꼭 10년 전, 그 선배는 하루가 멀다 하고, 때로는 하루 두세 차례 FW 메일을 보냈다.
FW : 평안한 마음을 갖는 방법
FW : 앞으로의 전쟁은 소리소문 없이 7일이면 끝장
FW : 3백 년 전의 이혼 풍경
FW : ○○○의 一喝
FW : 가보셨습니까? ○○○ 대통령 기념관
FW : 전해주고 싶은 건강 이야기(보약보다 효과가 있는 것은 운동이다.)
FW : 정신건강 이야기(매사에 세 번 생각하고 세 번 인내하기는 실수를 막는 비법)
FW : 太平洋戰爭全史
FW : 대한민국에서 최고의 남편감은?
FW : 黃金人生을 만드는 다섯 가지 富
FW : 溪西野譚 한 토막
FW : ○○○ 체제의 5重苦
FW : 자나 깨나 자식 조심(다시 보냄)
FW : 청춘아, 내 청춘아(스피커를 켜 놓으십시오)
FW : 요즘엔 다 쓰고 죽는다는 "쓰죽회"가 유행
FW : 그때 그 시절 1900년대 영상자료
FW : 너무나 달라져버린 우리의 반쪽, 착잡한 사진들
FW : 황혼 12道.
FW : 건강 관리의 요체(보관 필독)
FW : 그리운 옛시조에다 김홍도의 그림
FW : 수면제 없이 1분 안에 잠드는 4-7-8 호흡법
FW : 가장 많이 틀리는 漢字 表記
FW : 늙은 남편이 정말 부담?
FW : 썩지 않는 씨앗은 꽃을 피울 수 없다
FW : 老人에게 반가운 소식
FW : 完全武裝한 1個 大隊를 運送할 수 있는 항공기 출현
FW : 미래 전쟁의 한 모습
FW : 나이 들어도 시력 좋게 지키려면
FW : 낙화유수 음악을 들으시며(동영상 : 흘러간 옛 노래 많음)
FW : 한국의 7890대 어른들은 훌륭한 세계 1등 국민이십니다(꼭 보십시오!)

제목만 봐도 내용을 짐작할 수 있을 만한 목록이다.
나는 이게 싫었다. 별것도 아닌 내용을 다시 보내고 음악이 나오니 스피커를 켜 놓으라느니 중요한 것이니 수첩에 적어 두라느니 삭제하지 말고 보관하라느니...... 공연한 간섭을 하는 것이 우습기도 했다.
결정적인 일은 그다음이었다.
나는 이 사실을 이 블로그에 그대로 써버렸다.
마침 그즈음에 블로그를 개설해 놓고 지인들에게 자신의 블로그에 오지 않는 사람은 인품이 의심스럽다느니 적어도 한 달에 한 번쯤은 댓글을 쓰는 것이 상식이고 도리가 아니겠느냐고 닦달하는, 다른 어느 선배에게 신경이 쓰이던 참이어서 '이 선배들이 왜 이럴까?' 짜증스러워하게 된 것이었다.
'낮말은 새가 듣고 밤말은 쥐가 듣는다'는 속담이 있지만 "이 글 좀 보세요!"하고 공개적으로 비판한 글을 썼으니, 익명으로 쓰긴 했어도 아는 사람은 알게 되었을 것이었다.
아무도 와 보지 않는 블로그 같지만 이런 비난을 읽은 사람이 한둘은 아니었을 것이고 '이거 잘됐다!' 하고 일러바친 사람이 없지 않았을 것이다.
언젠가부터 그 선배는 내게 메일을 보내주지 않게 되었고, 그렇게 되자 나는 속이 다 시원했는데 어느 날, 그게 아니라는 걸 생각하게 되었다. '내가 선배에게 무슨 짓을 한 거지?'
잘못했다고 용서를 구한다고 생각만 하면서 몇 년이 흘렀다.
실천해야 한다고 단단히 벼르긴 했지만 쉽지 않았다. 세월만 흘러가고 있었다.
선배가 세상을 떠날까 봐 조마조마했다.
내 마음을 더욱 곤혹스럽게 하는 일도 있다. 요즘은 스마트폰으로도 용량이 큰 메시지들을 간편하게 주고받을 수 있게 되었고, 그렇게 하는 사람들 중에는 저 선배가 이미 10여 년 전에 써먹은 방법("비망록에 적어 두세요!" 등등의 요구)을 지금도 써먹는 걸 보게 된 것이다. 10여 년 전이니 그때만 해도 옛날이다. 그렇다면 요즘 사람들이 하는 짓에 비하면 그 선배의 그 '부지런함'은 용인되어도 좋았을 것이다.
그나저나 그 선배는 몸이 불편하다는 소식도 들었다. 그래서는 안 된다! 그럴 수 없다!
"선배님! 건강 잃지 마세요! 제가 용서를 구할 때까지, 언제까지라도 정정하게 지내셔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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