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느 이웃 블로그에서 '이런 이야기를 이렇게 자세히 썼구나!' 싶은 글을 발견했다. 책을 많이 읽지 못했기 때문일 수는 있지만 드물게 보는 얘기였다. 어릴 때 읽었던 책을 찾아가는 내용이었다.
끝내 그 책을 찾지는 못한 그 얘기를 읽고, 사람들이 잘 이야기하지 않는, 그렇지만 생각들은 많이 할, 그런 일에 대한 이야기여서 몰입해서 읽었다고 썼더니 이번에는 더 놀라운, 대답을 해주었다.
그 책의 내용이, 책을 엄청 많이 읽는 유명한 대가들 몇 사례를 들며, 사실은 책 읽는 중에 방해받거나, 책 읽다가 그 사이 다른 일, 다른 사람을 대할 때는 심할 정도로 책과 어울리지 않는 괴팍한 성격을 보여준다는 거였어요. 그리고 돌아와 또 자기 책읽기에 점잖케 몰두하는... 그래서 제가 넘 위안이 됐거든요^^;;
실로 그렇지 않았는가!
나는 그렇다!
내가 까칠한 사람이라는 건 나의 세상에서는 이제 돌이킬 수 없는 평가가 되었지만, 심지어 젊었던 시절에는 내가 그걸 무기로 내세우고 괜찮다고 스스로를 격려하기까지 했다.
나도 평소에도 그렇게 까칠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이유없이 그럴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그럼 언제?
바로 책 읽을 때였다.
책 읽을 때를 기준으로 '사람의 종류'를 나누어 보면 이렇게 될 수도 있지 않을까?
'지금 책을 읽고 있는데 옆에서 자꾸 뭘 이야기할 때의 태도는?'
① 대화가 더 중요하다는 관점으로 바로 책을 덮어버리고 대꾸해 준다.
② 건성으로, 이래도 응 저래도 응 하며 계속 책을 읽는다.
③ "잠깐만." 하고 양해를 구한 다음 좀 더 읽고 돌아앉는다.
④ 대답은 해주지만 물음에 충실한 대답이 아니고, 대화가 진행될수록 점점 더 짜증을 낸다.
⑤ 당장 화를 낸다. "책 읽는데 뭐 하자는 거냐, 응? 보면 모르냐!"
당연히 더 있을 것이다. 위에서 보여준 상황에 가까운 답지를 고른다면(그냥 이 사례 중에서 고른다면) ④가 되지 않을까 짐작해 봤다.
내가 저 이웃 블로거의 대답에서 흥분할 정도로 공감한 부분은 그다음이다. 그래서 제가 넘 위안이 됐거든요^^;;
그래, 괜찮다. 나 말고도 이런 사람은 있다. 그런 생각을 하게 된 것이다.
그렇지 않나?
지금까지 그렇게 살아왔는데 이제 와서 고칠 것도 아니고 고쳐질 것도 아니니까. 대가 중에도 나 같은 사람이 있고, 더구나 멀쩡한 블로거 중에도 나 같은 사람이 있으므로, 이미 돌이킬 수 없는 길로 들어선 나로서는(나로서도) 위안을 받는 것이 순리일 것 아닌가?
괜찮다, 이 사람아. 다 괜찮다. 그냥 가자.
P.S. 그 글은 '나의 시간들'(ewha95)님의 「다시 만나지 못할 것들에 대해」라는 글이었다. 사적인 답글을 옮겨 쓰는 것이 마땅한지 알 수가 없어서 이렇게만 밝히게 되었다(양해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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