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교훈·사훈의 전형처럼 인식되어 온 덕목 ‘노력’이 청년들의 풍자적 패러디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 이루어지기 어려운 일을 두고 “노~력!” 하고 장난처럼 외칠 때 그렇게만 살아온 날들이 왠지 쑥스럽기도 했다.
한 수학 일타강사가 유명 토크쇼에서 그랬다. 초등학생은 분수에서 ‘수포자’가 되고, 중학생은 √, 고교생은 함수·미적분에서 그렇게 되며 공부 잘하는 유전자를 갖고 태어나면 당연히 유리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수능’에서 1등급을 받지 못하는 것을 유전자를 갖고 태어나지 못해서라고 하면 그건 핑계라고 했다.
왜? 우리나라 수능시험 수학문제들은 개념 자체를 이해하고 있는지 정도를 묻는 것으로, 암기가 아니라 이해하고 연습하면 다 되는 공부일 뿐이라는 것이었다.
그는 중요한 부분도 짚어주었다. 수학의 답을 ‘모범답안’이라고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고 ‘○○○ 선생님 의견’이라고 해야 옳다는 것이다. 진행자는 웃고 넘어갔지만 그건 아주 중요한 인식이어서 우리의 초중고에서 함께 지침으로 삼아도 좋을 것 같았다. 초등학교 경우에도 어떤 교사는 교과서의 풀이와 다른 방법으로 답을 내었을 때 언제 그렇게 하고 앉아 있나, 교과서대로 해야 빠르다고 하거나 교과서의 방법이 효율적이라는 편견을 주입하면서 생각의 싹을 잘라버리기도 하므로 더 팍팍한 학습이 진행되는 중고교에서는 학생들이 교과서·참고서와 다른 방법으로 풀어보겠다는 시도조차 못할 것이다.
그는 또 수업에 소홀한 학생에게 왜 괴로워하면서도 이 강의실에 앉아 있느냐고 추궁한 경험을 소개했다. 수학을 잘하는 것이 절대선이 아니라는 것이다. 수학교육자들은 수학을 잘하면 철학도 음악도 다른 공부도 더 잘할 수 있다고 하고 실제로 그런 재능을 보인 인물 한둘을 보여주지만 그렇지 않은 인물도 수두룩하다는 것은 이야기하지 않는다.
꺼내지도 않고 넘어가버려 안타까웠던 문제도 있었다. 우리나라 수학공부가 (현실적으로) 수능을 대비한 것이고 노력만 하면 1등급을 받을 수 있는 것이라면 아무나 풀지 못하는 문제를 푸는 공부는 왜 시키지 않는 것일까? 초중고 12년 혹은 중고교 6년을 그렇게 보내버리면 (그 기간에 웬만한 학생은 이미 지긋지긋해하는 단계에 이르고 말겠지만) 수학을 하고 싶은 학생은 언제까지 기다리면 되는지, 수학교육학자들이 답을 내놓아야 할 과제가 아닌가 싶었다. 수능 1등급은 결코 수학 공부의 목적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 강사의 개인적 일화가 인상적이었다. 학원 강사들은 회식 자리에서 수강자 수나 얘기를 할 뿐인데 학교 선생님들과 함께한 자리에서는 수학 여행비를 대납하고 나서 그 학생이 상처를 받으면 어떻게 하나, 고민이라는 얘기를 듣고 자신이 몰랐던 세상이 있고, 학교를 선생님이 계시는 곳, 그 다른 세상으로 생각하게 되었다고 했다. 그는 수강생들에게 앞으로는 자신에게 절대로 ‘선생님’이라는 호칭을 사용해선 안 된다고 했다는 것이었다.
수학교육학자, 수학교육 행정가들은 수능 위주 현행 정책을 유지·고수하는 것이 편해서 긁어 부스럼을 만들 이유가 없다고 생각한다면 우리가 그다음으로 기대할 만한 대상은 마땅히 학교 선생님들뿐이다.
'페르마의 마지막 정리'를 해결한 와일스(Andrew John Wiles)는 42세로 필즈상을 받지 못했다. 우리나라에는 40세가 지나서 필즈상을 놓친 수학자가 얼마나 많을까? 수학이 좋고, 수학을 연구하고 싶어 수학에 빠진 학자는 많겠지만 그렇게 수학에 빠져버릴 즈음에 아쉽게도 이미 나이가 너무 많다면 연구할 시간이 충분히 남은 수학자에게만 주는 그 필즈상은 아예 기대 밖의 것일 수밖에 없다. 상 받으려고 연구하는 건 아니라고 빈정댈 사람이 있긴 하겠지만…
암기하는 것보다 더 빨리 이해하고, 더 많이 이해하고, 더 흥미롭게, 오랫동안 탐구할 수 있는 학생들이 있다. 그런 학생들은 앞서가는 것을 허용·조장하는 정책이 있으면 좋겠다. 그게 공평한 교육일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우리나라의 '영재교육' 같은 걸 말하는 건 아니다!
비단 수학만이 아니다. 공부라는 이름의 모든 부문에서 공통적으로 그렇다.
'교육논단' 카테고리의 다른 글
| AI가 학교 기능을 재설정하자고 한다 (12) | 2025.11.28 |
|---|---|
| 이벤트 전문 회사 주관 운동회를 참관하고 (2025.10.31) (0) | 2025.10.31 |
| 회의도 없이 운영되는 기이한 학교 (2025.8.29) (6) | 2025.08.29 |
| 학교가 교장선생님 텃밭 같았을까요? (6) | 2025.07.25 |
| 무슨 재미로 학교에 가나? (16) | 2025.06.2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