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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세월의 끝에 이르면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기를 기대하며 쓰는 편지
책 보기의 즐거움

조르바의 춤

by 답설재 2026. 3. 23.

https://youtu.be/kG12C1oX5Eo?si=pD7GjcL7JGdGln28

 

Zorba the Greek Dance - The Greek Orchestra Emmetron Music HD

 

 

 

 

소설 "그리스인 조르바"의 춤추는 장면은 모두 조르바의 성격의 정수를 보여준다.

 

 

#1

 

「솔직하게 말씀해 주시오, 두목. 우리는 갈탄을 캐러 여기 왔겠지요?」

「갈탄은, 남의 일 꼬치꼬치 캐묻기 좋아하는 촌놈들에게 들려줄 핑계지요. 이런 핑계가 있어야 촌놈들은 우리를 근사한 청부업자쯤으로 보고 인사랍시고 토마토를 던지는 짓 따위는 하지 않을 게 아닌가요. 무슨 말인지 아시겠지요, 조르바?」

조르바는 넋이 나가 버린 사람 같았다. 그는 이해하려고 애를 썼지만 그런 엄청난 행복이 믿어지지 않는 모양이었다. 그러나 그 역시 내 말뜻을 확신했다. 그가 내게로 달려와 내 어깨를 붙잡았다.

「춤추시겠소? 춤춥시다!

그가 내게 졸랐다.

「싫습니다.

그는 어리둥절해진 채 두 팔을 양옆으로 툭 떨구어 대롱거리게 했다.

「좋습니다.

잠시 후에 그가 말했다.

「……그럼 나 혼자 추겠소, 두목. 멀찌감치 떨어져 앉으시오. 받아 버리지 않게 말이오.

그는 펄쩍 뛰어 오두막을 뛰쳐나가 신발과 코트와 조끼를 벗고 바짓가랑이를 무릎까지 걷어 올리고는 춤을 추기 시작했다. 그의 얼굴엔 갈탄이 시커멓게 묻어 있었다. 눈의 흰자위는 번쩍거렸다.(121~122)

 

 

#2

 

그때 내 뒤로 행복에 겨운 목소리가 들렸다. 조르바가 일어나 반라의 몸으로 문께로 나선 것이었다. 그 역시 봄풍경에 화들짝 놀란 것이었다.

「저게 무엇이오?

그가 놀라도 크게 놀라면서 물었다.

「……두목, 저기 저 건너 가슴을 뭉클거리게 하는 파란 색깔, 저 기적이 무엇이오? 당신은 저 기적을 뭐라고 부르지요? 바다? 바다? 꽃으로 된 초록빛 앞치마를 입고 있는 저것은? 대지라고 그러오? 이걸 만든 예술가는 누구지요? 두목, 내 맹세코 말하지만, 내가 이런 걸 보는 건 처음이오!

그의 눈에서는 눈물이 흐르고 있었다.

내가 그를 불렀다.

「조르바, 혹 돌아 버린 건 아닌가요?」

「무얼 비웃고 있어요? 당신 눈에는 안 보이는가요? 두목, 봐요. 저 모든 기적 뒤에 도사리고 있는 마술을 말이오.」

그는 밖으로 달려나와 봄철 망아지처럼 풀밭을 구르고 춤을 추었다.

해가 떠올랐다. 나는 손바닥을 펴고 그 온기를 받았다. 오르는 수액…… 부풀어오르는 젖가슴…… 나무처럼 영그는 영혼…… 영혼과 육체도 같은 물질로 빚어졌음을 실감할 수 있었다.(390~391)

 

 

조르바의 춤은 그를 그리워하게 한다.