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티븐 레벨로 《히치콕과 사이코》(발췌)
이영아 옮김, 북폴리오 2012
내게 이런 책이 다 있구나, 생각하며 읽었는데 지금은 '절판'이란다.
마치 히치콕 평전 같았다.
발단이 된 사건이 극도로 끔찍하다.
1957년 11월 말, 한 사건만 아니었다면 플레인필드는 위스콘신 주의 여느 궁핍하고 척박한 농촌과 다를 바가 없었을 것이다. 그해 겨울은 유난히도 추웠다.
(...)
플레인필드 경찰은 쉰한 살의 약간 모자란 듯한 잡역부 에드 긴Ed Gein이 미국 역사상 가장 소름 끼치는 연쇄 살인마임을 폭로했다.
신문의 헤드라인들이 긴에게 악귀라는 낙인을 찍기 이미 오래전에, 그가 살던 시골 마을의 독실한 주민 700명은 그를 괴팍한 사람으로 여기고 있었다. 결혼하지 않고 홀로 살았던 긴은 원래 그의 부모와 형이 경작했던 160 에이커 면적의 황폐한 땅을 어슬렁거리며 늘 히죽히죽 웃고 다녔다. 별걱정 없이 긴을 심부름꾼으로 부리거나 아이를 봐 달라고 맡겼던 사람들조차 그의 무모한 생각에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는 범죄자들이 실수로 일을 그르치는 원인을 떠들어 대기도 하고, 여자들에 대해 가련할 정도로 끊임없이 투덜거리곤 했다. 플레인필드 사람들은 크리스틴 조겐슨의 성전환 수술과 해부학에 대한 그의 병적인 집착을 기억한다. 하지만 긴이 그런 실성한 소리를 말로만 떠들어 댄 것은 아니었다. 11월 16일, 버니스 워든의 철물점 바닥에서 핏자국이 발견됐을 때 그 사실은 명백히 증명되었다.
가장 바쁜 토요일 정오가 지나도록 워든의 가게가 열리지 않은 것을 손님들은 이상하게 생각했다. 전날부터 착실하고 싹싹한 가게 주인을 본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녀의 픽업트럭도 늘 있던 자리에 보이지 않았다. 워든의 아들인 보안관 대리 프랭크는 걱정이 되어 직접 가게로 들어가 보았다. 최근의 매출 장부에 '부동액 0.5갤런'이라고 기록된 것을 본 프랭크는 지난주에 가게 주변을 얼쩡거리던 에드 긴이 떠올랐다. 긴은 프랭크에게 토요일에 사슴 사냥을 나갈 거냐고 물었었다. 프랭크가 그렇다고 대답하자, 긴은 부동액을 사러 올 거라는 말을 무심코 흘렸다.
프랭크 워든의 제보에 따라, 아트 슐리 보안관과 로이드 슈포어스터 경찰서장은 쓸쓸히 썩어가는 긴의 외딴집으로 급하게 출동했다. 그 황량한 농지에 처음으로 죽음의 손길이 닿은 것은 긴의 아버지가 뇌졸중으로 쓰러진 1940년이었다. 4년 후 그의 형 헨리가 화재로 목숨을 잃었고, 그다음 해에는 지옥불과 유황에 대해 떠들어 대던 어머니마저 세상을 떠났다. 그 후로 긴은 홀로 살았다. 아니, 그런 것처럼 보였다.
경찰이 들이닥쳤을 때 긴은 집에 없었다. 슐리와 경관들은 램프와 손전등을 들고 집 안으로 들어갔다. 낡은 집에는 흐릿한 전깃불이 드문드문 들어왔다. 경찰들은 누런 신문들, 저속한 잡지들, 해부 관련 서적들, 방부제, 음식 상자들, 깡통들, 이런저런 잡동사니들이 널브러진 쥐 소굴 같은 집 안을 조심조심 살폈다. 쓰지 않는 위층 방 다섯 개는 텅 빈 채 먼지가 수북이 쌓여 있었다. 반면에 어머니가 생전에 사용했던 방과 거실은 널빤지를 대어 막아 놓은 덕에 새것처럼 깨끗했다.
긴의 부엌과 침실을 샅샅이 뒤지던 경찰은 교통사고 현장에서도, 피 튀기는 액션 영화에서도 보기 어려운 광경을 목격했다. 듬성듬성한 이가 다 드러나도록 히죽거리고 다니던 에드 긴은 결코 혼자 살고 있던 것이 아니었다. 정강이뼈 두 개가 거와 한집에 있었다. 그리고 다른 것들도...... 한 줄에 꿰어져 있는 인간의 입술 두 쌍, 식탁 위 컵에 한가득 들어 있는 인간이 코들, 인간의 피부로 만든 지갑과 팔찌, 피부를 씌운 의자 네 개, 깔끔하게 한 줄로 앉아 있는 열 개의 찡그린 두개골들, 1쿼트짜리 깡통의 윗부분과 밑바닥에 피부를 덧대어 만든 북, 인간의 두개골 반쪽을 뒤집어 만든 수프 그릇, 안구를 파낸 뒤 립스틱을 바르고 화장을 해서 벽의 눈높이에 압핀으로 박아 놓은 네 여인의 얼굴 가죽, 비닐봉지에 들어 있는 교체용 얼굴 다섯 개, 눈썹 위로는 잘려 나간 여성의 두부 열 개, 다리 피부로 만들어 둘둘 말아 놓은 레깅스 한 벌과 또 다른 불쌍한 여인에게서 떼어 온 유방들을 붙여 만든 인간 가죽조끼.
훈제장으로 쓰는 근처 헛간에서 경찰이 발견한 것은 후에 버니스 워든으로 밝혀졌다. 머리가 잘린 채 알몸으로 거꾸로 매달린 그녀는 마치 식용 소처럼 내장이 모조리 적출되어 있었다. 헛간 옆 부엌에는 밑이 둥근 난로 위에 냄비가 얹혀 있었는데, 속에는 인간 심장 하나가 물 위에 둥둥 떠 있었다. 냉장고의 냉동실에는 꼼꼼하게 포장된 인간 장기들이 쌓여 있었다.
(...)
깊은 밤, 부지런한 이웃들이 사랑을 나누고, 코를 골고, 성서를 공부하고, 고지서를 앞에 두고 걱정하는 동안, 순박한 에드 긴은 새로 파낸 시신들의 피부, 머리카락, 얼굴 가죽을 자신이 알몸에 두르고 농장 주위를 어슬렁거리며 '작동 원리'라는 미스터리를 탐구했다.(24~29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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