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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세월의 끝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를 기대하며 쓰는 편지
책 보기의 즐거움

책 읽는 사람의 성격 혹은 태도

by 답설재 2026. 6. 4.

 

 

 

어느 이웃 블로그에서 '이런 이야기를 이렇게 자세히 썼구나!' 싶은 글을 발견했다. 책을 많이 읽지 못했기 때문일 수는 있지만 드물게 보는 얘기였다. 어릴 때 읽었던 책을 찾아가는 내용이었다.

끝내 그 책을 찾지는 못한 그 얘기를 읽고, 사람들이 잘 이야기하지 않는, 그렇지만 생각들은 많이 할, 그런 일에 대한 이야기여서 몰입해서 읽었다고 썼더니 이번에는 더 놀라운, 대답을 해주었다.

 

그 책의 내용이, 책을 엄청 많이 읽는 유명한 대가들 몇 사례를 들며, 사실은 책 읽는 중에 방해받거나, 책 읽다가 그 사이 다른 일, 다른 사람을 대할 때는 심할 정도로 책과 어울리지 않는 괴팍한 성격을 보여준다는 거였어요. 그리고 돌아와 또 자기 책읽기에 점잖케 몰두하는... 그래서 제가 넘 위안이 됐거든요^^;;

 

 

실로 그렇지 않았는가!

나는 그렇다!

내가 까칠한 사람이라는 건 나의 세상에서는 이제 돌이킬 수 없는 평가가 되었지만, 심지어 젊었던 시절에는 내가 그걸 무기로 내세우고 괜찮다고 스스로를 격려하기까지 했다.

나도 평소에도 그렇게 까칠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이유없이 그럴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그럼 언제?

바로 책 읽을 때였다.

 

책 읽을 때를 기준으로 '사람의 종류'를 나누어 보면 이렇게 될 수도 있지 않을까?

'지금 책을 읽고 있는데 옆에서 자꾸 뭘 이야기할 때의 태도는?'

① 대화가 더 중요하다는 관점으로 바로 책을 덮어버리고 대꾸해 준다.

② 건성으로, 이래도 응 저래도 응 하며 계속 책을 읽는다.

③ "잠깐만." 하고 양해를 구한 다음 좀 더 읽고 돌아앉는다.

④ 대답은 해주지만 물음에 충실한 대답이 아니고, 대화가 진행될수록 점점 더 짜증을 낸다.

⑤ 당장 화를 낸다. "책 읽는데 뭐 하자는 거냐, 응? 보면 모르냐!"

 

당연히 더 있을 것이다. 위에서 보여준 상황에 가까운 답지를 고른다면(그냥 이 사례 중에서 고른다면) ④가 되지 않을까 짐작해 봤다.

내가 저 이웃 블로거의 대답에서 흥분할 정도로 공감한 부분은 그다음이다. 그래서 제가 넘 위안이 됐거든요^^;;

 

그래, 괜찮다. 나 말고도 이런 사람은 있다. 그런 생각을 하게 된 것이다.

그렇지 않나?

지금까지 그렇게 살아왔는데 이제 와서 고칠 것도 아니고 고쳐질 것도 아니니까. 대가 중에도 나 같은 사람이 있고, 더구나 멀쩡한 블로거 중에도 나 같은 사람이 있으므로, 이미 돌이킬 수 없는 길로 들어선 나로서는(나로서도) 위안을 받는 것이 순리일 것 아닌가?

괜찮다, 이 사람아. 다 괜찮다. 그냥 가자.

 

 

P.S. 그 글은 '나의 시간들'(ewha95)님의 「다시 만나지 못할 것들에 대해」라는 글이었다. 사적인 답글을 옮겨 쓰는 것이 마땅한지 알 수가 없어서 이렇게만 밝히게 되었다(양해하여 주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