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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세월의 끝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를 기대하며 쓰는 편지
교육논단

현장체험학습의 비밀 (2026.5.29)

by 답설재 2026. 5. 29.

 

 

 

우리 동네를 흐르는 개천은 사시사철 사랑을 받는다. 자연이 고맙다는 걸 실감할 수 있는 곳으로,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정성들여 가꿀 수밖에 없다.

 

올봄엔 달랐다. 아이들이 도통 보이지 않아 아무래도 좀 썰렁했다. 아이들은 봄만 되면 선생님을 따라 한 번씩은 다녀갔었다. 쓰레기를 줍고, 풀숲과 냇물을 살펴보기도 하고, “환경은 우리 생명” 같은 표어에 그림을 곁들인 피켓을 만들어 와서 누가 지나가면 좀 보라고 큰소리로 외치는 열정적인 모습도 재미있었다. 그 아이들이 나타나지 않은 것이다.

 

거기 오는 것도 위험부담이 없는 건 아닐 것이다. 접시 물에도 빠지더라는 속담이 괜히 있는 건 아니다. 그럼에도 어떤 중학생들은 예년처럼 놀이공원을 갔었고, 고등학생들은 서울 어디를 다녀온 보고서를 쓰고 하는 걸 보면 다 마음에 달렸다고 할 수도 있다.

 

소풍, 수학여행을 포함한 현장체험학습 문제가 국무회의에서 거론된 것은 반가운 일이다. 이런 일이 대통령과 장관 사이의 대화 주제가 된 적이 있었는지 모르겠다.

 

대통령이 장관에게 “요새 소풍도 잘 안 가고 수학여행도 안 간다고 한다” “소풍이나 수학여행도 수업의 일부 아닌가?”라고 물은 것은 학교교육과정 운영과 실태 문제이고, “단체 활동을 통해서 배우는 것도 있고 현장 체험도 큰 학습인데, 혹시 안전사고가 나지 않을까 하는 위험, 또는 관리 책임을 부과 당하지 않을까 하는 그런 걱정 때문에 일어나는 현상인가?” “그건 책임을 안 지려고 학생들에게 좋은 기회를 빼앗는 것 아닌가?”라는 언급은 해결해야 할 문제일 것이다.

 

전교조에서는 성명을 냈다. “안전사고와 관리 책임이 교사 자리를 박탈할 뿐만 아니라 전과자가 되게 하는 극악한 상황이 지금 교사들 앞에 놓인 현실이다” “수십 명의 학생을 데리고 통제가 쉽지 않은 현장체험학습을 나갔을 때 사고의 전적인 책임을 교사가 떠안고 있다”는 것이다.

 

초등교사노동조합에서도 “현장체험학습을 포함한 모든 교육활동은 학생들이 배움을 확장하는 소중한 기회지만, 이를 위해서는 우선 예측 불가능한 사고 시 교사가 무한 책임을 지지 않는 제도적 안전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교사의 형사·민사 책임을 원천적으로 제한하는 법적 장치를 마련하라”고 촉구했다.

 

이에 교육부장관은 “5월 중으로 교사의 면책권 강화를 위한 법령 정비, 보조 인력 배치 확대, 체험학습 업무 경감 및 지원 확대, 매뉴얼 간소화 등을 담은 방안을 발표하겠다”고 했다.

 

교원들은 그 발표를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기다리는 사람들 중에는 학부모도 있고, 현장체험학습을 가고 싶은 학생들도 있다. 그들은 어떤 생각으로 그 발표를 기다리고 있을까?

 

중요한 관점은, 학교에서는 교육부 지침만 준수하면 모든 일이 순조롭게 이루어진다고 생각할 수는 없다는 점이다. 지침에 의지하는 교육은 마지못해 하는 것일 수 있고, 마지못해 하는 교육을 교육다운 교육이라고 볼 수는 없기 때문이다. 교육부도 그렇다. 지침을 근거로 원활한 현장학습이 이루어질 수 있는 실제적이고 구체적인 방안을 마련해달라는 요청을 해야 한다. 학교교육과정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지침을 실현하기 위한 협의에는 학부모와 학생은 물론, 버스기사들도 참여하면 좋겠다. 십몇 년 전 경기도 어느 초등학교 교장은 연간 60회의 현장학습을 실시했다. 각 학년별로 매달 1회, 연간 10회씩이었다.

 

비교적 환경이 좋은 S초등학교에서도, 평범한 환경의 Y초등학교에서도 학부모들을 설득했고, 안전지도 협력을 위한 학부모 위원을 선출했고, 한 쪽 가득 채우던 안전지도계획을 한 줄로 적게 했고, 당일 아침에는 매번 운전기사들을 교장실로 초청해서 다과를 나누며 잘 다녀오기를 간절히 부탁했다. 자신에게 모든 책임이 있다는 것을 강조했고, 선생님들께는 별도의 부탁을 하지 않았다.

 

잘못되면 다 네 책임이라는데도 신이 나서 천진난만 그 자체인 아이들을 데리고 산으로 들로 나갈까? 제정신으로 그렇게 할까? 교육은 본래 그런 것일까? 아니다. 학교교육은 교육공동체라는 말의 의미 그대로 아이들을 둘러싼 우리 모두의 진심과 정성, 열정으로 이루어져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