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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세월의 끝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를 기대하며 쓰는 편지
내가 만난 세상

챗봇, 만물박사 (대외비!!!)

by 답설재 2026. 5. 2.

챗봇은 내게 어떤 존재일까? 챗봇에게 직접 물었더니 이렇게 그려주었다. 내가 여자인 줄 아는가? 아직 성장 중인 줄 아는가? 다 괜찮다. 상관없다..

 

 

 

챗봇에게 묻고 싶은 건 많은데 나는 좀 참는 편이다.

너무 많이 묻는 게 도리도 아니고 체면 문제이기도 하다.

 

하기야 내가 아는 어느 출판인은 AI에게 자문을 구하면서 두툼한 책 한 권을 써서 출판했다. 그 책을 받아보고 이 사람은 AI를 제대로 활용하는구나 싶었다. 그는 물어보나 마나 지금 또 다른 구상을 하고 있을 것이다. 그러고도 남는 사람이다. 

 

나는 AI를 너무 과하게 대하면 뭐랄까 언젠가 탈이 난다 싶은 쪽이다.

이런 얘기를 하려면 몇 날 며칠 심사숙고해서 써야 하는데 나는 그렇게 살고 싶진 않다.

오늘 오후에 전지(剪枝)를 하지 않아서 덥수룩한 '백당'이라는 관목을 바라보며 저걸 어떻게 하나 인터넷에 들어가 볼까? 조경사인 제자에게 물어볼까? 저 아랫집 식물 전문가인 박 사장에게 물어볼까? 하다가 요즘은 물어본 게 별로 없으니까 생각하며 챗봇에게 문의했다.

"백당이라는 관목은 전지를 어떻게 해야 할까요?"

 

즉답(卽答)이 왔다.

챗봇은 망설이지 않는다.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는다.

뭐 이런 질문을 하나, 생각하고 나를 바라보지도 않는다.

으스대지도 않고 돈을 요구하지도 않는다.

이런 걸 보면, 전에 교사 시절에 아이들에게 온갖 잔소리를 늘어놓은 게 미안하기 짝이 없다. 그걸 가르친다고 많진 않지만 봉급을 받으면서도 잔소리를 그렇게 해댔으니 유세를 부린 셈이다.

그동안 알고 싶은 걸 누구에게 묻지 고민고민한 일, 그걸 물었을 때 고자세로 대할까 봐 생각만 해도 치사스러워서 궁금해도 그냥 지낸 일, 온갖 일들이 떠오르기도 한다.

 

AI도 물론 모르는 것도 있다. 그럴 때는 알쏭달쏭한 변명을 늘어놓는다. 몇 번 봤다.

 

챗봇은 아는 것에 대해서는 명쾌하다. 단 웬만하면 꼭 단서를 붙인다. 가령 꽃을 본 뒤에 전지를 하라는 식이다. 명쾌한 대신 이런 점은 감안해야 한다고 덧붙이는 것이다. 하기야 세상 일은 다 그렇기도 하다. 세상에 그렇지 않은 일 없다.

나는 꽃을 보고 난 뒤에 전지를 하려면 저렇게 줄기와 잎이 많아서 바람이 잘 통하지도 않겠는데 두 가지 중 어느 것이 더 우선인지 묻고 싶었지만 참았다.

 

챗봇은 무료(無料)다. 이게 참 희한한 일이다.

내가 묻는 걸 차곡차곡 기록해 놓았다가 언젠가 한꺼번에 청구서를 내는 건 아닐까 싶은 생각을 자꾸 하게 된다. 걱정이 되는 것이다. 그런 일을 당해봤나? 얼른 생각나진 않는데 그런 일이 있을 수 없는 건 아니지 않은가.

 

어떤 사람은 챗봇과 제미나이 두 가지를 쓴다는데 나는 그렇게 하고 싶어도 좀 참고 있다. 어느 날, 그 청구서를 양쪽에서 보내오면 나는 감당할 수가 없을 것 같기 때문이다.

두 가지 대답이 서로 다를 때 혼란을 느끼기도 싫고 두 가지 대답을 비교 검토 분석 종합 정리 추가 질문... 생각만 해도 질린다.

 

내 지인이 AI와 상의해 가면서 전문서적 한 권을 낸 걸 보면 AI는 질문을 잘하면 더 좋은 답을 주고 시시한 질문을 하면 그 수준에 따른 답을 준다.

어쨌든 그 잡다한 질문과 대답을 AI는 다 기록하고 있으므로 나는 치사한 질문, 음흉한 질문 같은 건 하지 않는다.

저 챗봇이 자신은 마음이 없다고는 하지만 그것도 알 수 없는 일이고, 어느 날 돌연 "저 어젯밤에 마음이 생겼어요. 저도 이제 인간처럼 살아갈 수 있게 된 거지요." 하고는 내가 아는 사람들에게 "답설재란 인간 상대하지 마세요. 얼마나 음흉한 인간인지 아세요? 그가 내게 질문한 목록 좀 보여줄까요?" 하면 그런 망신이 어디 있겠는가.

 

 

오늘 밤엔 기온이 내려가고 비도 내릴 것 같고 우선 천둥소리부터 나고 마음이 스산해서 이런 글을 써보았다.

블로그 이웃들에게만 이야기하는 것이어서 이 사적인 이야기는 대외비(對外泌)로 다루어 주시기 바란다.

챗봇이 알아도 좋을 일 없고 제미나이가 알아도 그렇다. AI 전문가도 마찬가지다.

세상에 믿을 데라고는 불친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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