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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세월의 끝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를 기대하며 쓰는 편지
책 보기의 즐거움

김근희(단편) 「모오, 로렌스」

by 답설재 2026. 4. 8.




김근희(단편소설) 「모오, 로렌스」
현대문학 2026년 4월호


동물연구원에 처음 보는 동물이 들어왔다. 임시직인 선배가 그 동물에게 로렌스라는 이름을 지어 주었고 나와 그 선배가 관리를 맡게 되었다. 선배는 나와 같은 학교를 다녔는데도 그걸 눈치채지도 못한다.
선배는 다른 일에는 관심이 없고, 로렌스를 가족처럼 대하며 함께 생활한다. 희귀한 그 동물 로렌스도 선배를 잘 따르지만 크리스마스만 지나면 곧 연말이고 새해가 되면 원장도 명퇴를 하게 되고 선배도 로렌스도 연구원을 떠나야 한다.

"모오" 하고 우는 희귀한 동물 로렌스를 중심으로 한 이야기 같지만 사실은 그 선배가 주인공인 소설이다.
선배는 알고 보니 그런 인물이 아니었다. 일본에 있는 삼촌 병간호를 해주었고, 원장이 암에 걸려 퇴직하게 된 것도 혼자서 이미 알고 있었다.

특별할 것도 없는 이야긴데도 재미있다.
'선배'는 어디 가서든 그렇게 살아갈 인물이 분명하고, 그렇게 해서 밥은 굶지 않을 것 같고, 우리 사회의 어디엔가 있을 그런 '선배'를 한번 찾아보고 싶어졌다.

단 한 단어, 한 문장도 불필요하지 않은 소설이다. 뭘 좀 아는 척, 뭔가 들어 있는 척하면서 그럴듯하게 꾸미는, 알쏭달쏭한 말은 단 한 마디도 쓰지 않았다. 그 단어와 문장들은 너무나 쉬워서 초등학생도 읽을 것 같고, 단 한 군데도 어색하지 않았다.

모처럼 금방 등단한 작가의 실망스럽지 않은 소설을 읽었다.
1991년 서울에서 태어났고, 2026년 동아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한 것이 프로필의 전부인 이 소설가가 어떤 소설을 써나갈지 기대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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