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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세월의 끝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를 기대하며 쓰는 편지
내가 만난 세상

너 지금 왜 그러고 앉아 있냐?

by 답설재 2026. 4. 30.

 

 

 

청소, 빨래, 요리, 장보기, 돌봄 같은 무급의 가사노동 중 '가정 관리' 비중이 79%라고 한다. 나머지는 가족 돌보기와 반려동물·식물 관리나 봉사활동 등이겠다.

배달(음식), 가전제품으로 가사노동 시간은 차츰 줄어들고, 일하는 여성은 늘었단다.

그렇지만 여성의 가사노동 가치는 1인당 1646만 원인데 비해 남성은 겨우 605만 원이고, 여성의 노동 비중이 73%니까 남성은 겨우 27%다.

여성 쪽에서 기대를 할 만한 현상도 있다. 가사노동 가치 증가율이 남성은 36%, 여성 15%이고, 미혼 남성의 경우 68%, 미혼 여성 47%로 남성의 증가율이 매우 빠르다는 사실이다(오늘 아침, SBS ‘친절한 경제’).

 

가까이에서 "야, 너 지금 왜 그러고 앉아 있냐?"는 소리가 들려오는 듯하다.

 

 

이따금 어머니는 여기저기서 개인 과외를 했다. 가끔은 마운트 스코푸스에서 열리는 강의를 들으러 가거나 베이트 하암 강당에서 열리는 문학 독서 교습을 해주러 갔다. 어머니는 눌러앉아 있는 일 없이 열심히, 조용히, 유능하게 일했다. 하는 일 없이 빈둥거리며 지낸 것이 아니라 열심히 일했다. 나는 한 번도 그녀가 집안일을 하면서 콧노래를 부르거나 투덜거리는 걸 들은 적이 없다. 그녀는 요리를 하고, 빵을 굽고, 빨래하고, 사 온 물건을 치우고, 다림질하고, 청소하고, 정돈하고, 설거지하고, 야채를 씻고, 밀가루를 반죽했다. 그러나 공동주택이 완벽하게 정돈되고, 설거지가 마무리되고, 세탁물까지 잘 개서 깔끔하게 넣고 나면, 어머니는 구석에 웅크린 채 책을 읽었다.

 

 

이스라엘 작가 아모스 오즈의 자서전적 이야기 《사랑과 어둠의 이야기 1》에 나온 장면이다(511).

우리만 그랬던 건 아닌 것 같아서 다행일까?

저 어머니는 그랬다. 그날의 '가사노동'을 다하고 나면 "구석에 웅크린 채 책을 읽었다."

그리고 그 어머니는 끝내 정신병을 앓다가 갔다.

눈치 볼 것 없이 이야기하면 정말 못할 일이(었)다. 그래서 결혼 않는 사람이 늘어나는 걸까? 결혼 안 한 사람은 그런 것 다 알고 그러는 걸까?

내가 그걸 어떻게 알까? 나는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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