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난히 추운 겨울입니다. 방학이 되면 무슨 핑계를 대더라도 교사들을 학교에 불러내려고 애를 쓰던 옛 교장·교감들이 생각납니다. 행정기관의 지침 같은 게 있었을까요? 마음이 불편하면 생각인들 유연했을 리 없어 집에 있어도 어디를 가도 늘 불안하고 괜히 뭘 잘못하고 있는 느낌이었으니 어처구니없는 일이었죠. 그렇게 해서 어떻게 소양을 쌓고 새로운 각오로 계획도 세워보고 했겠습니까.
AI의 발전에 대한 인식과 파장에 점점 가속도가 붙는 느낌입니다. 발전 속도와 함께 부작용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고요. 교사들의 생각은 어떻습니까? 요즘은 교사의 입지가 흔들릴 수 있다는 예측은 거의 사라지고 있지만(교사를 설명을 일삼는 로봇쯤으로 알았던 거죠), 행정가들이 AI와 수업 테크닉의 접합에 너무 집중하는 것 같다는 지적을 들은 적은 있습니다.
선생님 생각은 어떻습니까? 만약 AI와 수업 테크닉의 접합이 교육의 발전을 견인하는 것이라면, 향후 교사들의 역할이 축소되어 마땅하지 않을까요? 가령 우리의 초중고 학생들에게 상급학교 진학만이 거의 유일한 목표가 되고, 그 경우 인터넷 강의가 주효한 방법이라면 전국적으로 ‘일방적 강의’에 능통한 ‘일타강사’ 몇 명이면 모든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는, 농담 같은 논리가 농담만은 아닌 것처럼…
수업에서 AI의 도입은 어떤 성격의 것일까요? 만약 지식의 설명과 이해, 질문과 대답이 ‘수업의 전부’라면, 그리고 그것이 교육이라면 우리는 우리의 할 일을 AI에게 맡겨버려도 좋지 않을까요?
잘 아시다시피 우리나라 학교 교육이 시작된 이래, 교육 현장에는 그 어떠한 물결이 닥쳐도 국가 고사나 대입전형, 그리고 교실 수업에서 지식 주입 및 그 영향력만은 흔들림 없이 지속, 발전되어 왔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AI라는 전대미문의 영향력을 행사할 ‘또 하나의 인간’(인조인간)이 교실에 들어와 지식의 학습과 습득, 나아가 추리, 적용, 논증 등에 필요한 활동을 하게 된다면 우리 교사들은 장차 교실을 떠나야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렇지만 지식의 설명에만 그치지 않는 인간교육 본연의 목표가 중시되어야 마땅하다면 AI의 등장은 마침내 교사들의 정체성과 위상을 증명해주려고 나타난 선물 같은 존재가 될 수도 있을 것입니다. A. 토플러를 비롯한 여러 학자가 연이어 나타나 교육이란 지식의 설명과 암기에 그치지 않는다고 절절히 호소해도 듣지 않던 사람들이 드디어 교육의 본질을 이해하고 교사의 활동에 주목할 절호의 기회가 온 것입니다.
온갖 노력에도 불구하고 교육이 어떤 것인지도 모르는 고위직의 “99점과 100점은 엄연히 다르다”는 그 한마디에 모든 것이 뒤집혀 ‘5지 선다형’의 위치와 위력이 더욱 공고해지는 후진적 교육정책이 맥없이 사라지고 마침내 혁신다운 혁신이 이루어질 것입니다. AI는 숙원이 되어온 교육혁신의 이유가 되고 그 기회가 되어줄 것입니다.
교사들이 오죽 애가 탔으면 아이들이 뭐라고 하든, 무슨 짓을 하든 내버려 둔다고 했겠습니까. 교육은 사람을 대상으로 한 창조 활동이고 더할 수 없는 기쁨이라는 건 교육학을 이수한 우리 교사들의 가슴속에 한결같이 자리한 가치관입니다. 그 배움이 교육현장에서 아무런 쓸모가 없다면 교사들은 허탈감을 느낄 것이 당연합니다.
그렇지만 이제 그 가치관이 더욱 절실한 때가 되었습니다. 부디 건강하시고 다가오는 새봄, 새로 만나실 아이들을 그려보고 교사의 길에 들어설 때를 돌아보시면서 심기일전의 시간을 가지시기를 기원합니다.
알베르 카뮈를 가르친 장 그르니에는 이렇게 썼습니다. “나는 내가 맡은 젊은이들에게 가르칠 책임이 있다는 점보다는 오히려 그들 자신에 대해 가르칠 수 있다는 점 때문에 그들에게 애착을 갖게 되었다. 나의 책무에서 성공할 수 있는 방법은 이것뿐이라고 믿었다.” AI가 그러한 교육을 할 수 있을까요?
2026년 새봄에 만날 아이들 하나하나는 어떤 목표를 가지고 나타날까요? 3월 초, 그들과 만나 대화하며 그 개별적 목표를 파악하고 그들과 함께할 때마다 그 이야기를 하며 지내면 이 한 해가 얼마나 값진 세월이 되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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