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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세월의 끝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를 기대하며 쓰는 편지
교육논단

AI가 학교 기능을 재설정하자고 한다

by 답설재 2025. 11. 28.

 

 

어느 가게에 들어가 주인을 찾다가 두 사람의 대화를 엿들었다. 방문객이 “이 직업은 영구적일 것”이라고 하자 주인이 만족스러워했고, 방문객은 유감스럽게도 “제일 먼저 사라질 직업은 교사”라면서 교사가 하는 일은 인공지능(AI)이 얼마든지 대신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어떤 근거로 저따위 소리를 하지? AI를 만능으로 여기나? 전직 교사로서는 듣기 거북했지만 끼어들어 입씨름할 필요까지는 없고 그쯤에서 볼일을 보고 나온 길거리에서 대화형 AI를 찾았다. “교사라는 직업은 곧 사라지나?” 그렇지! 아니다! 조건이 붙었지만 그 염려가 아주 낮은 직업이다.

 

왜? 창의성, 문제 정의 능력, 비판적 사고와 검증 능력, 소통·협업·감성 지능, AI 활용 능력(AI 리터러시), 복잡한 전략·의사결정 능력 등은 그 가치가 점점 더 중요해지기 때문이라고 했다. 또 유네스코, OECD, 맥킨지 등의 연구기관에서는 교사 업무 중 20~40%는 자동화가 가능하나 상담·동기부여·교실 운영·관계 형성 같은 핵심적 역할은 자동화가 어렵다고 했단다.

 

교사의 역할은 인간만이 할 수 있는 사회적·도덕적 판단, 학생 이해·상담, 교육철학 반영, 수업 디자인 등이 핵심이어서 사라질 염려는 거의 없지만, 그 역할이 크게 변화하는 직업이라는 것이 결론이었다.

 

그럼 도도한 변화가 닥쳐올 때까지는 하던 일이나 계속해도 좋을까? 그건 아닐 것이다. 누가 변화를 불러오나? AI는 이미 가까이 다가와 기계적·반복적 업무는 내놓으라고 종용하고 있어 업무 변화에 대한 압력이 작용하고 있는 느낌이다. 그렇다면 우선 교육의 새로운 길부터 재정립해 나가는 것이 순조로울 것이다. 이제 학교·교사의 역할에 대한 논의를 넘어 보다 적극적으로 학교와 교육의 가치에 대한 판단을 요청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싶다.

 

오늘날 학생들은 개별적이다. 대량생산을 목표로 한 공장모형 대중교육시대가 아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한 생각의 차이에서 교육 양상이 달라진다. 학교는 지식을 기계적·반복적으로 암기하게 하는 것으로는 존립 가치를 주장하기 어렵게 되었다. 학교가 해야 할 교육이 어떤 것이어야 하는지 다시 생각해야만 한다.

 

학교는 학생들이 규칙을 ‘지키도록’ 하려는 곳이 아니라, 규칙에 대해 ‘배우는 곳’이어야 한다. 학생들 스스로 정한 규칙을 스스로 잘 지키는 것이 얼마나 소중한 일인가를 ‘경험할 수 있도록’ 해주려는 곳이어야 한다. 규칙 준수를 강제하는 것은 결코 교육적이 아니다. 학생들이 정한 규칙이 아니라면 더욱 그렇다.

 

학교는 공부를 잘해야만 하는 곳이 아닌 것도 마찬가지다. 배우지도 않았는데 이미 잘하는 학생이나 배웠는데도 거의 제자리걸음인 학생이 함께 생활하는 곳이어야 한다. 공부를 잘하지 못하는 학생을 나무라기 전에 가르치는 방법을 바꾸는 것이 당연하다.

 

학교는 비정상적 교육 장면을 연출하지는 않는지, 처음부터 공부를 잘하지 못하거나 처음부터 규칙을 잘 지키지 못한다고 이상한 학생 취급하는 경우가 없는지 돌아보아야 한다. 이미 공부를 잘하고 규칙을 잘 지킨다면 굳이 학교에서 배워야 할 이유가 없다. "얘들아, 토론을 하되 싸우진 말자!" 하면 졸업할 때까지 혹은 생애 내내 서로 싸우지 않는다면 누가 왜 걱정을 하겠는가? 교육학을 고루 이수한 사람에게 자격증을 주고 잘 가르쳐달라고 부탁할 필요가 있겠는가?

 

그런 관점에서는 학생들이 왜 개성에 따른 학습기회를 충분히 주지 않는지 항의하지 않는 건, 아직은 저 학생들이 순진하고, 교육이 기능을 다 발휘하지 않아도 무방한(항의하지 않는) 시대가 아닌가 싶다.

 

아이들 두엇이 어둑어둑한 아파트 마당 벤치에서 게임 삼매경에 빠져 있다. 게임이나 하며 지내는 요즘 아이들은 어른이 되어도 추억거리가 없을 거라고 걱정한다. 성인들이 산으로 들로 돌아다니던 어린 시절을 그리워하듯 저 아이들은 저렇게 게임에 빠져 있던 어린 시절을 그리워하고, 그건 저 아이들에게 소중하고 그윽한 향수를 불러일으킬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해봐야 한다.

 

도도한 변화의 과정에 그 변화를 재촉하고 앞당길 동반자 AI가 나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