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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세월의 끝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를 기대하며 쓰는 편지

가브리엘 루아5

대화 그 아이는 가정 돌봄이 불가능한, 포기한 상태입니다. 열한 살.. 코로나 시국이 학교를 오다가 안 오다가의 반복된 상황으로 등교가 귀찮은 상태가 되어버렸습니다 그래서 결석이 잦고, 연락하고 또 연락해도 깨워줄 사람의 부재로 늘 교무실팀이 데리러 가야 합니다. 친구랑 엮어주기도 했고, 일주일 등교 잘하면 떡볶이도 사주기도 했고.. 효과는 순간에 불가했습니다만 그렇게 한 학기를 보냈고 올 9월 신규 샘이 발령받아 담임이 되었습니다. 어느 날, 신규 샘 왈 "아침에 제가 연락하여 등교시켜볼게요" 그렇게 매일 그 아이 집 앞에서 기다려 아이와 함께 등교하기를 반복, 잠시 잊었습니다. 안정되었나 보다.. 다시 결석과 출석이 반복되고 그 사이 사건도 생겼지만 하루하루 넘기던 12월 어느 날 더 이상 방법이 없어 교.. 2021. 12. 13.
가브리엘 루아 《내 생애의 아이들》 가브리엘 루아 《내 생애의 아이들》 김화영 옮김, 현대문학 2003 1 16년 전에 읽었는데도 한시도 잊은 적 없는 책입니다. 교육부에 있다가 교장이 되어 나간 학교의 여성 행정실장의 닉네임이 "내 생애의 아이들"인 걸 보고 반가워서 덥석 껴안을 뻔했을 정도였습니다. 『내 생애의 아이들』, 서정적인 이 이야기는 나의 누추했던 교사 시절까지 서정적인 것으로 바꾸어 놓았습니다. '가브리엘 루아' 혹은 '내 생애의 아이들'이라는 제목이 떠오르면 곧 처음 발령을 받아 근무한 그 시골 학교가 떠오르고 이 소설의 한 장면을 상기하게 됩니다. 흔히 나는 수업이 시작되기 전에 준비를 다 마치곤 해서, 칠판은 본보기들과 그날 풀어야 할 문제들로 가득 차 있었다. 그래서 나는 책상에 가 앉아서 우리 학생들이 나타나기를 기.. 2019. 10. 5.
가브리엘 루아 『데샹보거리』 가브리엘 루아 『데샹보거리』 이세진 옮김, 이상북스, 2009 『내 생애의 아이들』 『세상 끝의 정원』 『그 겨울의 동화』를 쓴 캐나다 작가 가브리엘 루아가, 자신의 어린 시절을 이야기한 18편의 단편소설입니다. 재미있습니다. 세상의 온갖 것들을 알아가는 어린시절 이야기는, 그 어린시절이 기억의 저 아득한 곳에 묻혀버린 사람에게는 '그리움'에 관한 이야기이고, 그렇기 때문에라도 이런 이야기를 읽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 가령 '결혼'이라는 주제나 '허니문' '연애질' 같은 것은 이런 것입니다. "결혼은 하면 안 되는 거예요?" 그러자 엄마는 어떨 때는 괜찮다고, 심지어 굉장히 좋은 결혼도 있다고 했다. "그런데 왜 어떻게든 조지아나 언니가 결혼하는 걸 막아야 해요?" "네 큰언니는 결혼하기.. 2014. 5. 11.
소설 속에서 나온 크리스마스카드 가브리엘 루아가 소설『내 생애의 아이들』을 썼습니다. 그 소설에 어떤 삽화가 있는 건 아닌데도, 그 속의 선생님은 아름답게 떠오릅니다. 읽은 지 오래되어 다 잊은 것 같은데도 그 선생님은 눈송이처럼 아름다운 여성이라는 느낌만은 그대로입니다. 그 소설 속의 선생님께서 아이들과 함께 커다란 크리스마스카드를 만들었다며 핸드폰을 통해 보여주셨습니다. 그 소설에는 다음과 같은 구절이 있습니다. 저는 이걸 암기해야 하는데…… 생각하고 있습니다. 마음뿐입니다. 마음뿐인 일들 투성이로 살아갑니다. 나 자신 그런 시절의 상처를 이제 간신히 치유한 상태였고 겨우 청소년기의 몽상에서 벗어나 아직 성년의 삶을 잘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는 형편이었으므로, 이른 아침 교실에 서서 내 어린 학생들이 세상의 새벽인 양 신선한 들판 위.. 2012. 12. 24.
가브리엘 루아 『그 겨울의 동화』 글쓴이·가브리엘 루아/그린이·니콜 라퐁드 『그 겨울의 동화』 옮긴이·조현실, 토토북, 2006 정년퇴임을 하기 몇 년 전, 그러니까 교육부에서 학교로 나와 아이들과 함께 지내게 되었을 때 작가 가브리엘 루아의 아름다운 소설 『내 생애의 아이들』 『세상 끝의 정원』 같은 작품을 읽은 것은, '행운'이었습니다. 『내 생애의 아이들』에서 가브리엘 루아가 보여준 그 관점으로라면, 학교와 교실은, 이 세상에 남아 있는 마지막 천국이므로. 그 책을 읽은 행복감으로, "가브리엘 루아(Gabrielle Roy)", "루아(Roy)", 그녀는 이름조차 얼마나 아름답게 느껴졌는지…… 나 자신 그런 시절의 상처를 이제 간신히 치유한 상태였고 겨우 청소년기의 몽상에서 벗어나 아직 성년의 삶을 잘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는 형편이.. 2011. 9. 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