음》 지현 옮김, 민음사 2015 장 그르니에는 알베르 카뮈에게 철학을 가르쳤습니다. "나는 내가 맡은 젊은이들에게 가르칠 책임이 있다는 점보다는 오히려 그들 자신에 대해 가르칠 수 있다는 점 때문에 그들에게 애착을 갖게 되었다. 나의 책무에서 성공할 수 있는 방법은 이것뿐이라고 믿었다."1 단순하게(혹은 오만하게) "젊은이들을 가르친다"고 하지 않고 "그들 자신에 대해 가르친다"고 한 그르니에, "나의 책무에서 성공할 수 있는 방법은 이것뿐이라고 믿었다"고 한 그르니에가 존경스러웠습니다.2 일찍 그를 알았더라면, 나도 조금은 더 나은 교사였을 것입니다. '중요한 것'을 '누구에게나' 똑같이 가르치는 데 혈안이 되어 있는 우리 교육을 좀 더 깊이 있게 반성하는 교사였을 것입니다.. 2017. 1. 17.
한 영혼을 만나기 위한 준비 한 영혼을 만나기 위한 준비 전혀 엉뚱한 누렁이 Ⅰ 극락이나 천당, 지옥 같은 게 있다는 말은 착하게 살아야 한다는, 어쩌면 모두들 악착 같이 살면 다 피곤해지니까 마음이 약한 혹은 순한 사람이라도 좀 느슨하게 살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지어낸, 확인할 길 없는 이야기가 아닐까 싶을 .. 2016. 6. 19.
로제 그르니에 『내가 사랑했던 개, 율리시즈 Les Larmes D'Ulysse』 로제 그르니에 『내가 사랑했던 개, 율리시즈 Les Larmes D'Ulysse』 김화영 옮김 현대문학 2002 율리시즈라는 이름을 가진 개는 많다. 그렇지만 정작 율리시즈 자신의 개는 이름이 무엇이었던가? 아르고스. 그 개는 페넬로페보다 더 딱한 처지에 놓인 채 주인을 기다린다. 언제나 신중한 이 이타카의 왕은 오랜 순항 끝에 마침내 자신의 조국인 섬나라로 돌아오자 아테나와 몰래 짜고서 남이 알아보지 못하도록 변장을 한다. 그렇지만 애견 아르고스는 그를 단박에 알아본다. 이제 주인이 집을 떠나고 없는지라 아무도 돌보지 않게 된 개는 대문 앞, 노새와 소들이 배설한 거름더미 위에 퍼질러 누워 있었다. 율리시즈의 하인들은 드넓은 영지의 땅에 시비할 거름을 푸러 찾아오곤 했다. 아르고스는 거기서 이가 뜰끓는.. 2016. 6. 13.
미즈바야시 아키라 『멜로디 Melodie』 미즈바야시 아키라 『멜로디 Melodie』 이재룡 옮김, 현대문학 2016 집 안에서도 우리는 서로 딱 들러붙은 한 몸처럼 느꼈다. 아침이면 나는 또 다른 의식의 순간을 가졌는데 식사하기 전에 멜로디는 내가 맛있게 먹으라는 명령을 내릴 때까지 사랑이 짙게 밴 인내심으로 먹기 전까지 나를 오랫동안 쳐다보았다. 내가 컴퓨터 앞에서 작업을 할 때면 대체로 멜로디는 내 발치에서 세상에서 가장 평화스러운 모습으로 졸았다. 혹은 자기가 좋아하는 다른 자리에 누워 있었는데 거기에서 멜로디는 오페라와 실내음악을 전문으로 방송하는 라디오에서 하루 종일 끊임없이 흘러나오는 음악을 어떤 때는 신중히, 어떤 때는 심드렁하게 들었다. 그의 취향은 나와 같았다. 아니, 그보다는 나의 취향이 그의 취향이 되었다.(202~203) .. 2016. 5. 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